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home    〉   Q&A

‘하얼빈 임시정부’ ‘자위대’로 얼룩진 3·1절…정부의 ‘실수’ 왜 반복되나?

행복한 0 15 03.04 17:35
이번 3·1절은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얼룩졌다. 행정안전부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3·1운동이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됐다라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게재해 논란 끝에 삭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 배경 글귀가 공교롭게 앞글자만 따서 세로로 읽으면 일본 군대인 ‘자위대’로 읽혀 논란이 됐다. 누리꾼 사이에서 너무 부주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등 설왕설래했다.
홍보물과 교재 등에 대한 안일한 검수로 인한 정부의 ‘역사관 논란’이 되풀이되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사 전문가들은 이번 3·1절에 불거진 논란을 두고 무지를 드러내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구매 어처구니없는 실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단순 실수로 웃어넘길 수 없는 것은 국방부 교육자료에조차 ‘독도가 분쟁 지역’이라 쓰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3·1 운동이 1919년 3월1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을 중심으로 시작됐다는 건 중학생도 아는 내용 아닌가요.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인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3일 경향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행안부가 삭제한 카드뉴스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전 관장은 얼토당토 않은 실수인데, 그만큼 정부가 3·1운동 등 독립운동에 얼마나 무지한지 보여준다고 본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공식문서나 다름없는 공식계정에 이런 엉터리 문서를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몰상식적 게시물이며 논쟁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행안부는 앞서 3·1운동은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선언과 동시에 만주, 한국, 일본 등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일 독립운동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3·1 운동은 서울 종로에서 민족대표 33인이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시작됐다. 임시정부는 3·1 운동 직후인 4월11일 수립됐고, 장소도 하얼빈이 아니라 상하이였다. 논란이 일자 행안부는 검수를 통해 유사한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 깊게 확인하겠다면서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앞서 국방부 장병 정신전력 기본교재에 독도가 영토분쟁 지역으로 적혔던 사건을 떠올렸다. 이는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결국 국방부는 기술된 내용 중 중요한 표현상의 문제점이 식별됐다면서 전량 회수했다.
안병욱 가톨릭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두 경우 모두 실수라고 하지만, 그 실수가 반복되고 있지 않나라며 정부 내에 뉴라이트 사관 등 뒤틀린 역사의식을 가진 이들이 존재하고, 이들의 생각이 불거져 나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이 전 독립기념관장은 한 번뿐이었다면 실무자의 실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가 될 때마다 일본 친화적인 기조가 일관적으로 느껴진다라면서 그 일관성이 이 사안을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의도적인 메시지로 읽히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계와 소통 없는 일방적 보훈 행정이 이런 사고를 초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당시 국방부는 홍 장군 흉상 철거 추진 이유로 역사학계 정설과 동떨어진 홍 장관 이력에 관한 내용을 앞세웠다가 학계의 반발을 샀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현 정부가 3·1절, 광복절 등 국경일에 역사 연구자에게 자문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라며 독립운동을 가볍게 보거나 폄하하는 시선이 작은 실수에서부터 드러나는 것이라고 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대외적 SNS 관리는 어떤 정부든 기본적인 공신력을 갖추기 위해 검수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학계 전문가에게 검토를 받는 등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위대’ 문구 소동 역시 사전에 걸러져야 하는 대목으로 지적됐다. 방 기획실장은 3월1일은 유명 인플루언서가 일본에 가는 것도 논란이 되는 날이라며 너무 뚜렷하게 보이는 세 글자를 의전을 준비하는 이들이 알아차리지도, 거부감을 느끼지도 못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