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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하이라이트]2024년 2월 27일

행복한 0 9 03.01 07:15
여자라서 더 위험한 길 위의 삶
■시사기획 창(KBS1 오후 10시) = ‘길에서 여자가 살았다’ 편이 방영된다. 지난해 3월, 서울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숨졌다. 골목에서 4시간 동안 300번의 폭행을 당한 그는 서울역에서 지내온 여성 노숙인이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여성 노숙인은 남자로 보이고 싶다며 아예 삭발하기도 했다. 오늘도 안전하게 잘 곳을 찾아다니기 바쁜 그들을 만나 그들이 겪는 상황을 직접 확인해본다.
꼰대호, 선배인 나도 불편해
■신발 벗고 돌싱포맨(SBS 오후 9시) = ‘토크 홈런 주자’가 출연한다. 이날 방송에는 전 야구선수 이대호·박용택과 배우 김성은이 나온다. 방송인 이상민은 이대호에게 후배들이 이대호 선수를 굉장히 불편해하던데요라고 말한다. 박용택은 선배인 저도 불편해요라고 덧붙인다. 일본에서도 후배들의 기강을 잡았다는 이대호는 나는 그 당시 ‘꼰대호’였다며 일본 생활 당시 이야기들을 전한다.
조민지(서울대 강사)가 ‘사회와 역사’ 제 140집(2023년 겨울)에 실은 논문 <1960~70년대 여성 노동자의 ‘인권’ 문제와 버스안내원이라는 사례>는 ‘여성에 대한 폭력’ ‘박정희 정부의 인권 개념 재규정과 버스안내원 활용’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라는 3가지 문제에 주목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에 해당하는 게 몸수색이다. 범죄를 적발하기 위해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일회적인 사건이라기보다 날마다 노동자들의 복종을 확인하는 일종의 의례에 가까웠다. 조민지는 격리된 합숙소 속에서 이루어지던 몸수색이 대중들의 시선에 노출되기까지 당사자들은 끊임없이 저항하여 사건을 만들어내야 했다고 말한다.
조민지는 이 저항과 투쟁에서 ‘여성 특수과제’ 즉 젠더 이슈에 주목한다. 버스안내원들의 산발적인 집단행동이 직장 내 성폭력에 저항하는 선구적인 형태의 반(反) 성폭력 운동이라고 규정한다. 이들의 저항은 성폭력이라는 개념으로 언어화되기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던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이들이 공유하던 당대의 감각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조민지는 그간 여성노동 연구는 1980년대가 되어서야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운동이 시작됐다고 본 점을 지적하면서 버스안내원들의 저항은 I960년대부터 일관되게 성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제기한 매우 드문 사례였으며, 이들이 오히려 가부장적 순결 이데올로기를 역으로 활용하여 여론전의 전략으로 삼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몸수색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순결 이데올로기를 활용한 것이다. 버스안내원들은 처녀로서 처음 당하는 일에 눈물마저 났다고 적극 호소했다. 전략의 차원만은 아니었다. 1966년 몸수색을 당한 한 버스안내원이 자살하는 일도 벌어였다.
조민지는 한국 사회가 버스안내원의 노동 조건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처녀의 몸수색을 인권 유린으로 규정한 점을 특기할 만한 것으로 꼽았다. 그 어떤 열악한 노동 조건보다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사춘기에 접어든 처녀들’을 대상으로 ‘내의 빤스까지 몸에 손을 대’는 상황은 탄식을 자아냈다. 1966년 대륙교통 안내원들도 자신들이 당한 몸수색을 인권 유린으로 규정했다. 그해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옹호위원회는 안내원 실태조사를 마친 뒤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업자들에 대하여는 일벌백계의 견지에서 엄단하라고 촉구했다.
조민지는 버스안내원들을 착취와 동원의 대상일 뿐 아니라 나름의 개인적, 집단적 대응 전략을 가진 주체로 규정한다. 1960~70년대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 직종 중 하나였던 버스안내원들이 끊임없이 집단행동을 도모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은 출근 시간에 행진이나 농성 같은 집단행동을 감행했다. 이들은 ‘인권이라는 개념을 매개’로 ‘권리를 요구하는 집단행동으로 대중들의 일상에 잡음’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수기, 기고 등으로 꾸준히 자기 목소리를 낸 점에도 주목한다. ‘근로여성 생활수기: 희롱의 굴욕도 참으며’(‘자동차노보’, 1975년 8원 25일자) 등이 한 예다.
버스안내원들의 인권 문제는 자주 이슈가 됐다. 1960년대 초부터 열악한 노동 조건이 문제가 됐다. 1964년 서울 시내 버스업자들이 우리나라 노동사상 처음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버스안내원들을 혹사시킨 혐의로 입건·기소됐다.
언론들도 ‘여차장들의 인권’ 등을 달아 보도했다. 1970년대에도 시민사회나 언론은 버스안내원들의 인권 문제를 꾸준히 다뤘다. YWCA는 1965년의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조민지는 수많은 직종 중에서도 유독 버스안내원들의 ‘인권’이 주목받은 이유도 분석한다.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대면 서비스노동을 수행하는 이들의 업무환경이 대중들의 시선에 노출되었던 이유가 컸다. 특히 업무 현장에 소비자들이 깊이 연루되는 서비스노동의 특징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나 저항에도 영향을 미쳤고, 안내원들은 자신들을 향한 대중들의 관심을 십분 활용했다.
몸수색 중단 의제가 전면에 부각된 것을 두곤 정부 당국이나 언론이 주목하는 일종의 ‘허용된’ 의제였다는 점이 분명히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인권은 ‘다의적 개념’이었다. 독재 정권도 ‘인권’이라는 개념을 동원했다. 이승만 정부는 12월 10일로 인권의 날을 정했다. 1962년 군사정부도 법무부에 ‘인권옹호과’를 설치했다. 조민지는 박정희 정부에게 버스안내원은 ‘인권’이라는 용어를 언급할 일이 생길 때 유용한 소재였다고 말한다. 정부로서는 승객이나 업자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또 정부는 인권이라는 개념의 급진성을 탈각시키기 위해 이들을 적극 활용했다.
버스안내원을 이용한 이미지 전략도 이어간다. ‘박 대통령, 버스안내양 방한복 손수 디자인’(동아일보, 1977년 12월 20일자) ‘박 대통령 하사 버스안내양 방한복, 구 시장이 전달… 내일부터 착용’(경향신문, 1977년 12월 23일자) 같은 보도가 나왔다. 방한복·내복을 ‘하사’하는 대통령 모습을 연출하는 전략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조민지는 버스안내원 등의 ‘인권’이 정부가 설정한 범위에만 머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몸수색 중단’ 의제는 사용자가 성별화된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데 대한 저항이었다. 이 과정에서 인권이라는 ‘안전한’ 개념은 성폭력을 동원한 노동착취에 반대하는 당사자 운동의 외피가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1970년대에도 몸수색은 이어졌다. 새로운 통제와 감시 방식도 생겨났다. 바로 계수(計數)다. 사람을 동원(계수원)하거나 기계를 부착(계수기)해 승객 수를 세려 했다. 승강구에 설치해 놓고 승객이 밟을 때 무게를 책정하는 자동식 계수기가 특히 문제가 됐다. 1974년 자동식 계수기 부착율은 조사 대상 버스 중 57.9%였다. 계수기는 할인 또는 무료 대상인 사람이나, 잘못 탔다가 내린 이들이나 무임 승차한 자들도 일반 승객으로 간주해 계산했다.
조민지는 업무 현장 감시와 노동자 통제 과정의 기계화에 주목한다. 버스안내원들이 최소한의 자율성을 기계로 일괄 처리하고, 그 결과를 기준으로 처벌까지 하는 것은 업무 주체로서 엄연히 가지고 있던 권한을 완전히 박탈하는 조치였다. 인간의 지위가 도구로 전락했다는 감각까지 생기게 했다.
사측은 횡렴 혐의를 제기하는 데 계수기를 이용했다. 1976년 1~8월에는 횡령 혐의를 벗으려고 자살 시도로 결백을 증명하려 한 사건이 5차례나 일어났다. 당시 언론은 계수기 부착도 인권 유린 문제로 접근하며 비판했다.
조민지는 계수기 논란이 여성 노동자의 ‘인권’을 둘러싼 논의를 기계와 인간의 관계라는 새로운 쟁점으로 확장하는 걸 보여줬지만, 한계도 드러낸 점도 지적한다. (박정희 정부야말로) 이 직종을 여성화하는 과정을 주도하는 등 안내원들의 노동환경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조건들을 결정한 당사자였다. 그럼에도 기계화되고 비인간적인 노동 통제와 ‘인권’을 대립시키는 구도 속에서 정부는 기계와 대조되는 자애로운 인간 박정희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1980년대 들어 이들의 목소리는 자동 안내방송으로, 문을 열고 닫던 팔은 자동문으로, 요금을 수납하던 신체는 요금함으로 대체된다. 조민지는 실제로 상품 가치가 떨어지자 가장 먼저 기계로 대체되어 사라진 직업이라는 점에서, 버스안내원을 둘러싼 기계-인간 관계에 대한 논란은 기술 변화에 따른 여성 서비스노동자들의 지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 김종목 기자 jomo@khan.kr
세계적 성악가들이 다음 달 잇달아 한국을 찾아 노래한다.
베이스 연광철은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선우예권과 함께 3월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만의 걸작 ‘시인의 사랑’을 들려준다. 둘의 만남은 2022년 6월 세종문화회관 무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 시리즈 ‘디어 슈베르트’에 참여할 예정이던 선우예권은 라인업에 연광철의 ‘겨울나그네’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피아노 연주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소식에 선우예권은 먼저 연주를 자처했다고 한다. 이번 ‘시인의 사랑’ 무대는 ‘겨울나그네’ 이후 2년만의 만남이다. 연광철은 독일 베를린 국립극장에서 궁정가수 ‘캄머쟁어’ 칭호를 받은 성악가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800회 정기연주회 무대에 오른다. KBS교향악단은 1956년 초대 음악감독 임원식 지휘로 모차르트, 푸치니의 곡을 연주하며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번 800회 정기연주회는 9대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로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과 조수미의 노래로 꾸며진다. 조수미는 벨리니, 도니체티, 베르디의 아리아를 특유의 화려한 창법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최정상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은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노래한다. 햄프슨은 이번 공연에서 말러의 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다섯 곡을 부른다. 햄프슨은 지금까지 80개 이상의 오페라 배역을 노래했고, 170장 이상의 음반을 녹음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해온 바리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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