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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망각한 미래 있을 수 없어”…일제 강제동원 할머니 묘에 무릎 사죄한 일본인들

행복한 0 14 02.26 16:46
긴 길이었다고 말하지 않고 너는 노래를 부른다/ 어려운 길이었다고 말하지 않고 손을 잡는다/ 동료의 마음 등 인간으로서의 자랑을 가슴에 담고 당당히 나아가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유린을 고발하는 연극 <봉선화>의 나카 토시오 감독(74)은 25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내 김혜옥 할머니(1931~2009)의 묘지에서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자랑을 가슴에’라는 제목의 일본어 노래로 1999년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일본 민중가수가 작사·작곡한 곡이다. 연극 <봉선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표곡이기도 하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겪은 이야기로 구성된 연극은 일본 시민단체가 기획·제작하고, 나카 감독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38년여간 노력한 인권회복 운동 과정을 표현한 작품으로 지난 24일 광주에서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공연장 무대에 올랐다. 500개 좌석은 예매가 3일 만에 조기 마감됐다.
2003년과 2022년 일본 나고야 공연에 이어 세 번째 무대에 오른 광주 공연은 초연 내용에 전범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결과 등을 추가해 새롭게 각색했다고 한다.
작품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 무토 요코(59)를 비롯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회사원, 교직원,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로 이뤄진 일본인 출연진 21명도 이날 묘지를 함께 찾았다.
부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나카 감독 등은 모자를 벗고 양손을 모은 뒤 4분여간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이어갔다. 질퍽거리는 땅 위로 무릎을 꿇은 채 노래를 부르며 흐느끼는 모습도 보였다.
나카 감독은 끝내 일본과 전범 기업의 사죄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억하고 작게나마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며 김 할머니 용기와 희생을 이어가자는 의미에서 묘지를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묘지 참배에 앞서 ‘그날의 함성과 정신, 광주·나고야 시민연대로 잇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님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인스타그램 팔로워 구매 추모탑까지 행진했다.
김 할머니는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강제동원 피해자이자 5·18 유공자다. 나주대정국민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던 1944년 5월 일본인 담임 교사의 회유로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로 끌려가 해방이 될 때까지 강제노역을 해야 했다. 1980년 5월에는 대학생에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군인에게 항의하다 곤봉으로 맞아 머리와 어깨에 큰 부당을 입었다.
2003년 ‘봉선화’ 첫 공연에서 배우로 출연하며 강제동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나카 감독은 소녀들(강제동원 피해자)을 무자비하게 대하는 기숙사 사감 역할을 인스타그램 팔로워 구매 연기한 후 양심에 걸려 밤마다 가위에 눌리고, 오토바이 소리가 지진 소리로 들려 놀라는 일이 많았다며 본래 일본과 일본 국민이 전후에 짊어졌어야 하는 모습라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사과와 반성을 통해 보듬는 것이 평화로 나아가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나카 감독은 일본과 전범 기업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도 계속 무시하고 있다며 그것은 지금 일본 정부가 다시 전쟁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과거를 망각한 미래는 있을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에 이번 광주 공연이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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