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녹색정의당은 각각 4·10 총선 주요 공약으로 ‘간병비 부담 완화’를 내걸었다. 간병 문제가 국가가 나서 함께 고민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나 간호인력 확보 방안 등 공약 현실화까지 선결과제가 많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대 정당의 간병비 공약의 초점은 ‘요양병원’ 간병 지원에 맞춰져 있다. 보통 급성기 환자들은 종합병원 이상 상급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이후 회복기 환자나 만성기 환자들은 요양병원 또는 요양시설(요양원)을 이용한다. 병원에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요양원에선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라면 간병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요양병원에선 이러한 기존 간병 지원 제도를 아예 이용할 수 없다.
가장 큰 관건은 재정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건강보험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 환자들의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하면 매년 최소 15조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은 일단 대상자를 선별해 간병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장기요양보험 1·2등급 대상자에 한해서 간병비를 지원(일부 본인부담)하자고 했다. 건강보험 재정 투입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공약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내년 12월까지 요양병원 20곳에서 의료필요도 최고도·고도 환자이면서 장기요양 1·2등급인 환자 1200여명을 대상으로 간병비 지원(일부 본인부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여기에 85억원의 국고가 투입된다. 향후 본사업의 재정 투입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맞지만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총선 공약을 ‘다 해주겠다’는 것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정치권이 해결에 나섰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면서 요양병원이 1500개가 넘고 다양하게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구조 개편도 필요하다고 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제도화 이전에 경증환자가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관행을 바꾸고 집에서 의료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지역통합돌봄체계를 만드는 정책을 더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건강보험 재정) 확대를 주문했다. 2015년 도입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 없이 간호사가 간호조무사, 보조인력 등과 팀을 이뤄 간호·간병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사업이다. 일반 병동보다 간호사 배치 인원이 많은데다 사적 간병비를 이용할 때보다 의료비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요양·군·정신병원 제외)이 운영할 수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대상 병상의 26% 수준인 7만4867개에서만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의료기관이 상대적으로 돌보기 쉬운 경증 환자 위주로 통합병동에 입원시키면서 오히려 중증환자가 이용하기 어려웠다.
3개 정당 모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공급 확대를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복지부가 현재 추진
인스타 좋아요 구매 중인 내용 그대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혜택을 연 230만명에서 400만명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은 요양병원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인력배치 기준을 마련해 회복기 및 만성기 환자에 적합한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녹색정의당은 공공병원,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및 요양병원의 모든 병동에서 전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려면 통합병동 간호사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의료기관 보상을 늘리면서 요양병원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역시나 건보 재정이 많이 소요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건강보험 재정 확보, 정책 지원 방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