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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상 ‘종로 빡빡이’의 늦은 회한…그는 왜 ‘마약 지옥’을 못 벗어났나

행복한 0 11 04.12 06:13
마약 손댔다 감옥 들락날락치매 노모 부양 위해 새 삶
노력했지만 생활비 쪼들려돈 벌려 유혹 넘어갔다 속아마약 돌려주려다 체포·재판
너무 억울 항변과 후회다니던 교회, 법원에 탄원서
지난 1월17일 오후 8시쯤 서울 서초구 남부버스터미널 후문 건너편 도로에서 덩치 큰 남자가 손짓했다. 50대 최모씨는 남자가 탄 쏘나타 차량으로 다가갔다.
주세요. 남자가 말했다. 최씨는 바지와 패딩 주머니에 넣어둔 비닐팩을 건넸다. 돈 돌려줘. 최씨가 말했다. 남자가 내민 것은 수갑이었다. 서초경찰서 형사에게 붙잡힌 최씨는 지난 2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마약을 팔러 간 게 아니었다. 자신이 산 마약을 환불받으러 간 것이었다. 최씨는 덩치 큰 형사가 자신에게 마약을 판 남자의 심부름꾼인 줄 알았다.
출소한 지 1년이 채 안 된 때였다. 최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을 살고 지난해 3월16일 출소했다.
최씨는 ‘종로 빡빡이’라는 별명으로 마약 유통의 세계에선 나름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었다. ‘건달’ 생활을 하다 마약에 손댔고, 과거 연예인 마약 사건에도 연루된 적이 있었다. 철창 신세를 지게 됐고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빈털터리가 됐다.
그는 어쩌다 다시 마약 거래에 나섰을까.
그는 돈이 필요했다. 중증 치매를 앓는 노모 때문이었다.
3년 전 치매 판정을 받은 어머니가 허리를 다쳐 입원 중이었는데 상태가 악화됐다. 어머니는 요양병원에서 하루 수십통씩 전화를 걸어 최씨를 찾았다. 최씨는 9월부터 일을 그만두고 치매 어머니를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모시고 살았다.
어머니는 아이가 됐다. 하루 5~6차례 어머니의 대소변 기저귀를 갈았다. 빨래, 청소, 식사 준비가 모두 그의 몫이었다. 종일 어머니를 돌보고 새벽이 되면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다녀왔다. 새롭게 살아보자며 노모를 모시고 동네 교회를 꾸준히 다녔다.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비·약값·집세 등 생활비가 적지 않게 들었다. 모아둔 재산도, 변변한 기술도 없었다.
어느 날 그에게 텔레그램 메시지가 왔다. 중국에 있는 필로폰 판매업자 김모씨였다. ‘필로폰이 필요하지 않냐’는 제안이었다. 최씨는 치매 노모를 돌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필로폰을 구해 되팔기로 했다. 필로폰 50g을 550만원에 사겠다고 답했다.
지난 1월6일 오전 2시40분, 최씨는 경기 안양시 만안구의 한 건물 화단에 550만원을 숨겼다. 김씨에게 연락하자 사진과 동영상이 왔다. 필로폰을 숨겨둔 ‘좌표’다. 약 한 시간 뒤 최씨는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포장을 열어보니 필로폰 약 16g과 케타민 0.8g뿐이었다.
그 돈이 어떤 돈인 줄 알아? 엄마 병원비야. 약 필요 없으니 돈 돌려줘! 최씨는 김씨에게 따졌다.
전액은 못 돌려주고 300만원만 돌려줄게요. 며칠 동안 답이 없던 김씨가 연락해왔다. 그런데 물건 테스트해봤어요? 김씨의 유혹에 최씨는 넘어갔다. 필로폰 0.08g을 투약했다.
최씨는 마약을 돌려주고 돈을 돌려받기로 한 날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았다.
그는 김씨의 공작에 당한 것이라며 너무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필로폰을 구입하고 투약한 증거는 확고했다.
최씨가 구속되자 어머니는 교회와 그의 누나가 돌보게 됐다. 최씨가 어머니를 모시고 다녔던 교회 목사와 교인 등 19명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다. 최씨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목사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교도소 안에서 주고받는 90도 인사가 왜 이리 자연스러운지. 이 길이 내가 걸어온 길인가요. 너무도 늦은 후회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4·10 총선에서 189석을 확보하면서 압도적인 의회 권력을 거머쥐었다. 민주당은 여권 이탈표 11표만 더 확보한다면 대통령 탄핵소추는 물론이고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도 무력화할 수 있다. 민주당이 200석이 필요한 개헌이나 대통령 탄핵소추 등을 곧바로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대표는 ‘오만한 야당’ 프레임을 경계하면서 일단 민생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1일 제22대 총선 개표 결과 지역구 161석과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4석을 합쳐 총 175석을 얻었다. 조국혁신당(12석), 새로운미래(1석) 등 범야권 의석수를 합치면 189석에 달한다. 민주당은 범야권 공조를 통해 각종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개혁신당(3석)이나 국민의힘 이탈표 11표만 더 확보한다면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거나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도 무력화할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원톱 체제는 총선 압승으로 더욱 공고해졌다. 민주당 지역구 현역 의원 120명 중 29명(32.5%)이 공천 탈락 등의 이유로 교체됐는데, 그 자리에 원외 친이재명(친명)계 정치인이 대거 공천돼 22대 국회에 입성한다. 이 대표의 우군이 늘어난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2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의원 모임인 처럼회와 같이 검찰개혁 등을 주장하는 강성 의원들의 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범야권은 22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을 겨냥한 각종 특별검사(특검) 도입법안이나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며 공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검찰 고발사주 의혹, 자녀 논문 대필 의혹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예고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진상규명 특검법,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재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에 윤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야권 공조를 제안할 수도 있다.
다만 민주당이 200석이 필요한 개헌이나 대통령 탄핵소추 등을 곧바로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대표는 일단 ‘오만 경계령’을 내리면서 자세를 낮췄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선거 이후에도 늘 낮고 겸손한 자세로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여야 정치권 모두 민생·경제 위기 해소를 위해서 온 힘을 함께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자세를 낮춘 것은 총선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와 연결된다. 민주당의 압승은 높은 정권심판론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민주당이 이번에 얻은 175석은 4년 전 21대 총선의 180석보다 5석 적다. 민주연합의 정당득표율은 26.69%로 국민의미래(36.67%)보다 적다. 이 대표가 ‘몰빵’을 호소했는데도 조국혁신당은 24.25%를 받았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선명한 야당 지지층뿐 아니라 반윤석열·비이재명 성향 유권자들도 조국혁신당을 찍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대정부 투쟁 수위를 정부·여당과 조국혁신당의 태도를 보면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강하게 나가도 국민의 양해를 받겠지만,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변했는데도 민주당이 오만해지면 다음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조국혁신당이 탄핵이나 특검 등을 빠른 속도로 하겠다고 한 만큼, 민주당은 당분간 상황을 보면서 중도층을 아우르고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야당은 한동훈 특검법 같은 정쟁 이슈를 주도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사회경제적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다며 정쟁적 이슈와 민생 이슈의 양 날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조만간 차기 지도부 선출에 돌입한다. 이재명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 홍익표 원내대표의 임기는 21대 국회가 끝나는 5월까지다. 22대 국회가 시작되기 전에 원내대표를, 22대 국회 시작 후 3개월 후에는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이번 총선을 거치며 친(이재)명계 인사들이 대거 원내에 입성해 차기 지도부 선출은 친명계 체제 공고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민주당에 따르면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22대 국회에서 5선이 되는 우원식 의원, 4선이 되는 정청래 최고위원, 3선이 되는 박찬대 최고위원 등이다. 모두 친명계다.
이 대표가 다시 전당대회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대표 연임 금지 규정이 없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의) 향후 정치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계획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이재)명계에서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박용진 의원 등이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직접 나서든, 친명계에서 하든 이 대표 체제가 강화되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대표 후보군도 친명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4선이 되는 김민석 의원, 3선이 되는 김병기·김성환·김영진·박주민·한병도 의원 등이다. 이 대표 체제에서 대부분 핵심 당직을 맡았던 인물이다. 김민석 의원은 정책위의장을 거쳐 총선 상황실장을 맡았다. 김병기 의원은 수석사무부총장이다.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이자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장도 맡아 공천 실무를주도했다. 김성환 의원은 인재위원회 간사, 김영진 의원은 대표 정무조정실장, 한병도 의원은 전략기획위원장을 각각 맡고 있다. 박주민 의원도 원내수석부대표다.
원내대표 경선도 친명 선명성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내 관계자는 공천 경선 과정에서 나타났던 ‘누가 더 친명이냐’라는 기준이 의원들 투표인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후보가 친명이기 때문에 이제는 친명, 비명은 없을 것이다. 다른 기준이 차별점이 되지 않겠느냐며 원내대표 선거는 친소 관계 같은 변수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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