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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뉴스 마침표] 의대 증원 후폭풍···대학엔 무엇을 남겼나

행복한 0 11 02.22 04:47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인스타 팔로워 의료계뿐 아니라 교육계도 시끄럽습니다. 입시 판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은 물론이고요, 당장 상당수 의대가 동맹휴학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새 학기부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입시에서 모든 상위권 학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버린 의대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대학도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습니다. 의대 증원 발표는 대학에 무엇을 남겼을까요.
의대생들이 뭉쳤습니다. 가장 먼저 강원도 춘천의 한림대가 움직였습니다. 본과 4학년 학생들이 1년간의 학업 중단으로 이 의료 개악을 막을 수 있다면, 결코 아깝지 않은 기간임에 휴학에 동의했다며 동맹휴학을 결의한 것입니다. 이어 전국 40개 의대 중 35개 인스타 팔로워 의대 대표 학생들도 오는 20일에 맞춰 휴학계를 제출하겠다고 합의했습니다. 교수 면담과 학부모 동의, 학교 승인을 거쳐 개별적으로 휴학계를 내는 것이 원칙이라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를 향한 집단행동의 신호탄이 될 수 있겠죠.
정부는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교육부는 의대생 집단행동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대책반’을 구성해 의대생들의 동향을 상시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집단 휴학 사태를 막기 위해 각 대학에 관련 법령과 학칙 등에 맞게끔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장 발생할 대학 공백만 고민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대 쏠림’이 더 심해진다면 이공계열 기초학문이 힘을 잃을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습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내고 현 입학정원의 65%에 해당하는 숫자를 한 번에 증가시키는 이번 시도가 대학 교육 수행 환경에 심대한 부담을 지우리라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의대 증원은 최근 몇 년간 더 거세진 ‘의대 쏠림’에 더 불을 지필 것으로 보입니다. 안 그래도 n수생은 갈수록 늘어 지난해 수능 때 그 비율이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n수생이 늘어난다는 것은 대학을 휴학한 후 복학하지 않거나 자퇴하는 ‘중도 탈락자’가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2022학년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중도 탈락자는 2131명으로 처음 2000명대에 올라섰습니다. 의대를 가기위해 학과를 이탈하고, 수능에 재도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 대학은 원활한 교육이 힘들 수 밖에 없겠죠.
취업이 보장된 계약학과도 올해 의대 열풍에 밀려 무더기 등록 포기가 발생했습니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최초합격자 중 92.0%가 미등록했습니다. 정원 25명 중 최초합격자 23명이 다른 학교를 선택한 것이죠. 또 다른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도 최초 합격자 10명 중 7명이 등록을 포기했는데, 지난해보다 미등록 비율이 4배나 올랐다고 합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면 계약학과의 정원 구멍은 더욱 커지겠죠.
이공계열 학과들의 전반적인 입시 결과도 하락하게 됩니다. 입시업계에서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위에 대학 하나가 새로 생긴 꼴’이라고 평가합니다. 늘어난 의대 정원 2000명은 내년 이들 3개 대학 자연계 입학정원(약 4800명)의 40%를 넘습니다. 종로학원은 의대 정원이 2000명 늘면 의대 합격선은 수능 국어·수학·탐구 합산 점수(300점 만점) 기준 281.4점으로 지금보다 4.5점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자연계열 합격자 중 의대 합격 가능권에 드는 비율도 현재 45.4%에서 78.5%까지 늘어납니다.
정부가 지역인재 전형을 중심으로 의대 입시 규모를 키우기로 하면서 해당 전형을 어떻게 확대할지도 고민입니다. 정부는 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율 60% 이상을 목표치로 뒀습니다. 평균적으로 지역인재 전형의 합격선은 전국 단위 일반전형보다 낮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역인재 전형을 무작정 늘리면 우수한 학생들에게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의대 진학을 꿈꾸는 어린 학생들이 중학생 때부터 지방으로 유학가는 그림도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의대 공화국’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우리 사회에 ‘2000’이라는 숫자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더 커 보입니다. 이 숫자가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지는 두고 봐야 할 테지만, 당장 혼란이 큰 만큼 비용을 치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 뉴스 마침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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