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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쪽방촌…빈자들 오늘도 죽음 내몰린다”

행복한 0 20 02.29 21:54
10년 전 우리는 송파 세 모녀의 ‘죄송합니다’ 메모를, 지난해 1월에는 성남 세 모녀의 ‘미안합니다’ 메모를 봤습니다. 여전히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6일 오전 11시5분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맞은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송파 세 모녀’ 1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10년 전인 2014년 2월26일 서울 송파구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월세 및 공과금 70만원과 함께 ‘주인집에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한 사실도 알려졌다.
송파 세 모녀의 10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제에 참여한 30여명은 한 손에 국화꽃을, 다른 한 손에 송파 세 모녀 10주기, 정부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 구축하라 송파 세 모녀 잊지 말자는 외침, 추모의 연대로 빈곤 없는 세상을 등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대통령실 맞은편 도로에 마련된 송파 세 모녀 추모 제단에는 떡, 사과 등 제사 음식과 참가자들이 헌화한 흰색 국화꽃 30여개가 놓여있었다. 조계종 스님들이 추모 제단 앞에서 기도문을 낭독하는 사이 참가자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 참가자는 헌화를 한 인스타그램 팔로워 구매 뒤 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리고는 눈을 감고 한참 동안 고개를 숙였다.
추모식은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페폐지 공동행동 등의 주최로 열렸다. 장애인, 홈리스, 전세사기 피해자 등 빈곤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과 관련 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송파 세 모녀의 죽음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정희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송파 세 모녀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국가와 집주인에 미안함을 표한 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라고 했다. 하 위원장은 빈곤으로 죽음에 이르는 것이 얼마나 처절하고 외롭고 쓸쓸한지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수십 번 느꼈을 것이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흘렸다.
빈자들이 죽음에 내몰리는 상황은 여전하다. 하 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어느 새 7분이나 돌아가셨는데, 국민에게 잊힐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라고 했다. 김호태 동자동 사랑방 전 대표는 동자동 쪽방도 주민 1000여명 중에 100명가량이 돌아가셨는데 정부는 공공임대 주택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고 했다.
이들은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이후에도 제도 개선의 과제가 여전히 남았다고 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정부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호언장담을 했으나 복지제도가 바뀐 후에도 세 모녀가 신청할 수 있는 제도는 없었다고 했다.
용산구 반빈곤운동공간 아랫마을에서는 ‘송파 세 모녀 법’ 개선 과제를 논의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송파 세 모녀 법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법 신설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사건들이 반복되는 것은 의료 안전망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증거라면서 소득기준은 충족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의료급여 자격을 얻지 못한 이들이 약 73만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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