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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억제력만 있나 반도체 억제력도 있다

라이더 0 1 10.03 23:24
서양에서는 시민 계급이 성장하고 근대화된 실내 극장이 설립되면서 유료 관람 문화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세기까지만 해도 극장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1902년 고종 재위 40주년 경축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최초의 실내 상설 극장 협률사가 서울 정동에 지어졌습니다. 유료 관람 문화가 생겨났고 아날로그 시대 종이 티켓이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웃돈을 받고 몰래 파는 입장권과 탑승권을 뜻하는 암표 역시 이런 티켓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구하기 어려울수록 암표는 통상 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됩니다. 우리나라도 명절이나 휴가철 고속버스와 열차표 등에서 암표 거래가 흔했습니다. 비단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중국의 춘제 귀성 열차표 구하기 전쟁은 매년 세계적 뉴스거리다. 발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고 인터넷의 경우 아예 접속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모자란 데다 암표상을 일컫는 황뉴당 이 표를 매점매석하는 횡포가 극심했던 탓입니다. 한때 서울 잠실야구장 매표소 주변에는 국내 최대 암표상 조직이 활개를 쳤습니다.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다녔지만 색출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적발된 암표상에 대한 가벼운 경범죄 처벌도 단속과 근절을 어렵게 한 이유 중 하나다. 1회 초에 잡혀간 암표상이 3~4회 말쯤 매표소 주변에 다시 나타난다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다. 훈방조치나 몇만원 벌금을 내고는 금세 자유의 몸이 됐다는 얘기다. 일망타진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매크로 는 자주 사용하는 여러 명령어를 묶어서 클릭 한 번으로 처리하도록 만든 소프트웨어다. 최근 몇 년간 이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하기 어려운 공연이나 경기 티켓을 미리 확보한 뒤 웃돈을 받아 되파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기획사와 소비자 피해가 심각해지자 올 초 국회는 이런 행위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공연법을 개정했습니다. 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최근 경찰이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상 7명을 적발했습니다. 시장을 교란하는 디지털 암표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예전 아날로그 전화예약 부활을 거론하는 이가 늘고 있습니다. 법망이 성글다며 티켓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암표상이 근절되는 날이 오기는 할까. 말들이 달리는 경마 경주로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립니다.
한국마사회는 오는 12일 렛츠런파크 서울 에서 경마장에서 경험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인 제3회 경주로마라톤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습니다. 경주로마라톤은 달리기와 한국마사회의 고유 자원인 경주로를 결합한 가을 대표 행사입니다. 친구 및 가족 단위가 쉽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축하공연경주진행경품추첨 등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진행됩니다. 경주로마라톤은 총 4종류다. 자유롭게 의상을 착용하고 100m를 달리는 이벤트런 2~5인 가족이 함께 100m와 400m 코스를 달리는 거북이런 3. 3km 거리를 달리는 경쟁런입니다. 순위권에 오른 참가자에게는 스탠바이미 갤럭시탭 에어팟 등 다양한 상품이 제공되며 순위에 상관없이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경품 추첨도 진행됩니다. 기념품으로 스포츠타올과 간식이 모든 참가자에게 지급됩니다. 이외에도 대회 당일 페이스페인팅인생네컷푸드트럭 등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진행됩니다. 참가자 사전 접수는 9월 19일부터 모집완료 시까지다. 친구 및 가족 단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부산장안지구 디에트르 디 오션 참가 신청은 이벤터스 홈페이지에서 제3회 경주로마라톤을 검색해 신청이 가능합니다.
참가비는 이벤트런경쟁런은 5000원 거북이런은 1만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구 2300만 명의 작다면 작은 섬나라 대만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표지를 장식한 적이 있었습니다. 2021년 5월 1일 자 제목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대만 수복을 노리는 중국의 위협이 커지던 시기였습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가 반도체 수급난에 부딪힌 때이기도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은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라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칩 제조사인 TSMC는 최첨단 칩의 84 를 제조한다고 썼다. 대만이 전쟁에 휩싸이면 이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입니다. TSMC는 실제로 성숙 공정부터 당시 최선단인 5나노 공정까지 애플과 퀄컴 인텔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 기업 대부분의 반도체를 만들어 납품하고 있었습니다. 사실상 미국의 반도체 공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연이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했습니다. 양국의 연합훈련을 공개했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거물들이 잇달아 대만을 찾았습니다.
지난주 참석했던 대한상공회의소-한미협회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들었습니다. 주제발표에 나선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미 대선에 따른 산업계 영향을 분석하다 2030년이 되면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내 미국의 반도체 의존도가 일정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대만 이슈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관여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에 착공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팹들이 대부분 2030년이면 안정적인 생산에 들어갈 것임을 가정한 것입니다. 미국은 반도체 수급난 이후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최근 인텔의 위기와 삼성 TSMC의 팹 건설 지연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궁극적인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권 교수의 지적은 대만을 겨냥했지만 미중 전선의 또 다른 최전방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는 같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오랜 군사 동맹을 넘어 이제 첨단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안보 동맹이 됐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 내에서 아메리카 퍼스트 여론이 높아지고 세계 경찰로서의 리더십보다 자국의 안위가 우선된다면 한국엔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불안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공장으로서 대만이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지키듯 한국의 반도체도 단순한 산업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대만이 우리와 다른 게 있다면 대만 정부와 국회 여야 국민 여론은 여러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일치단결해 왔다는 점입니다. 2029년까지 연구개발 비 세액공제 25 를 보장하는 대만판 칩스법은 여야 이견 없이 초고속으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TSMC가 공장을 짓는 지역에는 정부가 나서서 발전소와 재생수 공장을 신설했습니다.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상대의 도발을 억제하는 핵 억제력과 마찬가지로 산업 연관성이 밀접해지는 시대로 갈수록 첨단 산업의 억제력은 커질 것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한국 반도체가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될 때 우리는 강대국 간 긴장 사이에서 레버리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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