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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택배 과대포장 규제 2년 유예한 윤 정부, ‘탄소중립’ 은 아예 손 놓은 건가

행복한 0 21 03.13 00:48
환경부가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예정대로 4월부터 시행하되 단속은 2년 유예키로 지난 7일 발표했다. 시행 한달을 앞두고 사실상 업체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업체 현실을 고려했다지만, 시행이 임박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건 정부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는 일이다. 1회용품을 규제하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역행한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는 2022년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마련하면서 발표됐다. 택배를 보낼 때 포장 공간 비율을 박스의 절반 이하로 하고, 포장은 한 차례만 하라는 것으로 다음달 30일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정부는 보냉제는 포장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의 완화 방침을 내놨고, 업계 혼란을 줄인다는 이유로 2년간 과태료를 물리지 않는 유예 기간을 뒀다. 더구나 연 매출 500억원에 못 미치는 업체는 아예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2년 유예에 ‘예외’를 쏟아낸 것은 포장규제를 아예 없던 일로 하겠다는 걸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단속이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했다고 하지만 애초 이런 문제를 몰랐단 말인가. 문제를 알면서도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에서 입안된 환경 규제를 속속 철회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회용컵 반환보증금제’의 전국 확대 계획이 폐기됐다. 11월엔 매장 내 종이컵 등의 사용 금지 계도 기간 종료를 보름여 앞두고 종이컵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고, 플라스틱 빨대는 무기한 연장했다. 자영업자 비용·인력 부담을 인스타 좋아요 구매 이유로 들었지만, 정작 소상공인인 종이빨대 제조사가 타격을 입었다. 오락가락 정책에 매번 준비한 업체나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정부의 과대포장 규제 완화 발표는 공교롭게도 2030년까지 ‘전국 24시간 택배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민생토론회와 같은 날 이뤄졌다. 총선을 앞두고 업계 요구대로 정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세계는 코로나19 이후 쓰레기가 급증하자 포장을 줄이려는 노력에 나서고 있다. 가뜩이나 탄소중립 후진국 소리를 듣는 한국이 2년 전 마련한 재활용 정책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택배 과대포장 규제 시행에 대해 ‘폐기물 감축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대포장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놓고, 추진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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