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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 강간죄 도입’ 공약이 “실무적 착오”라고 해명한 민주당 [플랫]

행복한 0 11 03.30 04:34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총선 10대 정책공약에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 포함된 데 대해 실무적 착오라고 해명했다. 시민사회에선 일부 젊은 남성층 표심을 의식한 여성 정책 후퇴란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정책위 정책실장은 이날 공보국을 통해 비동의 간음죄는 공약준비 과정에서 검토되었으나 장기 과제로 추진하되 당론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이어 실무적 착오로 선관위 제출본에 검토 단계의 초안이 잘못 포함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128204;[플랫]총선 앞두고 다시 주목받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
김민석 선대위 상황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비동의 간음죄 부분은 토론 과정에서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다며 하지만 당내 이견이 상당하고, 진보개혁진영 또는 다양한 법학자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어 검토는 하되 이번에 공약으로 포함되기에 무리가 아니냐는 상태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책공약집에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 10대 정책공약으로 담겼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강간죄를 폭행·협박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하지 말고 피해자 동의 여부에 중점을 두도록 시정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비동의 강간죄 신설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가 법무부의 반대로 계획 발표 9시간 만에 철회를 밝혔다. 당시 여성계와 야당에서는 정부의 태도가 영국·독일·스웨덴 등이 비동의 강간죄를 신설하는 등 강간죄를 동의 여부로 개편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128204;[플랫]8년 전부터 추진한 ‘비동의강간죄’ 반나절 만에 철회한 여가부
민주당이 이날 비동의 강간죄와 관련해 사실상 공약 철회를 밝힌 것은 보수정당의 공세와 일부 젊은 남성층의 표심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실무에서는 피해자가 내심으로 동의했는지 여부로 범죄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고발당한 사람이 동의가 있었단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원래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는데 입증 책임이 혐의자에게 전환된다. 그랬을 경우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역시 이날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비동의 간음죄에서 도대체 어떤 경우가 비동의이고 어떤 증거가 있어야 동의가 입증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들어 보라며 개혁신당은 우리의 내일이 두렵지 않도록 비동의 간음죄와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했다.
시민사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비동의 강간죄는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형법 개정을 권고한 사항으로 성폭력 범죄가 증가한 실정에 따라 총선 정책으로 포함돼야 마땅하다며 이를 ‘실무진 실수’라고 하는 건 여성혐오 세력 표잡기 경쟁을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민주당이 성평등을 외면하고 얻은 표로 어떤 입법 활동을 할지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 이유진 기자 yjleee@khan.kr
세계 25위의 1인당 국내총생산과 52위의 행복지수, 최저 수준의 출생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의 자살률, 노인빈곤율 2위, 연평균 노동시간 4위, 성별 임금격차 1위, 일하는 여성의 ‘유리천장지수’ 꼴찌. 세계 최고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비율, 연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27조원에 달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OECD 평균을 밑도는 조세부담률과 최저 수준의 사회보호지출.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저출생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이고,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고용불안과 숙련-비숙련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 차원의 기후 변화 대응과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 경향이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의 비중 높은 한국경제에 작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다. 물가상승과 생산성 증가율을 밑도는 임금상승률, 불안정한 주택시장과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과도한 가계부채,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로 민생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월14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발표한 ‘4·10 총선 유권자 10대 의제’는 우리 사회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민생안정, 저출생 대책, 사회적 갈등 완화,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구축, 균형발전 및 지역소멸 대처, 청년실업 대책,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제도, 탄소 중립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대응책, 저성장 극복 대책의 순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발표한 10대 공약도 대체로 이러한 유권자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표심을 얻으려는 각 당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안정과 저출생 대책을 최우선 공약으로 하면서 기후위기 대처, 혁신성장과 균형발전, 국민의 안전과 행복한 삶,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이어 한반도 평화체제의 유지, 민주주의 회복과 정치개혁을 10대 공약에 포함했다. 국민의힘도 저출생 대책과 민생보호를 강조하면서 중소기업 지원, 시민 안전, 지역발전, 교통·주거격차 해소, 청년 지원, 어르신 지원, 기후위기 대응을 10대 공약으로 선정했다.
양당의 공약이 외형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우선순위와 추진과제는 정당의 정책기조로 인해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포용성장의 정책기조하에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혁신적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재정지원사업 위주로 추진과제를 구성하였다.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민주적 정치체제와 평화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약에 담아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선성장 후분배’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과 질서는 세운다)의 정책기조를 기반으로 자산형성지원과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저출생 대책과 지역 간 교통망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규제 대못 뽑기 차원에서 신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제로박스의 신설과 지역 토지규제의 전면 재검토를 공약 이행 사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더디고, 가계부채가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는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여 민생을 회복하고 내수기반을 확장하는 데 두어야 한다. 최후의 대부자로서뿐만 아니라 최후의 고용자로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가계부채와 정부부채의 변주곡
조용한 공천은 조용한 사익 추구
국가재정법이 나아갈 옳은 방향
나아가 공약 이행에 필요한 막대한 규모의 재원 마련 방안도 보완되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주로 기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발이익환수금,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 총수입 증가분에 의존하고 있으며, 세수확충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재정지출 가운데 의무지출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지출구조조정의 여지는 줄어들고,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조정으로 총수입 증가분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취약한 조세체계의 재분배기능을 강화하는 누진적인 방식으로 세수를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여당의 조세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고액자산가도 혜택을 보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가업상속공제 제도 적용 대상 확대 등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복합위기에 직면하여 전환기의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발전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놓여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4년이 특히 중요하다. 투표는 공약에 조세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과 달리 불특정 다수와 미래세대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22대 국회가 대전환의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세심히 살펴서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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