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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쩐의 전쟁’ 속 여야도 ‘반도체 총선’

행복한 0 23 03.28 14:24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축이 된 ‘반도체’는 3주도 채 남지 않은 4·10 총선 국면에서도 주요 의제로 자리매김했다. 여야는 앞다퉈 ‘반도체 메가시티’ 조성, 보조금 지원 등 반도체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구체적이지 못해 효과성도,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24일 여야가 내놓은 공약을 살펴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반도체 메가시티’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상은 수원·용인·이천·평택·안성·화성·성남·오산 등 반도체 기업과 관련기관이 밀집해 일명 ‘반도체 벨트’라 불리는 경기 남동부 지역이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당 차원에서 전폭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도 같은 지역에 반도체 메가시티를 조성하고, 용인·광주·여주·이천 등 경기 동부권에 반도체연구소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반도체 메가시티 조성 공약에서 보듯 양쪽 모두 한목소리로 ‘반도체 산업 지원’을 외치고 있다. 다만 지원 방식과 에너지 조달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국민의힘은 공약집을 통해 신규 시설투자에 대해 주요 경쟁국 지원에 대응할 수준의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 추진을 내걸었다. 현재는 세액공제와 같이 간접적인 지원만 가능하니 직접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K칩스법’이라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설비투자에 대해 대기업·중견기업에 15%, 중소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지난해 ‘대기업 감세’라는 비판 속에 대기업 세액공제율이 기존 8%에서 15%로 확대됐는데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일몰기한을 추가로 연장해 지속적인 투자 여건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전국에 U자형 재생에너지 벨트를 구축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도 공약했다. 인천 앞바다와 서남해, 남해안, 경북 동해안을 잇는 ‘해상풍력 벨트’와 경기도와 남해안, 영남 내륙 지방을 잇는 ‘태양광 벨트’를 조성해 RE100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생에너지에다 원자력발전까지 무탄소 에너지 100% 사용을 의미하는 ‘CF100’를 밀고 있다.
반도체가 총선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위기론’이 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거액의 보조금을 앞세워 첨단 반도체 기업 생산 시설을 자국에 유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 중인 미국은 2022년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0조5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반도체 왕국’ 부활을 꿈꾸는 일본은 대규모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 공장 유치에 성공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2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이 지금과 같은 지원 수준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여야의 경쟁적인 반도체 공약을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인지 간접적인지 방법이 다를 뿐이지 여야 모두 결국은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이행까지 이어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시행 효과와 재정에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된 정책 설계 없이 지원한다면 일부 대기업을 위한 특혜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국가전략기술 관련 세액공제 특례의 일몰기한을 6년간 연장하는 여당 발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6년간 연장할 경우 총 14조8793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계되어 감세에 따른 조세기반 잠식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례의 타당성·효과성 등 제도 전반에 대한 주기적 성과평가, 선제적 투자 유도 효과 등을 감안해 적용 기한의 연장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자체가 사업자의 빚이나 손실에 대한 보증을 잘못 섰다가 대규모의 채무를 떠안게 되는 이른바 ‘우발 채무’에 대한 관리가 강화된다. 행정안전부는 사업 타당성 검토와 협약서 법률 자문을 위한 컨설팅을 지자체에 확대 지원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우발채무에 대해선 중점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행안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지방자치단체 우발채무 관리 강화 방안’을 수립해 본격 추진한다고 25일 밝혔다.
우발채무는 말 그대로 지자체가 우발적으로 떠안게 되는 채무이다. 지자체가 민간사업자의 빚보증을 섰다가 나중에 보증채무를 뒤집어쓰거나, 사업자의 손실을 대신 보전하는 협약을 체결했다가 손실에 대한 채무를 떠안는 등의 경우 발생한다.
이 같은 우발채무는 주로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가 민간투자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별도의 재정 투입 없이 민간사업자가 금융권에서 빚을 내 사업비를 조달하고, 지자체는 해당 빚에 대한 보증만 서는 방식으로 재정 투입 없이 사업을 진행한다. 사업이 성공해 사업자가 빚을 갚으면 문제가 없지만, 사업이 실패하는 경우 사업자는 부도가 나고, 사업자 대신 보증을 선 지자체가 그 빚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레고랜드 사태이다. 당시 강원도는 떠안게 된 보증채무의 규모가 지방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달하자 ‘기업회생 신청’을 통해 빚의 일부만 갚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는 ‘전체 공공보증채권 신용도의 급락’이라는 2차 충격으로 이어졌다. 지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보증을 선 채권에 투자를 해도 자칫 투자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험이 있음에도 그간 지자체가 벌이는 민간투자사업의 경우 협약서 내용이 복잡해 자치단체에 불리한 조항 여부를 담당공무원이 사전에 인지하기 어렵고 우발채무가 포함된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도 미흡한 면이 있어왔다.
행안부는 현재 8명인 ‘우발채무 전문가 컨설팅단’(타당성조사분야, 법률분야)에 우발채무 관련분야 전문가 4명(회계·재무 2명, 부동산 PF 2명)을 추가 위촉한다. 이들은 자치단체들이 체결하려는 민간투자협약서를 사전 검토해 지자체에 과도하거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협약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상시 자문 창구, 이른바 ‘헬프데스크’도 설치한다. 자치단체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자문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취지다.
행안부는 또 우발채무 잔액이 100억원 이상인 사업과 자산유동화증권 등은 중점 관리 대상 사업으로 지정하고, 정상 추진 여부 및 분양률 등을 집중 감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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