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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간 양육비 떼먹은 ‘나쁜 아빠’ 구속되자···엄마는 울었다

행복한 0 8 04.06 08:51
오후 4시. ‘노동자’ 김은진씨(45)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공장에 출근하면 오후 5시다. 꼬박 날을 새고 새벽 5시에 퇴근하면 곧바로 두 아이의 ‘엄마’로 복귀해야 한다. 아이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도 할 일은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남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쉴 틈 없던 김씨의 일과에 공백이 생겼다. 지난달 27일 법원이 김씨의 전 남편인 박모씨에게 징역 3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씨가 두 아이에게 지난 11년간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는 무려 1억원(지난달 말 기준)이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21년 개정된 이후 실형이 선고된 첫 사례였다.
김씨의 지난한 싸움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편 박씨가 집을 나가면서 두 자녀의 양육 부담을 오롯이 김씨가 지게 된 것이다. 그는 박씨와 2014년 4월22일 이혼했다. 법원은 김씨에게 두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을 줬고 박씨에게는 2013년부터 아이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월 40만~80만원씩을 양육비로 주라고 했다. 하지만 박씨는 돈을 보내기는커녕 연락조차 잘 닿지 않았다.
생계와 양육이라는 이중고를 짊어지게 된 김씨의 일상은 빠르게 무너졌다. 나이가 지긋한 부모가 도너츠 노점으로 하루에 벌어오는 돈은 6만원 남짓이었다. 그 돈을 아이들을 키우는 데 갖다 쓰며 김씨는 밥버러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 아이가 8개월이 되자 대출을 받아 작은 포장마차를 차렸다. 울면서 집에 들어오는 날들이 이어졌다.
재산명시(법원에 재산목록을 제출토록 하는 제도), 감치명령(재판부 직권 구속 조치) 등 생소한 법률 용어들과 친해진 것은 2019년부터다. 2019년 양육비 이행명령 신청을 시작으로 재산명시, 감치명령 신청 등 박씨를 상대로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했다.
그러나 박씨가 양육비를 보낸 것은 딱 한 번뿐이었다. 법원이 양육비 미지급으로 감치 심문기일을 잡자 갑자기 김씨 계좌에 500만원을 보낸 것이었다. 법원이 2021년 감치명령을 한 후에도 박씨는 돈을 계속 보내지 않았다. 김씨는 1년 뒤 그를 형사 고소했다.
김씨는 법원 판결 전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내가 뭔가 덜 (노력)해서 집행유예가 나오면 후회로 평생을 못 견딜 것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같았다는 것이다. 근무를 야간교대로 바꾸고 낮엔 검찰청·법원 앞으로 달려가 1인 시위를 했다. 전 시댁 앞에서도 시위를 하다가 전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시아버지로부터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김씨는 양육비 미지급을 중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 사회 인식을 바꿔보고 싶어 지난해 12월엔 국회 앞에서 삭발시위를 했다.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앞둔 때라 망설여졌지만 우리를 위해 싸워줘서 감사하다는 아이의 말에 걱정은 사라졌다.
인천지법 형사8단독 성인혜 판사는 지난달 27일 박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성 판사는 비양육자인 부모가 부담하는 미성년 자녀에 관한 양육비 채무는 건전한 성장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최소한의 보호수단이라며 자녀들에게 상당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혀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 판사는 (박씨가) 굴착기 기사로 근무하면서 수입을 받았음에도 수사·재판과정에서 양육비를 전혀 주지 않았고 부모의 주거지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양육비 채무보다 다른 채무를 우선 변제하며 10여 년간 고의적으로 지급 책임을 회피해왔다고 판시했다. 성 판사는 박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그를 법정구속했다.
김씨는 그간 법원에선 양육비 미지급을 개인적인 채무관계로만 봤는데 이번 판결은 아동학대 범죄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양육자분들도 이번 판례로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며 형량도 앞으로 더 높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씨와 검찰이 각각 항소하면서 김씨의 싸움도 앞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여성변호사회는 3일 성명서에서 양육비를 지급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의적으로 장기간 고액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며 검찰의 항소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영국·미국에선 사법작용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검사 탄핵 반대 취지의 의견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헌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보복 기소’의 책임을 묻는 안동완 검사(부산지검 2차장검사)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이다. 국회 측은 검사가 공소권을 독점하는 한국 제도에서는 탄핵으로 공소권 남용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해 12월8일 안 검사 탄핵심판 사건과 관련해 헌재에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명의의 의견서를 냈다. 헌재가 이해관계인으로서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2010년 유씨의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는데 안 검사는 2014년 다시 수사해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2021년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며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다. 국회는 안 검사의 행위가 ‘보복 기소’로 위헌·위법하다며 지난해 9월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법무부는 약 30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안 검사의 행위는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법무부는 영국과 미국에서는 사법작용에 대해 ‘절대적 면책(책임 면제)’을 한다며 함부로 검사의 공소제기를 탄핵 사유로 삼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검사의 공소제기에 사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검사가 위축될 수 있고 그 피해는 국민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회 측은 한국이 영·미 국가와 체계가 달라 절대적 면책 제도가 적용될 수 없고, 검사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대해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사의 권한이 막강하고 독점적인데 사법작용이라는 이유로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준다면 헌법 질서에 미치는 해악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법무부의 ‘검사 절대적 면책’ 주장은 2022년 6월 ‘검찰 수사권 축소법’에 대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때 펼친 주장과 배치된다. 당시 법무부는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에서 한국은 대륙법계 모델로서 준사법기관이자 수사의 주재자, 법치주의 수호 대표기관으로서 검사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영·미 법계 검사 모델과는 본질을 달리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는 한국이 독일·프랑스·일본 등 대륙법계 검사 제도라고 했다가 검사에 대한 책임 추궁 절차인 탄핵심판에서는 영·미 법계 제도를 예시로 들어 면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법무부는 ‘권한쟁의심판과 안 검사 탄핵심판 때 주장이 모순되는 것 아니냐’는 경향신문 질의에 현재 탄핵심판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진행 중이므로 구체적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판사·검사 등 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직자에 대해 섣불리 재판·소추 등의 결과에 관한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사법작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은 법체계를 불문하고 일반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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