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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 눌리고, 재벌에 꺾이고…윤 정부의 공정위 ‘무뎌진 칼날’

행복한 0 13 03.01 09:54
갑질 횡포 잡을 온플법·플랫폼법업계 반발에 무산되거나 연기
윤 정부 들어 자율규제 내걸었지만갑질 횡포에 입점업체 고통 계속‘배민’ 수수료 논란 대응도 소극적
재벌 사익편취 고발지침 개정 시도재계 손사래 치자 한 달 만에 철회
업계 1위 플랫폼에 입점해 8년째 물건을 파는 A씨는 온라인 최저가로 플랫폼에 상품을 공급한다. 입점 플랫폼이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을 강요하면서다. 최근에는 플랫폼에서 그간 받지 않던 광고비까지 요구해 사실상 ‘역마진’을 보고 있다. 갑질을 당하고 있지만 보복이 두려워 문제를 제기하지는 못한다. 거래 플랫폼과 자신의 판매 상품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A씨는 신고해서 회사가 특정되면 바로 거래가 끊긴다며 갑질 피해를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자율규제’ 기조에 폐기된 온플법
입점업체를 상대로 한 대형 플랫폼의 횡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불공정 문제가 심화되고 있지만 이를 규율할 입법은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갑질로부터 입점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하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은 폐기됐고, 독과점 규제를 위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입법도 업계 반발로 무기한 연기됐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플랫폼 갑질 논란이 확산되자 공정위는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할 온플법을 발의했다. 당시 공정위는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는 플랫폼 갑질 대응이 어려운 만큼 입법 공백을 메울 법·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당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47.1%가 플랫폼으로부터 불공정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온플법 운영 주체를 맡겠다고 나서면서 주도권 다툼이 벌어졌고 법안은 공전을 거듭했다. 이후 ‘자율규제’ 기조를 내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온플법 제정은 흐지부지됐다. 공정위는 플랫폼 자율규제에 맡기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자율규제를 등에 업은 플랫폼의 불공정거래행위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1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소상공인들은 카카오톡의 모바일 상품권 거래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시 높은 수수료 산정과 수수료 차별을 문제 삼아 카카오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카톡 선물하기의 모바일 상품권 유통 단계에서 가맹점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5~11%로, 카드 수수료(1.0~1.5%)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마저 조직화가 이뤄지지 않은 소상공인은 갑질을 겪어도 신고를 하지 못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입점업체나 거래업체가 갑질을 당했다는 제보를 입수해 조사를 나가면 정작 피해업체가 보복이 두려워 협조를 거부한다며 조사 과정에서 증거가 나온 업체로 지목되면 바로 거래가 끊긴다고 한다고 말했다.
■ 공정위, 플랫폼 독과점 문제도 소극적
그간 입법 규제로 대응하겠다던 거래상 지위 남용 등 독과점 문제에도 손을 놓고 있다. 당초 공정위는 구글·애플·네이버·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반칙행위’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국내 플랫폼 업계 등이 반발하고 나서자 지난 7일 법안 제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당초 공정위는 플랫폼법 논의기구 등을 만들어 법안 제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재검토 진척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향후 플랫폼법 제정이 재추진되더라도 법안 핵심인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알맹이 빠진 껍데기 법으로 남는 셈이다.
플랫폼법이 표류하는 동안 곳곳에서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음식배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정률제 수수료’가 논란을 빚고 있다. 배민에서 새로 도입한 정률제 수수료(배민1플러스)는 업주 매출이 늘어날수록 배민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커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고정된 금액의 광고비만 내는 정액제보다 소상공인 부담이 크다. 자영업자들은 배민에 비싼 정률제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배민 측은 정률제는 여러 상품 중 하나일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논란은 커지고 있지만 공정위는 손을 놓고 있다. 배민 수수료 문제는 플랫폼과 입점업체들이 참여하는 자율규제 기구를 통해 알아서 해결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전통 ‘재벌’ 규제도 재계 반발에 포기
기업 반발에 밀려 규제 추진을 포기한 사례는 플랫폼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행위에 관여한 총수 일가를 고발하도록 고발지침을 개정하려다 재계 반발에 밀려 추진을 전면 백지화했다. 당시 공정위는 고발지침 개정을 통해 그간 사익편취로 해당 법인을 고발하고도 총수 일가는 고발하지 못했던 모순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재계 단체가 나서 반발하자 한 달여 만에 철회했다. 신흥 재벌(플랫폼)뿐만 아니라 전통적 재벌(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도 반발에 밀려 무산된 셈이다. 공정위의 플랫폼 규율 개선 전문가 태스크포스(TF) 활동을 했던 김남근 변호사는 공정위 스스로가 필요에 의해 만들겠다던 규제조차도 재계 입김에 좌초된 것이라며 거대 플랫폼 규제와 재벌 감시 등 공정위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4·10 총선 선거구 획정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 제출안이 최종안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선거구별 의석수 증감을 놓고 2개월여 동안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원안으로 돌아갈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획정위 제출안을 살펴보면 행정구역을 기형적으로 조합하거나 생활문화권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구획된 선거구가 적지 않다. 여야 유불리 셈법을 떠나 기형적인 획정안 자체가 유권자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부천이 대표적 사례다. 획정위는 부천에서 한 석(4석→3석)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천 행정구역은 오정구, 원미구, 소사구 등 크게 가로로 삼등분된다. 현행 선거구는 행정구역에 맞춰 지정됐다. 오정구는 부천정, 원미구 좌측 지역(상동·신중동·중동)은 부천을, 원미구 우측 지역(부천동·심곡동)은 부천갑, 소사구는 부천병이다.
획정위는 부천 행정구역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거구를 구획했다. ①오정구 일부, 원미구 일부 ②오정구 일부, 원미구 일부, 소사구 일부 ③원미구 일부, 소사구 일부로 선거구를 나눴다. 같은 구인데도 선거구가 다른 것이다. 이 때문에 부천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역 대표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행정구역과 생활문화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 수원의 경우도 세류1동이 수원병에 편입돼 권선구라는 행정구역 안에 수원을, 수원병, 수원무 등 3개 선거구가 난립하게 됐다. 부산 북구는 지리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단됐다. 북을의 만덕1동과 화명1동 사이 금정산이 있어 동 사이를 이동하려면 북갑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산을 기준으로 맞은편에 있는 지역끼리 하나의 선거구로 묶어둔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여야가 특례 선거구로 합의했던 지역도 문제다. 공직선거법은 자치구·시·군일부를 떼어내 다른 지역구에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을 선거구 획정원칙으로 삼는다. 여야는 지난 총선 당시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과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을을 한시적으로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례 선거구로 합의했다.
이번 획정위 협상 과정에서 특례 선거구 합의가 불발되면서 강원 춘천이 갑·을로 나눠지고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속초가 한 선거구로 묶였다. 휴전선 접경지 전체가 하나의 선거구가 되는 ‘공룡 선거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속초의 면적은 서울의 8배에 달한다. 지역구가 넓어질수록 지역 대표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총선마다 선거구 획정에 논란이 이는 이유는 인구 편차가 최우선으로 고려되기 때문이다. 이번 획정위는 인구 편차 범위를 13만6600명 이상 27만3200명 이하로 설정했다.
인구 상·하한 기준에 맞추다 보니 주로 농산어촌 지역에서 기형적인 선거구가 탄생한다. 획정위 제출안에 따르면 전남 영암·무안·신안은 찢어져 주변 지역구에 편입됐다. 전북 남원·임실·순창도 지역구가 해체됐다. 경기 북부 지역인 포천·연천·가평은 하나의 선거구로 묶여 또 다른 공룡 선거구가 됐다.
21대 총선에선 전남 순천이 논란이 됐다. 순천시(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서 해룡면만 떼어내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붙였기 때문이다.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헌법소원을 냈지만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는 기각했다. 이번 획정위는 순천시를 갑·을로 나누고 광양·곡성·구례를 하나의 선거구로 묶는 안을 제시했다.
여야는 본회의를 이틀 남겨둔 27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소한 합의된 4개 특례 지역만이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정안을 제시하든가 아니면 획정위 안을 받든가 빨리 입장을 정하라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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