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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예술과 오늘]퍼져라, 동네책방 ‘삶의 향’

행복한 0 23 03.12 06:35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최은영의 단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는 ‘영인문고’라는 중고책방이 등장한다. 천장까지 이어지는 책장이 책방의 삼면에 자리했고, 가운데에는 기다란 평대가 있는,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런 중고책방(사실 ‘헌책방’이라는 표현이 더 정겹기는 하다) 모습이다. 화자(話者) 희원과 대학교 영어강사인 그녀가 거기서 함께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그곳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일종의 정서적 연대감 같은 것을 경험한다. 서점, 책방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곳에 가는 일을 즐거워하는 내게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희원이 계산대에 가만히 앉아서 손님이 오는지 가는지 신경쓰지 않던 책방 주인 덕분에 책방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고백이었다. 그 어떤 책도 권하지 않는 그곳에서 희원과 그녀는 오히려 책이라는 세계에 더 빠져들었을 것이다.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주인공 영주에게 서점을 연 후 몇달간은 겨우 하루하루를 버틸 뿐인 정지된 시간이었다. 서점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직진하다가 찾아온, 일종의 번아웃이었다. 영주는 문만 열어놓았을 뿐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정집들 사이에 있는 터라 동네 사람들이 이따금 찾아들었지만 몸속에 피가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는 사람처럼 하얗게 앉아 있는 영주를 보고는 발길을 끊었다. 예쁜 얼굴에 화려하게 차려입길 좋아하는 민철 엄마가 그런 영주에게 한마디 한다. 으이그, 동네에 서점이 생겼다고 다들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알아?
영주는 그제야 반만 차 있던 책장에 책을 채워 넣고, 바리스타도 채용한다. 휴남동 서점은 동네 사람들에게 그렇게 숨통 트이는 시간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조금씩 변모해간다. 하루 중 이 시간만 확보하면 그런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우리 인간은 복잡하게 만들어졌지만 어느 면에선 꽤 단순해. 이런 시간만 있으면 돼. 숨통 트이는 시간. 하루에 10분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아, 살아 있어서 이런 기분을 맛보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시간.
광화문이든, 강남이든 번화가에 갈 일이 생기면 최종 코스는 늘 서점이다. 그런데 영인문고처럼 손님이 오는지 가는지 신경쓰지 않는 주인도 없건만, 대형 서점들은 입구부터 마음이 불편하다. 대개의 서점은 입구에 저자의 얼굴과 커다란 카피를 내건 채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면서 몇몇 책들을 경쟁시킨다. 매대의 비용은 모두 출판사 부담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온라인 서점도 마찬가지다. 화면을 열면 ‘편집장의 선택’ ‘베스트 예감’ ‘핫이슈’ ‘요즘 이 책’ 등등의 이름으로 몇몇 책들만 오롯하게 강조한다. 이 비용 역시 출판사 부담이다.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책은 오로지 읽는 사람의 것으로, 그것을 선택하는 일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요즘 서점들은 몇몇 책만을 강조, 아니 강요한다. 누군가에게는 어떤 책을 권해주는 일이 언제나 필요하겠다. 하지만 마음에 담아둘 책은 무수한 책들 사이에서 방황하며, 때론 길을 잃기도 해야 겨우 찾아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휴남동 서점 같은 동네 책방들이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어 반갑다. 규모가 작다 보니 한정된 책을, 하여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책들이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동네 사람들의 말길이 트이고, 정을 나누고, 누군가는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 마음에 담을 책도 한 권 찾게 된다. 우리네 삶의 실핏줄 같은 동네 책방들이, 그리고 모든 서점이 그런 공간이기를 오늘도 꿈꾼다.
표절공장 ‘생성형 AI’
포토카드인가, 포커카드인가
종이책,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이차전지 소재 생산공장에서 노동자 수백명이 화학물질에 노출돼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노동자와 관련 단체들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은 11일 여수고용노동지청에 포스코필바라리튬솔류션에서 발생한 수산화리튬 유출 사고와 관련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광양시 율촌산업단지에 있는 포스코필바라에서는 지난주 수산화리튬이 유출됐다. 포스코홀딩스와 리튬광석 공급업체인 호주 필바라사가 합작으로 설립한 이 회사는 이차전지 배터리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을 생산한다.
수산화리튬은 사람과 접촉 시 피부와 호흡기에 이상 증상이 있을 수 있다. 회사와 노동조합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공장에서는 지난 6일 오전 공장 가동 과정에서 50∼100㎏ 사이로 추정되는 수산화리튬이 분말 형태로 유출됐다.
사고는 제품 이송 배관을 연결하는 실리콘 재질 튜브가 찢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된 수산화리튬으로 인해 인근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80여명이 호흡기 이상을 호소,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병원 진료를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 지난 7일 20여명이 병원을 찾았고 지난 9일에도 170여명이 호흡기 이상을 호소하며 병원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증상을 보인 노동자는 아직 없다.
포스코필바라 측은 처음 유출된 수산화리튬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강한 바람 등으로 수산화리튬이 흩날리면서 노동자들이 추가 피해를 호소한 것이라면서 이상을 느끼는 노동자들에게 병원 진료를 받도록 했다.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자들에게 사고 경위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으며 회사와 고용노동부가 소극적인 행정으로 문제를 키웠다면서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ㄱ ㄴ ㄷ/ ㅏ ㅑ ㅓ ㅕ/ 처음 보는 글자/ 가 갸 거 겨/ 가지/ 고구마/ 글자 겨우 아니/ 하하 호호/ 로 료 브 비/ 글자가 비료지.
19세에 충북 괴산 산골에 시집와서 평생 농사일을 해온 78세의 안대순 할머니가 쓴 글이다. 추영자 할머니는 괴산에 시집오던 날의 감회를 앞에도 산 뒤에도 산/ 산만 보여/ 도망도 못 가네라고 적었다. 진달래반 정희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할머니는 엄마 산소에 있는 열매를 먹으면/ 젖맛이 났다고 회상한다. 한때 빛나는 이팔청춘이었던 할머니들은 이제 괴산두레학교에서 벗들과 함께 한글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썼다.
시화집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삼인)는 2009년부터 성인문해교육을 해온 괴산두레학교(대표 김언수)가 2014년부터 10년 동안 어르신들이 쓰고 그린 시화를 엮은 책이다. 해마다 할머니들의 시화를 모아 달력을 만들어 보급했다. 60대 후반에서 90세가 넘은 일흔아홉 분의 할머니들, 네 분의 할아버지들이 쓰고 그린 121편의 시화를 한데 엮었다. 표제작을 쓴 84세 윤영자 할머니는 얘들아 걱정 마라/ 잔소리 하지 마라/ 내 걱정 하지 마라/ 엄마는 하고 싶다/ 이제는 하고 싶다/ 내 인생 내가 산다/ 사는 데까지 살다 갈란다라고 썼다.
‘내 인생 내가 산다’는 할머니의 선언이 눈에 띈다. 어쩌면 할머니의 선언은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해지는 ‘인생 문해력’을 강조한 말이 아닐까 한다. 사회학자 김찬호는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되었습니다>(서해문집)에서 자기를 상대화하면서 보편적인 관점으로 나아가고, 사물의 근본을 캐묻는 격물치지의 정신으로 인생 문해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상에 충실하되,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몽테뉴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른 공기를 마시는 희열’이 필요하다고 해야 할까.
각자의 쓰임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삶은 찰나의 것
괴산 할머니들의 글을 읽으며 글자가 비료지라는 표현에서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이른바 배웠다는 ‘먹물’ 시인들의 작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표현들이 사금파리처럼 박혀 있다. 수년 전 경북 칠곡 할매들이 쓴 시집 <시가 뭐고?>(삶창, 2015) 편집에 참여하면서 박차남 할매가 쓴 깨가 아주 잘났다라는 표현을 접하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척박한 땅을 살리는 데는 녹비(綠肥)가 필요하듯이, 괴산 할머니들에게 괴산두레학교는 ‘글자가 비료’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 귀한 배움터가 되었다.
괴산두레학교와 이런저런 인연으로 책에 추천사 몇마디를 보탰다. 지난 십년의 시화를 묶은 이 시화집에는 나이 듦에 저항하려는 항노(抗老)의 태도 따위는 없다. 나이 듦을 수용하고 긍정하려는 향노(向老)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시화집은 나이 듦의 향기를 뜻하는 ‘향노(香老)의 자화상’이라고 부르고 싶다. ‘공책을 사가지고/ 나올 때는/ 행복합니다’(전영순)라고 말하는 괴산두레학교 할머니들이 있는 한, 그 땅은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3월6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르떼숲에서 ‘내생내산 원화전시회’가 열린다. 말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정치의 계절, 할머니들이 쓰고 그린 시화의 ‘연약한 말들’을 보며 나를 나이게 하는 자기 해방의 서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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