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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페미야?” 질문에 머뭇한 당신…페미니스트에게 ‘안부’를 묻다[제116주년 여성의 날]

행복한 0 14 03.09 12:25
대학생 이정은씨(22)는 ‘숏컷(짧은 머리)’ 여성이다. 2019년 2월 머리카락을 처음 짧게 잘랐다. 고등학교 2학년 개학을 앞둔 때였다. 거울을 보며 느꼈던 ‘묘한 기분’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게 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긴 머리에 가려진 내가 아니라 진짜 나를 마주한 느낌. 이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스쿨 미투’ 사건을 접하고 페미니즘을 알게 됐다. 그는 ‘탈코르셋’을 표현한 웹툰을 본 것이 머리를 자르는 직접적 계기였다라고 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씨는 전보다 움츠러든다고 했다. 대학에서 페미니즘 소모임을 운영하는 그는 지난해 11월 ‘혐오범죄에 맞서’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며 계속 주변을 살폈다.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20대 남성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의 숏컷 스타일을 문제 삼으며 무차별 폭행했던 사건이 벌어진 때였다. 어렵게 붙인 대자보가 무더기로 쓰레기통에서 나오고, 모르는 번호로 ‘협박 문자’가 오기도 했다. 그는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는 것을 조심하게 됐다라고 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계기가 된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재시동)’를 기점으로 많은 여성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선언했다. 어떤 이는 삶의 태도가 바뀌었다 했고, 어떤 이는 전업 활동가로 뛰어들었다. 광장으로 나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던 이들의 그 이후는 어떤 모습일까. 8일 경향신문은 불꽃페미액션이 실시한 126명 대상 ‘페미니스트 안부조사’ 설문에 참여한 8인을 개별·단체 방식으로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2015년 전후가 페미니즘 ‘활황기’였다면 최근 3~4년간은 ‘침체기’로 느낀다고 했다. 불꽃페미액션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단체 가입·후원이나 온라인 참여 등 크고 작은 페미니즘 활동 경험이 있다고 답한 101명 중 ‘지금도 활동을 이어간다’고 응답한 사람은 62명(61.4%), ‘활동을 그만뒀다’고 답한 사람은 39명(38.6%)이었다.
페미니즘 활동을 하며 힘들었던 순간(복수선택)으로는 삶이 바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을 때(58명·57.4%), 활동을 향한 지지나 공감보다 비난이나 조롱이 많을 때(43명·42.6%),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할 때(43명·42.6%) 등의 답변이 많았다.
이들이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전후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학교·직장 내 성폭력 사건 등이었다.
초등교사 임모씨(36)는 지난 2018년 3월5일을 잊지 못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가 방송에서 성폭행·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날이다. 생중계 방송을 보면서 엉엉 울었어요. 너무 걱정되는 거예요. 저분은 어떡하나, 새 직장을 구해야 할 텐데, 취업은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끊이질 않았어요. 저랑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동료 교사들도 교장·교감에게 끊임없이 성희롱을 당했거든요. 임씨는 이후 페미니즘에 흠뻑 빠져들었다. 여성 단체에 가입하고 그 활동을 후원했다. 교무실 책상에는 페미니즘 책을 쌓아두고 읽었다. 임씨의 책상을 거쳐간 책만 1000권이 넘는다.
임씨는 이제 페미니스트인 것을 숨기듯 산다고 했다. 제일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막막할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어린아이마저도 ‘선생님, 페미에요?’라고 물을 때에요. 성 평등 교육을 하려고 하면 아이들마저도 사상검증을 하려 하는 거죠. 임씨는 바뀌는 게 없다는 느낌이 자신을 가장 지치게 한다고 했다. 너 페미야?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냥 얼버무려요. 질문을 가장한 공격이니까요.
젠더 폭력 사건은 지난해에도 끊이지 않았다. 여성들은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헤어지자 말했다는 이유로, 지나가는 길에 있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거나 살해됐다. 서울 금천구 교제 살인 사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여성가족부는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특정 게임 이용자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페미니즘 표현을 문제 삼고 마녀사냥을 벌였으나 회사는 이에 동조·방관했다.
폭력은 실재하는 위험으로 여성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혜빈씨(28)는 생계와 일상의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이 더 두드러졌다며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하면서도 자기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게 무섭다라고 말했다. 유지은씨(가명)는 (젠더 폭력이) 너무 많아 생각나는 것 딱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전업 활동가의 길을 택했던 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지선씨(34)는 몸담고 일하던 여성단체 퇴사를 앞두고 있다. 그는 활동이 싫은 게 아니라 지쳐서 퇴사하는 것이라 (퇴사) 이야기를 하면서 울었다면서 단체 활동을 하다보면 소리를 지르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악성 전화’를 종종 받는다고 말했다. 불법촬영·성착취물 근절 활동을 하는 단체에서 일했다는 이세희씨(32)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이 사무실 문을 따고 들어와 위협적으로 쳐다보고 간 적도 있다라고 했다.
류민희씨(48)는 ‘페미니즘 침체기’를 바라보는 심정이 조금 더 복잡하다. 사회운동단체 상근활동가인 그는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도 백래시지만, 페미니즘 안에서 균열이 발생한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트랜스젠더의 숙명여대 입학 포기, 2021년 변희수 하사 사망 사건이 기억나요.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으로 소수자를 욕하는 댓글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건 페미니즘으로 볼 수 없다고,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못하면서 떠난 이들도 생긴 것 아닐까요.
이들이 페미니즘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우리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장아진씨(29)는 백래시가 있다는 건 역설적으로 존재감의 증거라며 견제할 필요도 없는 존재였다면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여가부 폐지’를 들고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간 줄 알았는데 정치인들 말로 두세 걸음 뒤로 퇴보한다고 느낄 때 속상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류씨는 ‘너 페미야?’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다들 ‘그럼 넌 아니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 30년 세월을 돌아보면 힘든 순간이 분명 많았지만 점차 나아진 것도 사실이라며 괴로워하는 이들이 연대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선씨는 우리는 ‘계약직 페미’가 아니라 꾸준히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아기 고양이를 돌보듯 스스로 잘 보살피면서 나아가자라고 했다.
김혜빈씨도 연결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씨의 말이다. 백래시의 강을 건너고 있는데, 다들 잘살고 있는지 궁금해요. 저 같은 여자들이 잘 버티고 있는지도요. 예전엔 집회·시위에서 자주 만나기라도 했었는데. 그분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싶어요.
섬세하게 하나하나 살피고 때로는 설득하면서 나아갈 힘이 있어야 우리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 힘은 바로 우리 여성 여러분의 섬세함에서 나온다.(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 지난해 10월6일 여성위원회 발대식)
21대 국회에서 (여성이) 57명 당선됐지만 19%밖에 안 됐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고 여성이 많이 당선돼야 한다.(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1월31일 총선 필승 여성전진대회)
세계여성의날을 하루 앞둔 7일 경향신문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22대 총선 지역구 공천 확정자 중 여성 공천율을 분석한 결과 두 당 모두 4년 전 21대 국회 여성 공천 비율인 19.1%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과 각 당의 당헌·당규에 명시된 여성 30% 공천 조항이 사문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여성 공천율은 이날까지 11.7%다. 지역구 공천 확정자 213명 중 25명이 여성이다. 지난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전체 지역구 후보 237명 중 여성이 26명(11.0%)이었다. 여성 공천율이 낮은 것은 공천 시스템 자체가 여성에게 불리하게 설계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공천 신청자 중 여성 비율은 13.1%였는데 공천 확정자 중 비율은 11.7%로 떨어졌다. 공천 심사를 거치며 더 줄어든 것이다.
후보 선정에 정무적 판단이 적극 개입되는 전략공천(우선추천)에서 여성 비율은 8%(2명)에 불과하고, 단수추천 비율 역시 11.6%(15명)에 불과했다. 10명으로 구성된 공천관리위원회에 여성이 2명, 전현직 여성 의원은 1명도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성 후보 비중이 작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민의힘은 뒤늦게 국민추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추천제는 공천 신청 범위를 보다 넓히겠다는 취지이지만 5개 지역구에 제한적으로 도입될 뿐 아니라 심사와 결정도 공관위 손에 달렸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비례대표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직선거법상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 중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해야 한다. 의무비율 이상으로 여성을 공천하지 않는다면 비례대표에서 여성 후보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는 무색해진다.
민주당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 지역구 공천 확정자 200명 중 여성은 33명(16.5%)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절반이 넘는 17명이 전현직 의원으로 나타났다. 여성·청년 후보에게 중복 없이 25%의 가산점을 부여했지만 큰 이변은 없던 셈이다.
청년·여성을 우선 공천한다는 원칙도 무너졌다. 민주당 현역 의원 불출마로 전략지역으로 지정된 26곳(경선 제외) 중 여성을 우선추천한 경우는 8곳에 불과했다. 단수공천도 여성은 116명 중 17명(14.6%)에 그쳤다.
여성 청년(민주당 당규상 만 45세 이하) 역시 5명에 그쳤다. 친이재명계인 안귀령 상근부대변인(35·전략공천)과 현역인 이소영 의원(39·단수)이 출마한 서울 도봉갑과 경기 의왕·과천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민주당 험지인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공천됐다.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은 정당이 지역구 후보를 추천할 때 ‘전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이 지역구 30%에 여성 후보를 내 여성추천보조금 8억4000만원을 받았다. 이전까지 지역구 여성 30% 이상 공천 약속이 지켜진 적은 없었다.
권수현 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에 민주당 역시 편승해 거대 양당 모두가 성차별 해소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이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동일하게 ‘5% 안팎’으로 제시했다.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2차 회의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 제시한 ‘5% 안팎’과 동일한 수치이다. 중국은 지난해 5.2% 성장을 달성해 목표를 이뤘다.
리 총리는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한 것과 관련해 국내외 형세와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필요와 가능성을 함께 따졌다면서 성장률 목표는 취업 증가와 리스크 예방·해소, 경제 성장 잠재력과 이를 지지하는 조건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우리나라 발전이 직면한 환경은 여전히 전략적 기회와 리스크가 병존해 있고, 유리한 조건이 불리한 요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는 1991년 경제 성장 목표치 4.5%를 제시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나 국외 경제분석 기관들의 전망치보다는 높다.
국외 경제분석 기관들은 중국의 소비 부진과 부동산 경기 둔화가 심각하고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 우려된다며 4%대 중반을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4.6%라고 예측했다.
정부 업무보고 초안 작성 책임자인 황수홍(黄守宏) 국무원 연구실장 주임은 이날 오전 열린 브리핑에서 수요와 가능성을 포함한 국내외 정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목표치라고 설명했다.
현지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황 주임은 올해 신규 고용 목표가 1200만명이라며 고용 목표를 달성하려면 5%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가 기본적으로 이뤄지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중진국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며 여기에 명확한 양적 요구는 없지만 경제성장 속도에 대한 요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황 주임은 IMF을 비롯한 해외 기관과의 전망치 차이에 관해서는 지난해 5.2% 성장률을 달성한 중국 경제의 동력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품질’ 근로자, 완전한 산업시스템, 지난해 생산과 판매량이 전 세계 60%를 넘어선 전기차 산업 등을 예로 들었다.
황 주임은 중국 경제의 약점으로 꼽히는 부문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성장의 발목을 잡았던 요인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 취해진 정책의 효과가 올해 나타날 것며 지방정부 채무조정과 중소 금융기관 개혁 등을 언급했다.
중국 정부는 구조 개혁에 주력하겠다는 신호도 내놓았다. 중국은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를 GDP의 3.0%로 설정, 4조600억위안(약 750조원)의 적자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재정적자 목표치는 작년 목표치인 3.0%와 같은 것으로 지난해의 실제 재정적자율 3.8%에 비해서는 낮아진 수치다.
리 총리는 올해부터 몇 해 연속으로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 국가 중대 전략 실시와 중점 영역의 안전 능력 구축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 견인차였던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 투자 대신 전기자동차·배터리·태양광 등 이른바 ‘3대 신성장동력’을 고품질 발전의 축으로 삼고 있다.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지원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동시에 국가 안전, 산업기밀 보호 등을 명목으로 사회 통제의 고삐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근본적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의 정책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며 중국 주식시장에 투자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모사바르-라흐마니 CIO는 블룸버그통신에 지난해 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한 반간첩법 개정, 일부 실업률 통계를 일정 기간 발표하지 않은 점, 이번 전인대 폐막 때 30여년 만에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한 점 등을 불확실성의 예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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