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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팔로워 [양권모 칼럼]20년 진보정치 역사의 한 시대가 저문다

행복한 0 13 05.09 11:12
인스타 팔로워 22대 총선 뒤풀이가 요란한 가운데 무감하게 잊히는 정당이 있다. 진보정당 운동의 본령인 정의당이다. 지난주 리얼미터 정기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은 이름 없는 ‘기타 정당’으로 분류될 만큼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진보 집권’을 꿈꾼 게 엊그제인데, 믿기지 않는 반전이다. 총선 일주일 전 117명의 지식인들이 녹색정의당 지지를 선언하면서 녹색정의당이 없는 한국 정치는 상상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여기서 녹색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대체해도 무방할 터이다. 그 상상할 수 없던 것이 현실이 됐다.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의석 확보에 실패해 원외정당으로 밀려났다. 20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을 기점으로 하면, 진보정당 운동이 20년에 걸친 여정 끝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20년 진보정치 역사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양경규 정의당 의원). 저무는 한 시대를 되짚고, 정의당의 실패를 복기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시작할’ 씨앗을 찾을 수 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0석을 확보해 단숨에 제3당으로 원내에 진입했다. 보수 일변의 국회에 노동자 정치세력화 기수인 민주노동당이 입성한 것이다. 당사에서 국회까지 걸어오는 데 5분이 걸렸지만 노동자의 국회 입성에는 50년이 걸렸다(당시 노회찬 의원). 반세기에 걸쳐 굳어져온 좌파 부재의 한국 정치 지형을 민주노동당이 전복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국회 입성을 인스타 팔로워 - 인스타 팔로워 역사적 사건으로 매김하는 이유이다.
원내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비정규직 문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부유세 등 원내 진보정당의 의제와 제안이 시대정신이 되었다. 이렇게 진보정당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모아져 한때 국회 의석 13석, 당 지지율 20%, 대선 득표 200만표에 달하던 빛나는 시절이 있었다. 진보적 의제를 정치권에 투영하기 위해 분투할 때,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그들의 권리 옹호를 위해 헌신할 때 이룩할 수 있었던 성취다.
그 빛나던 시절을 아득한 과거로 밀어내는, 참담한 좌절이 너무 빨리 왔다.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은 의석을 단 1석도 얻지 못해 원외로 밀려났다. 비례 정당득표율은 정당 해산 기준을 간신히 넘은 2.14%에 머물러 의석을 배정받지 못했다. 진보정당의 얼굴인 심상정 의원은 지역구에서 2등도 아닌 3등으로 낙선했다. 진보 유권자들로부터도 철저히 외면받은 최악의 결과다. 22대 총선에서 진짜 망한 정당은 녹색정의당이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내외(內外)의 여러 가지 패인이 거론된다. 우선 정체성 혼란, 민주당과의 관계에서 ‘2중대’ ‘배신자’ 프레임 사이 갈팡질팡한 태도, 선거 노선을 둘러싼 분열, 노회찬·심상정 이후 인물 부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외인(外因)으로는 모든 의제를 집어삼킨 압도적 정권심판론, 위성정당, ‘지민비조’를 내세운 조국혁신당 돌풍 등이 지목된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0석 사태’를 초래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진보정당으로서 선명하지 못한 정체성이 치명적이었다. 언제부턴가 노동 중심성과 현장을 방기하고, 과도한 정체성 정치와 여의도 고공정치에 치중하면서 노선이 흐리멍덩해졌다. 오죽하면 민주당보다 덜 진보정당이란 소리를 들었을까 싶다. 선거를 앞두고 비례 1번 국회의원이 탈당해 반페미니즘 보수정당으로 넘어갔다. ‘못 믿을 정당’이란 이미지가 두텁게 쌓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조국혁신당이 정의당을 대체할 순 없다. 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났지만, 진보정치의 가치와 필요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이대로’ 3년은 너무 막막하다
‘조국 사태’와 ‘조국혁신당 현상’ 사이
누가 정권심판론을 잠재우나
총선 기간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단체로 녹색정의당에 입당했다. 우리가 어려울 때 누군가는 들어줘야 하잖아요. 녹색정의당은 꼭 필요한 정당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처럼 정의당이 필요한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여전히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대변자 역할을 할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광야로 나온 정의당 앞에 놓인 환경은 척박하다. 몰락에 가까운 총선 득표율이 가리키는 바가 있다. 재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의 ‘6411번 버스 연설’에 답이 들어 있다. 이제 여의도를 벗어나 밑으로, 현장으로, 민중 속으로 내려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권모씨(82)는 지난해 11월 외출하다 집 앞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이 사고로 그는 고관절에 쇠를 박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지금은 간신히 일어나긴 하지만 다리가 덜덜 떨리고 계단을 내려가질 못해요. 권씨가 침대에서 힘들게 일어서면서 말했다. 화장실을 갈 때도 부축이 필요한 그는 지난달부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서사원)의 ‘돌봄SOS’ 서비스 지원을 받고 있다.
서사원 요양보호사가 평일 오후 3시간씩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야 살 것 같다고 했다. 요양보호사는 청소·빨래·요리·식사·이동을 도왔고 그는 잃었던 체중을 회복하고 있다.
권씨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사원은 오는 11월부터 서울시 출연금이 끊겨 해산될 처지다. 서울시의회가 국민의힘 주도로 발의된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지난달 26일 통과시키면서다. 서사원은 요구했던 지난해 출연금 예산 168억원 가운데 100억원이 시의회에서 삭감되면서 축소운영되던 터였다. 권씨는 서사원을 없앤다던데, 혼자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은 죽으라는 거냐며 고령사회에 나같은 노인들이 더 많아질 텐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돌봄서비스는 90% 이상 민간에서 제공된다. 서사원은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고 박원순 시장 재임기인 2019년 설립됐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월급제로 운영되는 기관의 임금 체계 등이 ‘인건비가 많이 들고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비판해 왔다. 경영 효율성을 위해 지난해 종합재가센터 12곳이 모두돌봄센터 4곳으로 통폐합되기도 했다. 출범 5년을 맞아 출연금 삭감과 기관 통폐합을 견뎌온 서울시의 공적 돌봄기관 서사원은 폐지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해산을 막을 제도적 버팀목이 사실상 모두 사라진 상태다.
현장 요양보호사와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인 서사원만이 맡을 수 있는 돌봄 사각지대가 존재하는데도 시의회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초기 서사원 요양보호사들은 돌봄이 필요한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돌봤다. 민간기관에서도 기관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서울의 한 모두돌봄센터 센터장 A씨는 2020년 초만 해도 방호구가 제대로 없어서 직원들이 비닐 앞치마 하나에 마스크를 끼고 일했다며 코로나에 걸리는 것을 기피하던 때라 감염 위험군 이용자들을 따로 숙소에 모시고 돌봤다. 예산과 인력이 드는 문제라 민간에서는 그런 대응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지원을 나갔던 최모씨(61)는 코로나 걸리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벌벌 떨면서도 들어갔었다며 방호복을 벗을 수도 없어서 요의를 참아가며 책임감 하나로 일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다시 팬데믹 등 국가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 공공돌봄기관이 없으면 서울시가 어떻게 대처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서사원이 민간기관에서 잘 맡지 않으려 하는 까다로운 이용자를 맡거나,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고 여러 명의 복지사를 파견하는 것이 가능한 기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설명절을 앞둔 지난 2월 뇌졸중으로 거동이 어려운 70대 노인을 보호자들이 방치해 지자체로부터 돌봄 SOS 신청이 들어온 일이 있었다. 서사원은 설날 연휴 내내 인력을 투입했다. A씨는 시장논리로만 보자면 연휴에 갑자기 인력을 투입할 유인이 없다며 서사원에는 요양보호사를 필요한 가구에 긴급 배정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었기에 지원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의회를 통과한 서사원 폐지 조례안을 이송받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기존 이용자·노동자의 민간단체 이양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660여명 중 60여명은 민간단체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여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서사원을 폐지키로 한 시의회 결정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성급하게 이뤄진 것이란 비판을 받는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 돌봄서비스를 해보자고 출범한 지 5년인데 이용자 권리나 서비스 개선 등의 정착을 기다리지 않고 수익성을 이유로 싹을 잘라버리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전 정부에서 한 건 다 없애버리자는 이분법적 접근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사원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서사원 폐지조례안에 대한 재의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영화 티켓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40% 가량 올랐지만 국내 극장업계만 배불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극장이 초대권, 할인 카드 등으로 인한 손해를 배급·제작사에 떠넘기면서 영화계 전체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극장들의 출혈 경쟁에 한국 영화가 희생되고 있다며 멀티플렉스 3사로 대표되는 국내 극장업계를 향해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이틀차인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여성영화인모임,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등 5개 단체가 주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영화상영관 객단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객단가는 관객 1인당 평균매입액(평균 관람 요금)으로 매출을 관객 수로 나눈 값이다. 그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멀티플렉스 3사가 일제히 티켓값을 올리면서 객단가가 2019년 8444원에서 2022년 1만285원으로 상승했지만, 이듬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 9768원이다. 객단가가 실제 티켓값(1만5000원)의 2/3에도 못 미치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여름부터 극장 3사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각종 할인권과 무료 초대권이 남발됐다며 극장 출혈 경쟁에 영화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과 배급사는 입장권 수익을 5:5로 나눠갖도록 되어있지만 객단가 하락으로 배급사가 가져가는 실제 몫은 40%에 미치지 못한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이 대표는 관객 1100만명을 동원한 올해 최고 흥행작 <파묘>를 예로 들었다.<파묘> 객단가가 9655원밖에 안 되고 이때 제작사에 돌아오는 돈은 3797원입니다. 객단가가 1만2000원일 때와 비교하면 티켓 1장당 900원이 사라진 것이에요. <파묘> 제작사는 가만히 앉아 105억원을 손해 본 겁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현재 중단 상태라며 배급사들마저 의지를 보이지 않아 주도권이 극장으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장업계가 관련 정보를 배급·제작사 측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객단가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3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토론회는 침체된 한국 영화계 상황을 보여주듯 시종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발제자 발표 후 자유 토론에서는 정부의 영화제 지원 축소,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 등 산적한 문제에 대한 성토가 터져나왔다.
특히 <범죄도시 4>가 극장가를 독점 중인 데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배장수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결국 한놈만 살아남고 다 죽는 일이라며 스크린 상한제 법제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은 <범죄도시 4>를 계기로 스크린 규제를 추진하자는 제안에 대해 5개 단체가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단체들은 영화제 기간 한국 영화계 위기 극복을 위한 토론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6일에는 ‘2024 한국독립영화 연속 포럼’을 통해 영화제 예산 삭감과 지역 영화정책 백지화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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