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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녹색정의당 비례 1번 나순자 “의대 증원, ‘얼마나’ 보다는 ‘어떻게’가 중요”

행복한 0 10 04.07 14:31
4·10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은 노동 몫인 비례대표 후보 1번을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위원장에게 배정했다. 현직 간호사이기도 한 나 후보는 의·정 갈등 국면에서 발 빠르게 의료 현장을 오가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나 후보는 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얼마나’ 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며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을 재발의한 것과 관련해선 의사 파업과 선거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쇼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노동과 농민을 비례후보 앞순위로 배치한 진정한 진보정당은 녹색정의당 뿐이라며 현장 활동을 기반으로 거대 정당을 견인하고 압박해 요구를 실현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녹색정의당인가.
노동과 농민을 비례후보 앞번호로 배치하는 진정한 진보정당은 녹색정의당 뿐이다. 왜 비례 위성정당에 가지 않았냐고 묻는 동료들도 있다. 위성정당은 연동형 비례제도 취지 자체를 뿌리째 흔드는 편법이라고 봤다. 진보적 가치에 기반한 정의로운 정권 심판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했기 때문에 녹색정의당에 입당했다.
-정치에 입문한 직접적인 계기가 있나.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을 9년 했다.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개선뿐만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 운동, ‘암부터 무상의료’ 운동 등 국민 건강권 향상을 위해 많은 활동을 했다. 성과도 있었지만 한계도 느꼈다. 제도와 법을 만드는 정치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어떻게 평가하나.
의대 정원 확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얼마나’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 현 상황은 정부와 정부 모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의 경우엔 국민 90% 이상이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데도 증원 반대를 외치며 아무 대책 없이 환자 곁을 떠났다. 정부는 무조건 숫자만 늘리겠다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공공의료로 의사들이 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70개 중진료권에 500병상 이상의 현대식 병원이 권역별로 최소한 한 곳은 있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일 대국민 담화는 어떻게 봤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국민은 갈등 해결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탄압을 자랑하면서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노동자에게 가했던 무자비한 탄압을 의사들에게도 자행해선 안 된다. 또 의사 수입 감소를 언급하며 의료 산업화를 강조했는데, 대통령이 의료를 돈벌이 대상으로 본다는 확신이 들었다. 의료는 돈벌이 대상이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한 공공재다.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를 통한 의·정갈등 해결을 제시해왔다.
녹색정의당은 의사 집단 진료거부 사태 초기부터 의·정 대화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 내왔다.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속해서 요구했다. 전문가, 의사들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동의한 사안이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진정성이 있다면 하루빨리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의료 현장 상황은 어떠한가.
환자와 보건의료 노동자의 피해가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심각하다. 전공의, 수련의들이 있던 곳 대부분이 대학병원이자 상급종합병원인데 수술이 3분의 1로 줄었다. 병상 가동률도 30%가 채 안 된다고 한다. 그만큼 중증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거다. 병원 경영이 악화하면서 이에 따른 고통이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도 전가되고 있다. 남은 인력은 거센 노동에 시달리는 동시에 무급휴직을 권고받는 생계·고용 문제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을 최근 재발의했다.
어불성설이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것인가. 국민의힘은 간호법에 대해 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보건의료 갈등을 유발하는 법률이라고 주장했었다. 신뢰하기가 어렵다. 의사 파업과 선거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쇼라고 본다.
-‘건강돌봄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앞두고 있다. 그만큼 돌봄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사람은 누구나 어디에 살든 돈이 있든 없든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고 또 존엄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건강 돌봄 체계를 전 생애 맞춤형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 몫 비례 1번이다. 녹색정의당은 주4일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주4일제로 과로사회, 장시간 노동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대책이다. 젊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도 높다고 생각한다. 반면 주5일제도 어려운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선 임금 격차 해소가 중요한 과제다.
-현재 구상 중인 1호 법안은 무엇인가.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한 법안들이다. 기업별 교섭만으론 산업 격차를 해소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산별교섭 법제화가 시급하다.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과 노란봉투법 재추진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22대 국회에 녹색정의당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정권 심판에는 동의하지만 그 끝이 민주당의 승리로만 귀결돼서도, 복수혈전이 난무한 국회로 돌아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보 가치에 기반한 정의로운 심판이어야 노동자·서민에게 희망이 있는 내일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녹색정의당이 필요하다.
-어떤 의정 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하는가.
후보 활동을 하면서 노동자들로부터 힘들 때 우리 곁에 있어 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현장과 함께 하는 의원이 되겠다. 또 소수 정당인 만큼 현장 활동을 기반으로 거대 정당을 견인하고 압박해 요구를 실현할 수 있게 하겠다.
오후 4시. ‘노동자’ 김은진씨(45)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공장에 출근하면 오후 5시다. 꼬박 날을 새고 새벽 5시에 퇴근하면 곧바로 두 아이의 ‘엄마’로 복귀해야 한다. 아이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도 할 일은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남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쉴 틈 없던 김씨의 일과에 공백이 생겼다. 지난달 27일 법원이 김씨의 전 남편인 박모씨에게 징역 3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씨가 두 아이에게 지난 11년간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는 무려 1억원(지난달 말 기준)이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21년 개정된 이후 실형이 선고된 첫 사례였다.
김씨의 지난한 싸움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편 박씨가 집을 나가면서 두 자녀의 양육 부담을 오롯이 김씨가 지게 된 것이다. 그는 박씨와 2014년 4월22일 이혼했다. 법원은 김씨에게 두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을 줬고 박씨에게는 2013년부터 아이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월 40만~80만원씩을 양육비로 주라고 했다. 하지만 박씨는 돈을 보내기는커녕 연락조차 잘 닿지 않았다.
생계와 양육이라는 이중고를 짊어지게 된 김씨의 일상은 빠르게 무너졌다. 나이가 지긋한 부모가 도너츠 노점으로 하루에 벌어오는 돈은 6만원 남짓이었다. 그 돈을 아이들을 키우는 데 갖다 쓰며 김씨는 밥버러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 아이가 8개월이 되자 대출을 받아 작은 포장마차를 차렸다. 울면서 집에 들어오는 날들이 이어졌다.
재산명시(법원에 재산목록을 제출토록 하는 제도), 감치명령(재판부 직권 구속 조치) 등 생소한 법률 용어들과 친해진 것은 2019년부터다. 2019년 양육비 이행명령 신청을 시작으로 재산명시, 감치명령 신청 등 박씨를 상대로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했다.
그러나 박씨가 양육비를 보낸 것은 딱 한 번뿐이었다. 법원이 양육비 미지급으로 감치 심문기일을 잡자 갑자기 김씨 계좌에 500만원을 보낸 것이었다. 법원이 2021년 감치명령을 한 후에도 박씨는 돈을 계속 보내지 않았다. 김씨는 1년 뒤 그를 형사 고소했다.
김씨는 법원 판결 전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내가 뭔가 덜 (노력)해서 집행유예가 나오면 후회로 평생을 못 견딜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근무를 야간교대로 바꾸고 낮엔 검찰청·법원 앞으로 달려가 1인 시위를 했다. 전 시댁 앞에서도 시위를 하다가 전 시아버지로부터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김씨는 양육비 미지급을 중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 사회 인식을 바꿔보고 싶어 지난해 12월엔 국회 앞에서 삭발시위를 했다.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앞둔 때라 망설여졌지만 우리를 위해 싸워줘서 감사하다는 아이의 말에 걱정은 사라졌다.
인천지법 형사8단독 성인혜 판사는 지난달 27일 박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성 판사는 비양육자인 부모가 부담하는 미성년 자녀에 관한 양육비 채무는 건전한 성장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최소한의 보호수단이라며 자녀들에게 상당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혀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 판사는 (박씨가) 굴착기 기사로 근무하면서 수입을 받았음에도 수사·재판과정에서 양육비를 전혀 주지 않았고 부모의 주거지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양육비 채무보다 다른 채무를 우선 변제하며 10여 년간 고의적으로 지급 책임을 회피해왔다고 판시했다. 성 판사는 박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그를 법정구속했다.
김씨는 그간 법원에선 양육비 미지급을 개인적인 채무관계로만 봤는데 이번 판결은 아동학대 범죄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양육자분들도 이번 판례로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며 형량도 앞으로 더 높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씨와 검찰이 각각 항소하면서 김씨의 싸움도 앞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여성변호사회는 3일 성명서에서 양육비를 지급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의적으로 장기간 고액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며 검찰의 항소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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