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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교훈 얻은 대만…철저한 대비로 지진 피해 줄여

행복한 0 9 04.06 21:43
대만은 역사를 두 번 반복하지 않았다. 1999년 이후 최대 강진이 지난 3일(현지시간) 대만을 강타했지만 피해규모는 25년 전과 비교해 현저히 적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과거 재난에서 교훈을 얻고 지진에 대비해 온 대만 당국의 노력이 조명받고 있다.
4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전 대만 동부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는 7.2(미국·유럽 지진당국 발표는 7.4)에 달한다. 원자폭탄 32개가 한꺼번에 터질 때의 파괴력과 맞먹는다. 이날 오후 4시25분 기준 당국이 집계한 인명피해 규모는 사망자 10명, 부상자 1067명이다.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라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은 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는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1999년 9월21일 규모 7.6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약 2400명이 숨지고 10만명이 다쳤으며 건물 5만 채가 파손됐다. 응급구조대가 현장에 늦게 도착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대만 정부는 ‘9·21 대지진’ 이후 지진 등 재해 대비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고 지진에 대한 대응 및 훈련을 담당하기 위해 2개의 국가급 센터를 설립했다.
당국은 1999년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 3만6000채를 점검하고 안전 조치가 추가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했다. 당국은 이후에도 신축 건물과 기존 건물에 요구되는 내진 설계 기준을 계속 높여 나갔다. 건물 내진설계 기준을 확인하려는 주민에게는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아울러 학교와 직장은 지진 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공영 미디어는 지진과 안전에 대한 공지를 정기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6년 남서부 해안의 타이난에 강진이 발생했을 때도 주요 구조물 중 붕괴한 것은 17층짜리 고층 아파트 건물이 유일했다.
이번 지진에서도 대만 건축물들은 강력한 내진설계의 힘을 보여줬다. 타이베이에서는 건물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 피해가 가장 컸던 화롄현에서도 오래된 건물들 상당 채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일부만 무너지거나 비스듬히 기운 채 버텨서 시민들이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화롄현 주민 우잉허(75)는 이날 자유시보 인터뷰에서 지진 당시 4층에 있었다. 대만 노인들은 지진이 발생하면 상황을 먼저 파악한다며 TV, 와인장 등이 모두 엎어져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1층이 이미 무너져 있어 2층 창문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4·10 총선을 7일 앞둔 3일 ‘사과’가 거대 양당의 공통 화두로 떠올랐다. 선거 막판 막말 변수가 악재로 부상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제 후보들의 사과가 줄을 잇고 있다. 반등 계기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사과 요구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양쪽 모두 실질적 조치 없이 사과만으로 민심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김준혁 민주당 후보(경기 수원정)는 지난 2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했다며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김 후보는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이 미 군정 시기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상납시켰다는 취지의 과거 유튜브 방송 발언이 알려지면서 집중 비판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폄하에 이어 편법대출 의혹으로 논란이 된 양문석 민주당 후보(경기 안산갑)도 연신 사과 중이다. 안 후보는 지난 1일 SNS에 편법대출과 관련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과 안산 시민께 걱정을 끼친 점, 다시 한번 더 사죄드린다며 더 이상 논란이 없도록 아파트를 처분해서, 새마을금고 대출금을 긴급히 갚겠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들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후보는 사과문을 내놓기 바로 전 SNS에 앞뒤 다 자르고 성과 관련된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했다고 적었다. 비판이 계속되고, 당도 사과를 권고하자 등 떠밀리듯 사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양 후보 역시 사과 직전까지 우리 가족의 대출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있느냐며 언론 보도를 탓했다.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 후보 사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처럼 선거 막판 막말 악재에 휩싸였지만 국민의힘은 좀처럼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용산발 대통령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의·정 갈등’으로 국민 피로도가 최고조에 이르는 등 윤석열 대통령의 ‘마이웨이’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여당 내에서는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경남 김해을 선거에 차출된 조해진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시국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 사과와 대통령실·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정운천 전북 전주을 후보도 1일 회견에서 윤 대통령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최근 여론 반전 동력을 찾기 위해 부족했다고 사과하고, 달라질 테니 일할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충남 당진전통시장에서 지원 유세를 하며 우리 정부와 여당이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라면서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 제가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과 전공의들 간 대화를 제안하는 등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여권에서조차 윤 대통령의 변화와 사과 요구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년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 여론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KBS 다큐멘터리에서는 슬펐던 과거 이야기보단 그동안 제가 어떤 일을 했는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유가영씨(26)는 세월호 생존자다. 그리고 4월 방영이 무산된 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의 주인공이었다. 가영씨는 지난해 12월부터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진과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2월에 돌연 ‘제작이 중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4월18일 방영 예정인 다큐가 4월10일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에서였다.
가영씨가 KBS 다큐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은 그저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세월호 10주기를 약 한 달 앞둔 지난달 18일 만난 가영씨는 10년 동안 제가 무엇을 했고, 지금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영씨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중 1명이었다. ‘잡아줄 테니 같이 나가자’는 친구를 따라 기울어진 선실을 빠져나왔고 헬기로 구조될 수 있었다.
가까스로 일상에 돌아왔지만 가영씨는 오랜 시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 받았다. 학교 수업에도 좋아하던 책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매일같이 가던 학교 도서관에도 발길이 가지 않았다. 당시 가영씨와 함께 도서부 활동을 했던 많은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대학교 2학년 때는 스스로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가영씨는 그때는 제 주변의 모든 것이 안전하지 않게 느껴졌다. 언제 어디서든 나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항상 불안했다고 밝혔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가영씨는 시간에만 기대진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이 흘러 나아지길 바라는 것을 싫다’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단원고 동창들과 비영리단체 ‘운디드힐러(상처 입은 치유자)’를 만들었다. 가영씨는 운디드힐러에서 활동하면서 트라우마에 대한 인형극을 만들고, 2022년에는 강원 동해시 산불 피해 현장에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항상 불안하고 무언가에 의존하고 싶어하는 자신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훌쩍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뉴질랜드에서는 딸기 농장에서 일했는데, 손이 빠른 가영씨는 금세 그곳에서 일을 제일 잘하는 직원이 됐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을 펴냈다. 가영씨가 쓴 책의 제목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는 제작이 중단된 KBS 다큐의 가제이기도 했다.
가영씨는 지금도 가끔 악몽을 꾸고 불안해하고 우울증약을 먹는다. 하지만 그 모습이 가영씨의 전부는 아니다. KBS 다큐에서도 슬픈 과거보다는 미래를 그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영씨의 꿈은 비영리단체(NGO) 재난구호 활동가가 되는 것이다. 동해시 산불 피해 현장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경험이 진로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재난 현장에 가거나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음이 힘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상하게 위로받는 기분도 든다. 가영씨는 어쩌면 제가 힘들었을 때 받지 못했던 위로와 격려를 다른 사람에게 해주면서 저 자신도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4월에 KBS 다큐 방영이 무산된 것이 가영씨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됐을 법도 한데, 가영씨는 KBS 제작진에게도 되레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가영씨는 KBS PD님이 저한테 너무 미안해하셨는데, 사실 제가 더 미안했다며 PD님이 세월호에 대한 다큐를 찍지 않으셨으면 이런 부조리를 겪지 않으셨을 것 같다고 밝혔다.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KBS가 세월호 10주기 다큐 제작을 중단한 것에 대해 가영씨는 거기에 동의할 수 있는 국민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세월호 10주기 다큐 제작이 중단된 것에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대해 ‘천안함 피격 사건 등을 함께 다루는 것이 당초 기획 취지여서 방영을 연기한 것’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다.
가영씨는 사람들이 세월호를 비롯한 재난을 좀 더 기억해줬으면 한다. 가영씨는 우리가 조금 더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되짚어 봤으면 좋겠다며 나를 지키기 위해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도 재난을 계속 되짚어보고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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