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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윤석열 대통령, 4월의 서늘한 공기를 기억하라

행복한 0 4 04.06 20:53
다시, 결국 윤석열이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총선의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이 섰다. 의지대로 섰다기보다, 자의 반 타의 반 불려나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선거 국면 초반 거친 이념적 발언을 전보다 삼가는 등 나름의 로키 행보를 했지만, 윤 대통령은 심판 여론을 벗어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논란이 거셀 때 한숨 돌렸을 터지만, 찰나의 순간이었을 뿐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도저히 적절해 보이지 않는 몇몇 민주당 후보들의 자격 논란도 심판 여론을 누르진 못했다. 유권자의 격노한 민심 앞에 격노의 아이콘이 무기력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 권력무상을 곱씹게 된다.
정치권 인사들은 채모 상병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도피성 출국,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이 심판론에 불을 붙였다고 분석한다. 의료파업 장기화, 대통령이 들었던 대파 한 단을 탓하는 사람도 있다. 대파 격파쇼를 벌인 여당 후보가 여권 전체를 격파했다는 농담도 들었다. 일각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현란한 말발이 한풀 꺾인 것도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며,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의 국면을 애초부터 피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난폭하고 거칠고, 내키는 대로 국정운영을 해온 윤 대통령이 선거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국면에서 조용히 묻어가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것 아닐까.
특히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을 내건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윤 대통령에게 치명타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투표로 뽑힌 대통령 탄핵을 말하는 것은 역풍을 맞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은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윤석열 정부에 분노하고 민주당에 실망한 국민들이 심판을 위해 조국 칼을 택했다. 조 대표가 내로남불로 비판받고,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도 개의치 않는 듯하다. 오히려 검찰총장 윤석열에 의해 가족까지 탈탈 털린 조 대표가 복수 서사를 완성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을 통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들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야박하고 미운 대통령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비쳤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밑천 삼아 대통령까지 됐으나, 집권 후 지극히 사적인 행태로 일관했다. 명품백 수수 등 각종 의혹에 휘말린 아내를 감싸고, 검찰 식구들의 실책은 덮었다. 공천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검찰 출신 최측근들은 좋은 지역구를 받았다. 검찰 식구가 비례대표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자 화풀이하듯 특보로 임명했다. 전제군주라도 되는 듯 여당 선거 등에 개입했으며, 정경유착 우려를 비웃듯 대기업 총수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윤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9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고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책임지는 리더가 아니었다. 이태원 참사로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참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고, 정부에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것뿐일까. 각종 사건·사고나 정책 실패에도 전 정부 탓을 하거나, 일선 공무원을 꾸짖었다. 책임지지 않는 리더를 믿고 따를 국민은 없다.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니다. 윤 대통령에게는 따뜻한 4월의 공기도 살을 에는 차가움으로 느껴질지 모른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영화 <타짜>의 명대사는 윤 대통령 심정과 딱 들어맞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윤 대통령은 영화 속 타짜처럼 눈보다 빠른 손도 없고 밑장빼기를 들키지 않을 능력도 없다.
윤 대통령, 4월의 서늘한 공기를 기억하라
왜 성범죄자를 변호했나
ELS에는 ‘깨알 글씨’라도 있었나
그간의 정책 실패와 인사 참사를 시시콜콜, 구구절절 따지자는 게 아니다. 대통령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원칙과 품위, 상식을 무시하고, 공정과 상식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형해화한 윤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지금 책임을 묻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박절하지 못해 명품백을 받았고 대통령은 그런 아내에게 박절하지 못했지만, 국민들은 박절하지 못했던 대통령 부부에게 박절할 준비가 돼 있다.
선거 결과가 어떻든 윤 대통령은 4월의 서늘한 공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필리핀 세부에서 한국인 무장 강도들이 가정집을 털다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강도 1명이 사망했다.
세부 데일리 뉴스 등 현지 매체들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한국인 용의자 A씨(47), B씨(45), C씨(49) 등 3명은 지난 2일 한국인이 거주 중인 세부 고급 주택가의 한 집에 침입했다. 용의자들은 모두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권총으로 무장했다. 이들은 여성 사업가로 알려진 피해자를 위협해 귀금속 2500만필리핀페소(약 6억원)어치와 현금 20만필리핀페소(약 478만원)를 빼앗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용의자들을 투항시키려고 했지만 용의자들이 먼저 총을 쏴 경찰관 1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이 대응 사격을 하면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용의자 A씨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부상당한 필리핀 경찰관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나머지 용의자 2명을 체포해 이들이 소지한 무기와 훔친 재물 등을 압수하고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했으며, 이들의 정확한 신원과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강도와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될 예정이다. 로미오 카코이 마볼로 경찰서장은 용의자 3명이 현지의 조직적인 범죄단체 등에 소속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국 총영사관 당국자는 사건 다음날인 3일 경찰서를 방문해 필리핀 당국과 이번 사건에 관한 협의를 진행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에서 사고 발생을 인지한 직후부터 수사 당국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면서 피해자와 접촉하는 등 필요한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영업이익이 감소한 건설사들이 연달아 수장 교체에 나섰다. 주택 사업 호황기를 이끌었던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고, 재무통이나 오너 일가가 신임 대표에 선임됐다.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사업 확장보다는 위기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DL이앤씨는 지난 3일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대표 후보로 내정했다. 재무·경영관리·신사업 추진 경험이 있는 ‘전략기획통’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인적 분할 4년차를 맞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는 최근 마창민 전 대표를 포함한 임원급 3분의 1(19명)을 교체했다. 잇단 중대 재해 사고와 영업이익 감소에 책임을 물은 ‘물갈이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DL이앤씨 영업이익은 2021년 9572억원, 2022년 4969억원, 지난해 3306억원을 기록하며 2년 만에 65.4% 감소했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정용진 회장이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전격 경질’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 전 대표는 2011년부터 신세계건설 영업 업무를 담당해온 ‘건설맨’으로 대표직에 오른지 1년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구를 중심으로 미분양을 대거 발생시키며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였다.
후임은 그룹 내 ‘재무통’으로 불리는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부사장이 내정됐다. 지난해 120억에서 올해 1878억원으로 15배 증가한 영업손실을 개선하는 게 허 신임 대표 후보자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에서도 ‘재무통’으로 평가받는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지난달 신임 대표에 올랐다. 한성희 전 대표 재임기간 공격적 수주로 업계의 입길에 올랐던 포스코이앤씨가 뒤늦게 재무건전성 관리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중선 신임 대표의 당면 과제도 실적 악화 대응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지난해 매출은 10조1657억원으로 전년보다 7.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7% 감소한 2010억원에 그쳤다.
‘오너 일가’가 직접 등판한 건설사도 있다. GS건설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오너 4세’ 허윤홍 사장을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했다. 지난해 10월 최고경영자에 오르며 경영 일선에 등장한지 6개월 만이다.
허 사장은 2019년부터 신사업추진실장으로 GS건설의 신사업을 총괄해온 점을 고려하면 GS그룹이 GS건설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시장에 편중된 사업 비중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수주나 영업을 확대하기보다 관리가 중요해진 시기라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을 비롯해 금융권 네트워크가 넓은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어려운 시기일수록 관리가 중요해지는 만큼 수주나 영업에 특화된 건설업계 인사보다 현금흐름을 잘 아는 재무쪽 인사가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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