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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에 맞서다···프랑스,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임신중지 자유 보장’ 명시

행복한 0 11 03.06 19:41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개헌 정족수를 넘었습니다.
야엘 브라운-피베 프랑스 국회의장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베르사유 베르사유궁 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의회 합동회의에서 임신 중지권을 적시한 개헌안이 통과됐음을 알리자 상·하원 의원과 방청 시민들 사이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파리 에펠탑 앞에 모여 회의 중개 화면을 보던 인스타 팔로워 시민들은 여성 참정권 운동을 상징하는 보라색 깃발을 흔들며 의회의 결정을 환영했다. 멜라니 보겔 상원의원은 이제 2024년 3월4일은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인권과 여성인권의 위대한 역사에 새겨졌다고 말했다.
프랑스 의회가 세계 최초로 임신 중지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임신중지 권리를 비범죄화 하거나 ‘재생산권’을 헌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국가들은 있으나 헌법에 ‘임신 중지 자유’를 직접적으로 명문화한 것은 프랑스가 최초다. 개헌안이 통과하면서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헌법 명문화는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 임신중지 권리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 대법원은 2022년 6월 임신중지권을 허용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헝가리와 폴란드에서는 권위주의 정권 주도로 임신 중지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프랑스에서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임신 중지권을 강력하게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며 2022년 11월 하원에서 ‘임신을 중지할 권리’를 적시한 개헌안이 통과됐다. 이후 개헌안을 둘러싸고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의 갈등으로 법안 통과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양측의 의견을 절충한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원은 지난 1월30일 개정안을 찬성 493표, 반대 30표로, 상원은 지난달 28일 찬성 267표, 반대 50표로 가결 처리했다.
프랑스는 1975년부터 임신 중지가 합법화 돼 있어 이번 개헌으로 실질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으나 의회 정치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임신 중지의 자유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헌법 전문가들은 남성을 위해, 남성에 의해 쓰여진 프랑스 기본법의 틀을 넓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개헌으로 다른 나라의 임신 중지권 보장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헌은 신체에 대한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과 아이를 낳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재생산권을 최상위법인 헌법으로 보장한 것이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오늘 프랑스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소유이며 누구도 여성의 몸을 대신 처분할 권리가 없다는 역사적인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의 삶을 구하기로 한 프랑스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임신 중지 자유를 보장하게 된 데는 좌우를 막론한 정치인들의 협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치인들은 개헌안이 1년6개월 전 발의돼 통과되는 과정에서 당과 당 사이, 의원과 행정부 관료 사이 끊임 없는 소통 과정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고 개헌을 이끌어냈다. 특히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가톨릭이 영향력이 강한 일부 유럽 국가들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극우정당도 임신 중지권 보장에 찬성했다. 국민연합(RN)은 마린 르펜을 포함해 소속 의원 88명 중 46명이 개헌안에 찬성했다.
임신중지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도 개헌의 동력이 됐다. 프랑스 여론조사 업체 IFOP의 2022년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시민 86%가 임신 중지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것에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번 개헌에 대해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농민 시위와 우크라이나 파병론 등으로 국정 동력이 약화됐으나 이번 개헌이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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