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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툰툰한 하루]이 세상이 만화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다섯번째 벽’

행복한 0 6 05.20 16:35
네이버웹툰 ‘다섯번째 벽’
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영화 <트루먼 쇼>는 평생 살아온 인생이 사실 세트장 안에서 생중계되는 리얼리티 쇼였다는 것을 깨닫는 주인공 트루먼에 관한 내용입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가짜이고, 내 선택과 의지로 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모두 거대한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면 얼마나 소름 돋고 허무한 일일까요. 영화는 트루먼이 나중에 못 볼지도 모르니 좋은 점심, 저녁, 밤 보내세요! 라는 대사를 남기고 세트장을 떠나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세트장 밖으로 나온 트루먼에게 펼쳐진 세상은 과연 진짜였을까요?
스무 편이 넘는 만화 내내 등장인물들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만화가 아니라는 걸 증명’ 하는 문제로 논쟁하는 만화가 있습니다. 김승원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한 <다섯번째 벽> 입니다.
심리상담사가 꿈인 중학생 현정은 어느 날 선생님에게 뜻밖의 부탁을 받습니다. 선생님은 같은 반 친구인 정현이 진로희망원에 ‘안락사’라고 적은 것을 보여주며, 평소 친구들과 사이가 좋은 현정이 혹시 정현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하죠.
정현을 찾아간 현정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듣습니다. 정현은 현정에게 이 세상은 만화야 라고 말합니다. 현정도, 정현도, 이 교실도, 책상도, 전부 가짜이고 그냥 그림이라고요. 그러면서 자신이 그리고 있는 만화도 보여줍니다. 자기가 만화 주인공이라는 망상에 빠져있는 J, 그런 J의 망상을 깨고 현실로 돌아오게 해주려는 H가 주인공입니다. 정현은 J와 H가 이 세상이 만화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만화의 핵심 내용이며, 만약 H가 ‘이 세상은 만화가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J는 자살하는 것으로 만화가 끝난다고 합니다. 허구라면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으니까요.
<다섯번째 벽> 내용의 상당 부분은 J와 H의 논쟁입니다. 명제의 대우와 삼단 논법, 순환 논법 악마의 증명 등 온갖 용어들이 등장하죠. ‘메타 픽션(Metafiction)’ 기법이 들어간 만화입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그 세계가 픽션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도 공개함으로써 현실과 허구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기법이죠.
만화는 메타 픽션을 기본으로 하면서 여러 겹의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있기도 합니다. 액자 안에 액자가, 그 안에 또 액자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독자들은 현정이 ‘이 세상은 만화가 아니다’라는 증명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을 보고 있는데, 그런 현정을 그리는 만화가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만화가의 담당 PD가 또 현정입니다. 이쯤 되면 무엇이 액자이고 무엇이 액자 속 액자인지 헷갈립니다. 만화를 끝까지 봐도 그 모든 액자를 그리는 최종적인 ‘진짜 현재’ 가 무엇인지는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작가는 혼란을 주려는 의도를 숨기지도 않습니다. 만화의 순서부터 그렇습니다. 1화 다음에는 당연히 2화, 3화가 나와야 하지만, 이 만화는 1화 다음 편이 11화입니다. 인스타 팔로워 구매 ‘1화-11화-2화-12화…’ 이런 식으로 이어지죠. 재미있는 것은 만화는 1화 다음에 2화를 봐도, 11화를 봐도 무리 없이 내용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보다보면 ‘어디까지 인스타 팔로워 구매 가나 한 번 보자’ 라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복잡하지만 독특하고, 철학적이기도 한 웹툰입니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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