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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날자···항공 물동량도 ‘날개’

행복한 0 8 05.17 04:16
국내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최근 덩달아 수혜를 입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항공 산업이다. 하늘길로만 수송해야 하는 반도체의 특성 덕에 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이 촉발한 반도체 시장의 변화가 그동안 침체돼 있던 화물기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이다.
16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항공 화물 수출액은 687억1845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2억7046만달러보다 29.0% 늘었다. 이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액이 약 9.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항공 운송의 회복세가 유독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부쩍 좋아진 반도체 경기가 전체 항공 물동량을 밀어올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력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항공 수출액은 올해 1~4월 203억6603만달러다. 전체 항공 수출액의 29.6%를 차지한다. 글로벌 테크 업계의 경쟁적인 AI 관련 투자 덕에,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다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까지 더하면 반도체가 항공 수출에서 차지하는 몫은 45.4%에 달한다. 하늘길 수출 물량의 무려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을 반도체가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기업과 항공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 여타 수출품은 대부분 바닷길을 이용하는 반면 반도체는 거의 대부분 항공기로만 운송한다. 온도·습도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고온·극저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제품에 변형이 와 심하면 전량 폐기하는 사태에 맞닥뜨릴 수 있다. 바다 위에서는 가혹한 날씨나 습도, 진동에 노출되기 쉬워 해상 운송은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비행기는 압도적으로 빠르다. 해상 운송이 미국 기준 2개월 가까이 걸리는 데 비해 화물기는 길어야 1주일이다. 글로벌 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강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을 만큼, 반도체와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항공 운송은 밀접하게 얽혀 있다.
무게에 비해 단가가 높은 반도체는 항공사의 주 수입원이기도 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전체 항공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무게 기준)은 10%도 안 된다며 반도체는 물량이 많다기보다는(단가가 높은) 비싼 화물에 속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발 훈풍 덕에 항공업계 실적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한항공의 올 1분기 화물수송 매출은 996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9% 감소했으나, 화물수송량(FTK)은 전년 대비 7.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화물 운임이 11% 이상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취급 물량이 늘면서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2023년 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경기 침체와 중국의 내수 부진으로 인해 항공화물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요 덕에 항공화물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중국을 오간 항공 화물량은 22만4912t으로, 전체 항공 화물량의 16.7%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4500t(14.2%)에 비해 규모·비중 면에서 동반 성장세가 뚜렷하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특히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중국발 미주행 직구 물량이 늘어나면서 인천~미주 간 운임·물동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항공화물 업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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