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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사망’ 있었던 아파트 경비원에게 듣는 ‘노조가 필요한 이유’[강남 아파트 경비노동자 사망 1주기]

행복한 0 27 03.15 05:50
10년 전에는 ‘그만둬라’고 하면 그만둬야 했죠. 사실상 인간 이하의 대우였죠. 그런 분위기가 5~6년 전부터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13일 이충근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노조 지회장이 10년 전을 회상하며 말했다. 그가 꼽은 경비원 처우 개선의 핵심은 노조활동이라고 했다. 이 지회장은 예나 지금이나 경비원은 사회적 약자다. 악성 민원이나 불이익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누군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11월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입주민 갑질을 폭로하고 분신해 숨진 사건은 사회에 충격을 줬다. 당시 노조는 책임자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이후 경비원 전원해고 논란이 일었지만 노조와 입주민간 합의로 갈등이 봉합됐다. 지난 2022년에도 농성을 벌여 고용승계 약속 등을 받아냈다.
노조 활동은 많은 것을 바꿔놨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 76명 중 70명이 관리원으로 일한다. 관리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다. 계약은 ‘3개월 쪼개기 계약’이 아닌 1년 계약으로 이뤄진다. 퇴직금을 떼일 염려가 적고, 추가근무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손익찬 일과사람 공동대표변호사는 신현대아파트 사건으로 입주자대책위의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후 교대근무제도, 독립 휴게 공간 확보 등이 제도적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 지회장은 여전히 무리한 요구를 하는 입주민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단지 내 미화 업무, 택배·등기 보관업무 등 가욋일을 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10년 전보다 경비노동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나아졌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사업장에서 이 같은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노조를 만들려고 해도 비정규직·하청고용 구조 등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정의헌 전국민주일반노조 공동주택분과 조직위원장은 비정규직은 계약 기간이 3개월인 경우가 제일 많은데 괜히 나섰다가 계약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선뜻 노조를 설립하려고 나서기 어렵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용역업체나 관리사무소가 노조를 만드는 것을 경계하니 연세가 많은 분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일하겠다고 노조를 만드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위탁회사, 경비용역회사가 있는 간접 고용 구조가 있다. 이 때문에 일상적 노사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고 했다. 하청에 해당하는 관리업체와 경비용역업체가 원청인 입주자대표회 눈치를 보는 탓에 경비원들의 노조 설립을 막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적은 인원 규모와 1인 근무체계도 걸림돌이다. 남 소장은 대부분 아파트단지가 10명 내외 소수로 근무하기 때문에 노조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김선기 민주일반노조 사무처장은 근무 시간이 각자 다르고 초소 등에서 일하는 1인 근무체계도 노동자들끼리 연대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코로나 이후 3개월 단기계약이 빠르게 확산했다. 전국의 경비원 90%는 3개월 계약이라면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으로 고용안정이 이뤄져야 마음 놓고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지회장은 인원 부족 문제는 개별 아파트 경비원들이 연합 노조를 결성하는 방식으로 해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이종섭 전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국방부 장관이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외교부 관계자는 13일 이 대사가 12일(현지시간) 오후 호주 측 요청으로 아서 스피루 호주 외교통상부 의전장을 면담하고 신임장 사본을 제출했으며 대사로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신임장은 재외공관에 파견된 대사가 자국 국가원수로부터 받아 주재국 정부에 제정하는 문서다. 이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장 원본을 받지 않은 채 사본을 갖고 출국했다. 주재국 국가원수에게 신임장 원본을 제정하기 전에 외교부에 사본을 제출하면 대사로서 제한적 활동이 가능하다.
호주 측은 이 대사의 외교관 신분증을 미리 발급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 대사의 신임장 원본을 조만간 외교행낭(파우치)으로 호주에 보낼 예정이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 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수사 외압 의혹이 대통령실과 연관됐는지 여부를 가르는 핵심 피의자다.
장관보다 한참 낮은 차관보급이 가는 호주대사로 지난 4일 임명된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해 1월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8일 법무부가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내렸고, 이틀 만인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했다. 임명부터 출국까지 모든 절차는 6일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 대사는 전날 주호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공관장 인사말을 올리고 공식 부임을 알렸다.
이 대사는 인사말에서 한-호 관계 발전의 교두보가 되어 호주 전역 16만 명이 넘는 우리 동포사회의 권익 신장과 호주를 찾는 우리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효율적인 영사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속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사 부임을 둘러싸고 교민 사회는 물론 현지 매체도 술렁이고 있어 교두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호주 교민 단체인 ‘시드니촛불행동’은 지난 9일(현지시간) 시드니 애쉬필드 교회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이 대사 부임 규탄대회를 열고 반발했다. 호주 공영방송 ABC는 12일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국내에서 비리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에 입국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대사 부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양국 외교관계에 어려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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