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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겨울 같던 우리 가족에게 봄이 찾아왔어요”…충북 첫 중증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루아’가 전하는 희망의 선율

행복한 0 7 05.11 02:17
반도체 기업 네패스의 ‘사회공헌’단원 18명 모두 정직원으로 고용
창단 1년 만에 전국대회 최우수상학교·공공기관 돌며 70여회 공연사회로 한 발짝 내딛는 창구 기대
사람들이 제 연주에 따라 노래 부르는 게 좋아요.
지난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오케스트라 ‘루아’ 연습실에서 만난 김태건씨(21)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김씨는 루아에서 세컨드 바이올린 수석을 맡고 있다.
부단한 연습 끝에 지금은 제법 능숙한 연주자가 됐지만 몇년 전만 해도 김씨에게 바이올린은 생소한 악기였다. 그는 직업훈련을 받던 2022년 10월 오케스트라 창단을 한 달 앞두고 바이올린을 처음 접했다. 당시에는 운지에 서툴러 ‘도레미파솔라시도’도 제대로 짚지 못했다.
김씨는 바이올린에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부착한 운지 스티커를 최근 떼버렸는데 연주가 훨씬 더 잘되는 느낌이라며 이제는 트레몰로·비브라토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루아는 충북에서 활동하는 첫 중증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다. 반도체 기업 네패스가 2022년 11월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창단했다. 김남진 예술감독이 김씨를 비롯한 중증발달장애인 18명, 지도 강사 11명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루아는 히브리어로 ‘기뻐 소리치다’라는 뜻이다.
루아의 중증발달장애인 단원은 모두 네패스 자회사 ‘네패스 루아’의 정직원이다. 평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1시까지 연습을 하고 월 95만원 정도를 받는다.
박상규 네패스 루아 사업운영본부장은 기업들마다 장애인 노동자 고용 의무가 있지만 반도체 분야는 장애인이 근무할 수 있는 직무가 많지 않다며 장애인 고용과 동시에 이들을 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 발달장애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루아는 창단 1년 만인 지난해 9월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GMF)’에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OST인 ‘Pirates of the Caribbean’으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단원들은 해적 모자를 쓰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김 감독은 연주에 앞서 단원들이 음악을 소화할 수 있도록 음표 개수를 줄이고, 음의 높낮이를 바꿔 편곡하고 있다며 지도 강사들의 역량과 사명감도 단원들의 실력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아는 전국 곳곳을 누비며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서 지난해 70여차례 공연을 펼쳤다. 루아의 연주는 청중에게 큰 울림과 희망의 메시지를 선물한다. 지도 강사 최윤주씨는 단원들이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들이 악기를 배우지 않았다면 세상에 없었을 무대라고 말했다.
루아의 목표는 음악을 통해 단원들이 사회와 소통하고 자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네패스 루아 사업운영본부 김수정씨는 한 단원의 가족으로부터 ‘추운 겨울이었던 우리 가족에게 (단원의) 오케스트라 입단 후 봄이 찾아왔다. 봄을 선물해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루아가 단원들에게 음악을 통해 사회로 한 발짝 나아가는 창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샌 잘 안 쓰는 외래어 ‘마도로스’, 바다에서 배를 모는 선원이나 선장을 가리키는 말. 이난영의 노래 ‘목포의 눈물’은 기본이고 그녀가 부른 ‘마도로스의 꿈’도 애정한다. 노래풍이 구닥다리더라도 구수하고 재밌어. 뜨내기 몸이라서 꿈도 뜨내기. 비 나리는 포구에 밤도 깊어서 창 너머 흘러드는 휘파람 소리가 야속히도 내 꿈은 흘러갔구나. 뜨내기 몸이라서 님도 뜨내기. 삼베적삼 재롱에 노니는 님 산 아래 다시는 떠날 건가. 굳은 맹세도 한 방울의 물거품 부질없었네…
엊그젠 뜨내기로 살짝 인천에 다녀왔다. 세월호가 그 밤 출발한 안타까운 항구도 가보고, 친구들과 입술에 춘장을 바르면서 명물이라는 ‘짜장면’도 비벼 먹었지. 바닷가에 살았던 나도 한때는 마도로스 꿈을 꿨다. 그 꿈은 갈매기가 채갔고, 나는 불 꺼진 항구를 바라보며 멍~때리기. 뜨내기손님답게 나는 쓴 커피를 마셨다.
마도로스라면 파이프 담배를 물고 저 멀리 바다를 향해 손짓했겠지. 가수 남일해가 부른 이런 노래도 있는데, 푸르른 달빛이 파도에 부서지면 파이푸에 꿈을 실은 첫사랑 마도로스. 데크에 기대서면 그날 밤이 그립구나. 항구마다 정을 두고 떠나온 사나이. 그래도 첫사랑 맺은 님은 잊을 길 없네… 마도로스는 역시 뽀빠이 선장님처럼 파이푸 아니 파이프 담배를 물어야 제대로다. 대신 친구인 동네 성당 신부님이 연초 담배를 여러 대 꼬실렸다(태웠다). 연기까지 보태 구름이 많아진 덕분인가 서둘러 어둠이 찾아왔다. 항구는 밤풍경이 근사하지.
결혼식에 들러리가 필요하듯 만날 터줏대감뿐인 세계에서 뜨내기도 있어야 해. 뜨내기손님이 좋은 인상을 갖고 가야 머잖아 후속타 손님들이 밀려들기 마련이다. 이 별에 아이들이 태어나는 신비는 누군가 뜨내기 인생을 사랑하며 극진했기 때문. 푸대접하지 않고 말이다.
가랑비야!
철부지
춘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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