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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혁기의 책상물림]사람을 알아본다는 일

행복한 0 3 04.02 23:25
관포지교는 두터운 우정을 이르는 말로 알려진 고사성어다. 그런데 고사의 출전인 <사기>에서는 관중의 열전 첫머리를 포숙아와의 교유로 시작하면서 관중은 가난해서 늘 포숙아를 속였지만, 포숙아는 관중을 끝까지 잘 대해주고 그 일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했다. 관중의 회고담으로 제시된 일화도 좀 이상하다. 장사를 해도, 관직에 올라도, 전쟁에 나가도 실패만 거듭해서 탐욕스럽고 무능하며 비겁하기까지 하다는 비난을 받던 관중을 포숙아는 끝내 변호했을 뿐 아니라, 관중 때문에 죽을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뻔한 제환공에게 관중을 강력히 추천한다. 아름다운 우정을 넘어 지나친 사적 감정으로 비칠 정도다.
사마천이 관중의 열전에 포숙아를 등장시킨 의도는 그들의 우정을 강조하기 위한 게 아니다.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 선생이다!’라는 관중의 말처럼, 사마천의 관심은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있었다. 능력 있는 관중에 대한 칭찬보다 사람을 잘 알아본 포숙아에 대한 칭찬이 더 많았다는 말로 열전의 전반부를 맺은 것도 그 때문이다.
제환공이 천하의 패자로 서고 제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된 것은 관중의 치밀한 구상과 전략 덕분이었다. 힘보다 예를 중시했던 공자도 관중이 없었더라면 중화 문명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라며 그의 공을 높이 인정했다. 하지만 관중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 이는 애초에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니 그를 알아보고 눈앞의 성패와 상관없이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 포숙아의 존재가 더욱 값진 것이다.
군주와 귀족이 지배하던 춘추시대와 달리,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모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때인데, 정작 이를 기르는 교육은 거의 없고 선택의 기준이 될 정보조차 피상적인 것뿐이다. 후보 입장에서도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줄 기회는 별로 없이 이미지만으로 승부하게 되니 서로 흠집 내기에 급급하다. 극단으로 갈라진 정치색이 모든 걸 결정하게 된 오늘 대한민국의 정치판에서,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잘 알아보는 것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는 일갈은 물정 모르는 책상물림 서생의 푸념일 뿐일까?
원망을 넘어서는 힘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하늘이 만든 영상
작년 말과 올해 정부·여당은 다시 감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완화, 가업승계 증여세 최저세율 적용구간 확대,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대기업 대상 임시투자세액공제 기간 연장, 자사주 소각과 배당 시 법인세 인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등 발표가 이어진다. 대부분 부자 감세다. 눈앞의 선거를 의식하면서 준조세 폐지 감면, 가공식품 부가가치세 한시 경감 등 범위도 넓어졌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이 무분별한 매표 감세 경쟁을 부추기는 오늘 현실은 참담하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에게 근대국가는 자기 목적을 갖지 않으며 단지 공동의 목적만을 지향하는 공적 속성을 지닌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 덕에 근대국가는 개인의 재산권과 사적 소유를 제한하며 시민에게 납세 의무를 부과하는 ‘조세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조세 국가에서는 조세를 통해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에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며 제도화된 관계가 맺어진다. 그 과정에서는 또한 납세자 누구나 ‘국민’이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가상 속에 존재하던 공동체가 조세의 납부와 징수를 거치면서 비로소 가시화된 실체를 획득하는 셈이다.
조세 국가는 재정을 왕족 소유의 영지나 유전이 아니라 시민사회로부터 조달한다. 시민들에게 재정에 대한 기여를 의무로 부과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시민의 정치적 대표성을 인정하고 사회적 보호를 제공한다. 조세와 민주주의, 조세와 보편 복지 사이의 주고받음을 조직하는 것이 조세 국가의 역할이다. 재정의 시민사회에 대한 의존이야말로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추동해온 힘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복지국가의 발전 정도는 복지 재정을 시민사회가 함께 부담하는 정도에 달려 있으며 따라서 조세 국가의 역량 및 조세 수준과 밀접히 연관될 수밖에 없다.
조세 국가가 복지 재정을 시민사회에 의존하려고 증세를 시도하면서 한계에 봉착한다면 복지국가는 좌절되기 쉽다. 상위계층이 자신이 가진 여분의 자원을 공적으로 기여해야 하는 의무를 덜기 위해 조세 국가를 위기에 빠뜨릴 때 복지국가는 약화된다. 그럴 때 부자들을 대변하는 정치권력은 이익집단처럼 퇴화하며 국가를 마땅히 있어야 할 제 위치로부터 탈구시켜 국가의 부재를 초래한다. 그에 맞서 공동체를 회복하려면 조직된 민중이 정치 공간에서 더 강한 조세 국가를 재건해야 한다. 어떤 선거도 그래서 중요한 법이다.
제임스 오코너의 마르크스주의 재정학에서는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이 공공투자로 자본축적을 지원하는 것과 복지지출로 체제를 정당화하는 두 가지로 파악된다. 그러나 한국의 역대 정부는 두 기능의 수행을 위해 공공투자나 복지지출을 늘리기보다는 기업과 가계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데에 치중했다. 한국의 낮은 조세 수준과 역진적 조세 구조에는 여태 그렇게 유지된 한국형 조세 국가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의 복지시스템은 외환위기의 충격과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웠다. 신자유주의는 공적 체계를 약화시키며 각자도생을 강제했다. 최근에는 기술 변화가 불러오는 사회적 균열의 위험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저성장과 고령화를 배경으로 재정건전성을 빌미로 한 역풍도 거세다. 그 귀결은 개인들의 사회로부터의 자발적인 이탈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현세대의 직접 이탈)과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2세를 두지 않는 간접 이탈)이 수치적 증거다.
공약과 선택
가계부채와 정부부채의 변주곡
조용한 공천은 조용한 사익 추구
그런 점에서 정부·여당이 상위계층의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우선시하며 밀어붙이는 일련의 감세 정책은 한국 사회로선 불행이다. 그 이유는 부자 감세는 조세 국가를 위기로 내몰며 국가의 공적 속성을 약화시키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은 복지비용과 기후위기 대응 및 산업구조 변동에 따르는 비용의 분담을 위한 재정 여력을 증세로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피부양인구와 생산인구의 상대적 비중이 변하면서 세입과 세출의 불균형이 구조화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오늘 정작 필요한 것은 현명한 증세의 정치인 것이다.
박근혜 정권을 붕괴시킨 제1기 촛불은 국가의 부재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다가오는 4월 총선은 제2기 촛불 정부로 나아가는 한국 민중의 여정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조세 국가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정부·여당의 부자 감세 기조를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제2기 촛불 정부는 복지국가 발전의 기반을 재건하고 산업전환과 불평등의 비용을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는 대안적 복지체제로의 경로를 적극적으로 열어가야 한다.
서울시립승화원에 화장이 늦어져 유해를 안치하지 못하고 차량, 자택에 보관했던 불편을 없애기 위한 임시 안치 서비스가 도입된다.
서울시설공단은 29일 국내 공공추모시설 최초 봉안함 임시안치 서비스인 ‘하늘 정거장’을 도입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은 오후 5시쯤 유해를 안치하는 봉안당 운영을 끝냈다. 그 후에 화장이 끝나면 유족은 고인의 유해가 담긴 봉안함을 차량에 두거나 집에 보관했다가 다음날 다시 봉안당 등 안치 장소를 찾아야 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 때문에 유족들이 불편해하고 정서적인 부담도 겪었다고 말했다.
승화원은 오후 4시 이후 화장이 끝나는 유해를 ‘하늘 정거장’에 임시 안치하기로 했다. 화장이 늦게 끝나도 유족이 유해를 따로 챙겨 보관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유족이 화장을 접수할 때 ‘봉안당 임시안치 서비스’ 이용 의사를 밝히고 동의서를 제출하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공단은 승화원에 봉안함 58위를 임시로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다. 유족은 화장 후 하늘 정거장을 찾아 키오스크로 봉안함을 직접 안치하면 된다. 임시 안치된 봉안함은 유족이 다음날 오후 2시까지 찾아서 봉안당에 안치하거나 자연장을 하면 된다.
한국영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하늘 정거장 서비스가 유가족의 정서적,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장례 과정을 따뜻하게 도와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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