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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 표의 힘]“국회, 참사 피해자 목소리 외면…‘생명·안전 중시’ 책무 지켜야”

행복한 0 7 04.03 21:02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사진)은 다시는 참사로 가족을 잃는 사람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고 이주영씨 아버지인 그는 딸이 이태원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나서야 남의 일이라고 여기던 참사의 고통을 뼈저리게 겪었다. 그가 오는 4월10일 총선을 앞두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외치는 이유다.
21대 국회는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라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뒤이어 터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 위원장은 3일 통화에서 참사가 두 차례 이어졌지만 국회에서 국민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없애겠다는 움직임은 없었다며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가 정작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려 국회가 생산적 논의를 하지 않는 모습에도 실망했다. 이태원특별법 입법 공청회 때도,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 때도 여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하거나 표결에 불참했다. 참사 438일 만인 지난 1월 특별법이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도 여당 의원들은 1명만 빼고 전원 퇴장했다. 특별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매번 현장에 있었던 그는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라고 하지만 현실에선 정치적 입장과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4·10 총선 이후 새롭게 꾸려질 국회는 달라야 한다고 했다. 그는 22대 국회는 당리당략을 벗어나 정치적 소신에 따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생산적인 국회가 되면 좋겠다면서 갈라치기하지 말고 국민이 화합하고 국가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 필요한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국회가 참사의 남겨진 과제들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우선할 과제는 없다며 새로운 국회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오송 참사 국정조사 등 해결되지 않은 과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계류돼 있는 생명안전기본법을 조속히 논의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임무를 다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참사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오로지 22대 국회가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투표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투표해야만 정치인들에게 생명과 안전을 중시해야 한다는 경고를 줄 수 있다면서 투표하지 않으면 선거철에만 고개를 숙이는 정치인들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4일부터 투표 전날까지 전국을 돌며 투표를 독려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참사는 내 가족, 내 친구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것을 기억해주면 좋겠다면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태원 참사의 진실이 투표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과 88.2%·배 87.8% 올라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폭’석유류 14개월 만에 ‘플러스’물가 상승 압력 여전히 높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사과·배 가격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이 오르는 등 과일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유가까지 겹치면서다.
정부는 3월 물가를 정점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기상여건에 따른 농수산물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이어서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통계청의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지난해 8월부터 3%대에 머물렀던 물가 상승률은 올 1월 2.8%로 낮아졌다가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 중이다.
1년 전에 비해 서비스(2.3%), 전기·가스·수도(4.9%), 공업제품(2.2%) 등이 모두 오른 가운데 지난달에도 농축수산물 오름폭이 두드러졌다.
축산물(2.1%)과 수산물(1.7%)은 소폭 오른 반면 농산물은 20.5% 뛰었다. 2월(20.9%)에 이어 두 달 연속 20%대 상승폭이다.
이에 따라 농축수산물 물가지수 상승률은 2021년 4월(13.2%) 이후 2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11.7%를 기록했다.
과일 가격 오름세가 지난달에도 이어지며 농산물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사과는 1년 전보다 88.2% 상승하며 전달(71%)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폭이다. 배도 87.8% 올라 조사가 시작된 1975년 1월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자주 인용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 집계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aT에 따르면 3월 평균 사과 소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올랐고, 올 2월에 비해선 3.6% 하락했다. aT 가격에는 정부 할인 지원이 반영되는 반면 통계청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사과와 배 등에 대한 할인 지원을 확대한 데다, 최근 일조량이 늘고 대체과일 공급이 증가한 영향으로 과일 물가가 점차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가 기여도가 높은 석유류 가격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플러스로 전환됐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1.2% 올랐는데, 전년 동월 대비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2023년 1월(4.1%) 이후 14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2월 물가 상승률을 0.06%포인트 낮추는 데 기여했던 석유류는 3월 0.05%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서비스물가는 1년 전보다 2.3% 올랐다. 집세는 변동이 없었지만, 공공서비스(2%)와 개인서비스(3.1%)는 올랐다.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2.4% 상승했다.
정부는 주요국 대비 낮은 2%대 근원물가에 무게를 두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도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기상여건이 개선되고 정책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추가적인 특이 요인이 없는 한 3월 물가를 정점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는 둔화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유가와 농산물 가격 움직임에 따라 당분간 매끄럽지 않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돌봄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에 대처하기 위해 이 일을 이주노동자에게 맡기고 임금을 낮추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경제학자인 한은 총재가 힘을 실어준 이 보고서는 노인·육아 돌봄을 모두 다루는데, 핵심은 노인 돌봄에 있다. 육아 돌봄은 상대적으로 인력 부족이 덜 심각하고 가정과 사회, 국가가 어떻게든 감당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인 돌봄은 어느 주체도 흔쾌히 떠맡지 않으려는 현실이 보고서에 녹아 있다.
앞으로 점점 더 돌봄 인력이 모자랄 것이라는 통계 전망에 전문가들도 수긍하는 것 같다. 게다가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40.4%로 매우 높다. 현 상태를 방치하면 피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게 된다. 이것은 사회가 직면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한은의 처방은 실망스럽다. 저자들은 개별 가구와 이주노동자의 사적 계약을 통해 최저임금 적용을 우회하거나, 돌봄을 고용허가제에 포함하고 이 업종의 임금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다. 첫번째 방안에 대한 비판은 차별적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우회해 이주노동자 임금을 낮추더라도 그들의 숙식 제공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여러 문제가 남는다. 두번째 방안은 내국인의 같은 노동에 대한 처우도 낮춘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그러면 돌봄이 지금보다 더 열악한 일이 될 수 있다. 내국인 돌봄 종사자 대부분이 중년 여성이거나 곧 노인이 될 사람들이다. 이들의 빈곤화는 저자들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저자들은 저임금 덕에 해고와 고용이 유연해지면 민간 보험회사 등이 관련 산업에 진출하여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노인 돌봄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결국 돌봄의 공공성 강화라는 선택지를 배제하려다보니 손쉬운 시장적 해법으로 직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통계와 합리성으로 포장돼 있지만, 노인과 돌봄에 대한 편견을 깔고 있다. 가족에게 의존 재정 부담이라는 표현은 노인에 대한 시선을 집약한다. 노인은 ‘미래 노동력’인 아동과 달리 ‘쓸모’나 ‘능력’이 없는 존재로 간주된다. 그런 노인을 돌보는 일은 가족도 기피할 정도로 힘들고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되는 ‘생산성 낮은’ 노동이라는 인식을 당연하게 전제한다.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는 게 최우선인 사람들로서는 이 분야에 쓸 돈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이러한 접근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면 어떻게 될까. 영화 <플랜 75>에서 그 암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국가가 75세 이상 노인에게 안락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의 미래를 다룬다. 국가가 노인 안락사를 대행하는 데 쓰는 돈이 돌봄의 공공성 강화 비용보다 더 적다는 계산에서 비롯됐다. 국가는 미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설파하고, 노인들은 폐 끼치지 않으려고 마지못해 그 대열에 동참한다. 섬뜩한 사고 실험이지만 쓸모와 효율성만 중시한다면 그렇게 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문제는 사람이 태어나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살다가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닿아 있다. 나는 이와 관련해 작은 희망의 단초를 정년을 앞둔 한 남자 선배의 홀가분한 표정에서 찾고 싶다. 그는 은퇴 후 삶을 아버지 간병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그동안 주 돌봄을 누이(와 주간보호센터)에게 맡겨둔 데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 사랑하는 이의 여생을 더 늦기 전에 함께할 수 있게 된 데 대한 기대감도 느껴졌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들 돌봄’의 경험이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 돌봄이 남성의 몫이기도 할 때 그 일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 인정받고 사회의 책임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은 삶의 시작이나 마무리뿐 아니라 가장 왕성한 시기에도 누군가의 보살핌 없이는 살 수 없다. 인생의 어느 단계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일 수 있다. 그 일을 힘들고 ‘생산성 낮은’ 일로만 여길수록 더 외면하고 싶고, 그 시간에 우리는 무얼 위한 것인지도 모르면서 경제학자들이 ‘생산적’이라고 하는 활동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노인과 돌봄에 대한 편견을 들여다보면, 결국 경제성장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배반당한 믿음을 발견하게 된다.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의 노인들, 그리고 매년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한번 따듯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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