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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머리 여성 폭행’ 피해자·도와준 남성 “혐오범죄 법 개정을”

행복한 0 10 04.09 18:10
피해자 ‘난청’ 평생 보청기 껴야…조력자 실직해 생활고가해자 선처 호소에 심신미약 안 돼…피해 지원도 강조
지난해 11월 한 20대 남성이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했다. 일면식도 없던 사이였다.
편의점에서 딸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던 50대 남성은 여성을 돕다가 역시 폭행을 당했고 어깨와 이마, 코, 오른손 등에 골절상을 입었다. 사건 이후 다섯 달이 지난 현재 두 사람은 신체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대 여성 A씨는 왼쪽 귀에 난청이 생겨 평생 보청기를 착용하게 됐고, A씨를 도운 C씨는 직장을 잃고 생활고를 겪고 있다.
20대 남성 B씨는 ‘머리가 짧으니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A씨를 폭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나 메갈리아는 좀 맞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수상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고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9일 1심 선고를 내린다. 경향신문은 선고를 앞둔 7일 피해자 A씨와 C씨를 서면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성별을 떠나 모든 혐오범죄 피해자가 법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정한 사과도 없이 처벌을 피하려고만 하는 가해자가 큰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했다는 점에서 혐오나 편견이 동기가 된 ‘혐오 범죄’ 성격이 강하다. 검찰도 이 사건을 혐오범죄로 규정하고 유사 사건을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에는 관련 법규가 없다.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등은 관련 법에 따라 피해자를 명명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지원할 수 있지만 A씨는 폭행 사건의 피해자로 규정되고 혐오범죄라는 폭행의 맥락은 고려되지 않는다. A씨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여성 혐오범죄와 제3의 피해자 지원법을 신설하자는 의견이 반영됐으면 좋겠다며 피해자는 도움을 받고, 가해자는 엄벌에 처해지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피해자는 B씨가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처벌을 피하려고 해선 안 된다며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B씨 변호인 측은 지난해 첫 공판을 앞두고 ‘창창한 미래를 생각해달라’며 피해자들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B씨 변호사가 집행유예가 나오면 피해자들에게 월 20만원씩 보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너무 황당했다며 이 사건에는 피해자가 두 명이고 둘 다 큰 후유증을 겪고 있다. 심신미약으로 인한 선처 없이, 5년을 꽉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 다섯 달이 흘렀지만,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무력했던 자신의 모습이다. A씨는 C씨에 대한 죄책감이 컸다. 그는 나를 돕기 위해 뛰어들었던 어른께 죄송하다며 그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함께 가해자를 저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지금도 죄책감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C씨는 사건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그냥 피하지 그랬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는 나도 딸 키우는 아빠인데 어떻게 그냥 지나치겠느냐고 했다. 이어 그는 만일 그때 모른 척했다가 나중에 더 큰 일이 벌어지고 사건을 뉴스에서 봤다면 더 마음이 괴로웠을 것이라며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도왔더라면 보청기를 끼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더 빨리 돕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들은 범죄 이후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는 당장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병원비, 생활비 등 경제적 지원이 가장 큰 도움이 되겠지만 다시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상담이나 자활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씨에 대해 A씨는 정의의 대가가 생활고라니 너무나 속상하고 화가 난다며 그분이 복직하거나 재취업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이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짧게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있다. 시력이 한번 떨어지면 회복할 수 없듯 청력도 마찬가지다. A씨는 더 이상의 청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보청기를 끼고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저를 돕다가 다친 피해자 어른께 가장 큰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분께서 저를 돕지 않으셨다면 저의 오늘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매일매일 하루씩 버텨내고 이겨내며 살고 있습니다. 절대 지지 않겠습니다.
오늘도 아침엔 입에 빵을 물고 똑같이 하루를 시작하고…
국내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한 (여자)아이들의 ‘난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아딱질)는 지난 몇 년간 유행했던 K팝과 사뭇 느낌이 다르다. 이 노래는 지난 1월 발매된 (여자)아이들의 두 번째 정규앨범 <2>의 6번째 트랙에 수록된 곡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가사다. 한글보다 영어 가사가 더 많은 요즘 K팝과 달리 가사 전체에 영어가 거의 없다. 곡의 내용도 지극히 일상적이다. 노래를 들으면 피곤한 얼굴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중, 과거의 인연이었던 누군가를 우연히 목격하고 온종일 심란해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주인공은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낸 뒤 결국 그냥 지나치는 게 나을 것 같아. 난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라고 자기감정을 정리한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법한 일을 담백한 가사와 펑크 기반의 밝은 밴드 사운드에 녹여낸 ‘아딱질’은 입소문을 타고 조용히 역주행했다. 그리고 1달 반 만에 유튜브, 멜론, 지니 등 음원 차트를 모두 석권했다.
앨범의 타이틀곡도 아닌 수록곡이 별다른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인기를 끈 것은 최근 K팝 청취자들의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선호 경향 때문이다. 이지 리스닝은 ‘듣기 편하고 쉬운 멜로디를 가진 음악’을 말한다. ‘아딱질’은 전형적인 이지 리스닝 음악이다. (여자)아이들의 기존 히트곡 ‘퀸카(Queencard)’ ‘톰보이(Tomboy)’ ‘누드(Nxde)’ 등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아딱질’에 이어 음원 차트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인 보이그룹 TWS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역시 마찬가지다. 이 곡은 드럼과 신스 사운드가 경쾌하게 섞인 멜로디에 첫 만남의 설레는 감정을 귀여운 가사로 표현했다. ‘아딱질’과 비슷한 시기 발매돼 ‘청량한 이지 리스닝 댄스곡’ 이라는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차트 상위권으로 진입했다.
이지 리스닝의 유행은 ‘듣는 음악’보다 ‘보는 음악’의 느낌이 강했던 최근의 K팝 스타일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화려하고 멋진 퍼포먼스, 독특한 세계관, 뚜렷한 콘셉트 등 음악 외적인 것들이 음악 그 자체보다 더 주목을 받는 분위기에 대한 피로감이다. 대중문화 전반에서 나타나는 거대한 레트로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여자)아이들의 ‘아딱질’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요즘 재유행하는 J팝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상에서 얻는 소소한 깨달음을 얻고 작은 행복을 찾는 가사,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편안한 멜로디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사실 10~20년 전 K팝은 오히려 요즘 유행하는 이지 리스닝 음악과 비슷했다며 대규모 기획과 설정의 시대가 지나가고 편한 음악의 시대가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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