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home    〉   Q&A

매크로 암표상

라이더 0 1 10.03 23:2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해주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2022년 발효된 반도체지원법 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업체를 대상으로 합니다. 그가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도 결단을 내린 이유는 분명합니다. 오랜 기간 환경영향 평가로 공장 건설이 수개월 또는 수년간 지연되면 당초 목표로 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가 둔화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는 환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국가 안보 문제로서 긴급하게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은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자국 주의를 선언한 뒤 칩스법을 앞세워 69조원의 보조금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끌어냈습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TSMC 등 굴지의 반도체 회사들로부터 블랙홀처럼 투자금을 빨아들였습니다. 삼성전자는 64억달러 의 보조금을 받고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45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등을 짓는다. 반도체 전쟁은 국가 총력전이 된 지 오래다. 미국중국일본인도독일 등이 공격적으로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뿌리며 제조 설비를 자국 내에 건설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가 미래 정보기술 산업의 판도를 바꿀 핵심기술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패권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정부는 물론 지자체 의회가 적극 지원에 나서면서 4∼5년 걸릴 TSMC 구마모토 1공장을 2022년 4월 착공해 2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완공했습니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게 경쟁국들의 상황입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는 한가하기 짝이 없습니다. 인텔 사태에서 보듯 패권 전쟁에서 밀리면 몰락의 길을 걷는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2월 부지가 선정됐지만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 공장 건설을 시작하려 했지만 지역 민원 토지 보상 용수 공급 인허가 등에 가로막혀 다섯 차례 이상 착공이 연기됐습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도 송전탑 갈등에만 5년을 허비했습니다. 뒤늦게 정부가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저리 대출과 세제 혜택이 고작입니다.
반도체 산업 지원은 국가 전략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대기업 특혜 프레임으로 접근할 일이 아닙니다. 정부국회의 과감한 지원과 빠른 집행만이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시민 계급이 성장하고 근대화된 실내 극장이 설립되면서 유료 관람 문화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세기까지만 해도 극장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1902년 고종 재위 40주년 경축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최초의 실내 상설 극장 협률사가 서울 정동에 지어졌습니다. 유료 관람 문화가 생겨났고 아날로그 시대 종이 티켓이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웃돈을 받고 몰래 파는 입장권과 탑승권을 뜻하는 암표 역시 이런 티켓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구하기 어려울수록 암표는 통상 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됩니다.
우리나라도 명절이나 휴가철 고속버스와 열차표 등에서 암표 거래가 흔했습니다. 비단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중국의 춘제 귀성 열차표 구하기 전쟁은 매년 세계적 뉴스거리다. 발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고 인터넷의 경우 아예 접속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모자란 데다 암표상을 일컫는 황뉴당 이 표를 매점매석하는 횡포가 극심했던 탓입니다. 한때 서울 잠실야구장 매표소 주변에는 국내 최대 암표상 조직이 활개를 쳤습니다.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다녔지만 색출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적발된 암표상에 대한 가벼운 경범죄 처벌도 단속과 근절을 어렵게 한 이유 중 하나다. 푸르지오 스타셀라49 1회 초에 잡혀간 암표상이 3~4회 말쯤 매표소 주변에 다시 나타난다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다.
훈방조치나 몇만원 벌금을 내고는 금세 자유의 몸이 됐다는 얘기다. 일망타진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매크로 는 자주 사용하는 여러 명령어를 묶어서 클릭 한 번으로 처리하도록 만든 소프트웨어다. 최근 몇 년간 이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하기 어려운 공연이나 경기 티켓을 미리 확보한 뒤 웃돈을 받아 되파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기획사와 소비자 피해가 심각해지자 올 초 국회는 이런 행위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공연법을 개정했습니다. 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최근 경찰이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상 7명을 적발했습니다. 시장을 교란하는 디지털 암표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예전 아날로그 전화예약 부활을 거론하는 이가 늘고 있습니다. 법망이 성글다며 티켓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암표상이 근절되는 날이 오기는 할까.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