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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최저임금은 억울하다

행복한 0 59 04.18 00:46
장모님은 학교급식조리노동자였다. 20년 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나 학생들의 밥을 지었다. 자주 편도가 붓고 팔다리가 아팠는데, 신비하게도 일을 쉬니까 고통이 사라졌다. 노동의 고통과 일을 그만뒀을 때의 소득감소를 저울질해야 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한계’와 ‘효용’이라 부르고, 노동자들은 ‘골병’과 ‘풀칠’이라 부른다. 한약으로 기운을 채우고, 침으로 아픈 몸을 깨우며 일을 하던 장모님은 딸이 결혼을 하자 사표를 냈다. 학교는 뒤늦게 장모님을 붙잡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경제학교과서에 그려진 수요와 공급 곡선에 따라 임금과 고용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현실은 실험실이 아니다. 임금이 삭감돼도 노동공급을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는 많지 않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속담은 노동시장이 완전경쟁시장이 아님을 웅변한다.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의 수요-공급보다 낮게 설정되어 임금이 시장가격까지 오를 때까지 고용감소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급식실,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우체국집배원, 돌봄노동자가 대표적이다. 노동시장은 노동수요자가 노동공급자보다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어, 임금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수요독점시장이기 때문이다.
물가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은 물가인상의 주범이라는 수배전단이 매년 봄에 뿌려진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그래프와 최저임금 인상률 그래프는 상관관계가 없다. 최저임금이 가장 많이 올랐던 2018~2019년은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이었고 최저임금을 사실상 동결, 삭감한 2023~2024년은 물가가 급등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농산물가격 상승과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가격 상승이 물가를 견인했다. 정책실패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월 작성한 프랑스-벨기에 출장보고서를 보면 OECD는 최저임금이 물가인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최저임금 근로자는 물가상승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들의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최저임금을 정기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자영업자를 망하게 한다는 주장도 거짓이다. 2021년 통계청의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영상 애로사항으로 경쟁심화, 원재료비 인상, 상권쇠퇴, 임차료가 꼽혔다.
최저임금을 경제파탄의 주범으로 몰아 취조하던 이들은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최저임금을 풀어주지 않고 있다. 혹시 모를 경제위기와 물가상승을 대비해 계속 갇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이주민에게 최저임금을 삭감할 방법을 찾아내라 닦달하고,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노인들에겐 최저임금을 삭감하자는 건의안을 냈다. 헌법과 법률을 우회하는 방안을 기업컨설팅업체가 아니라 국가가 제시한다. 기업은 이미 최저임금을 회피하고 있다. 서울대는 자살방지 상담원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시급 8333원을 주겠다고 해 논란이 됐고,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특고 플랫폼노동자들은 급격히 늘고 있다.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지난해 109만명에서 올해 65만명으로 줄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논할 때가 아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헌법 밖으로 추방당한 노동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틀어 막혔던 입을 열고 진실을 말할 때다. ‘최저임금에 자유를. 모든 노동자에게 존엄을. 최저임금을 석방하라!’
데스게임과 업무상 재해
비례대표 공약, 두 가지 공통점
삼체, 내면, 독서
경기도의 첫 광역도서관인 ‘경기도서관’이 오는 2025년 하반기 개관한다. 기후·환경 도서관을 비전으로 하는 경기도서관은 탄소저감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건축물로 지어진다.
경기도는 이런 내용의 ‘경기도서관의 운영과 공간구성의 방향’을 15일 밝혔다. 경기도서관은 경기도 최초의 광역 대표 도서관으로 2000여개(공공도서관 309개, 작은도서관 1676개)의 전체 도서관 정책을 총괄한다.
경기도는 끌림이 있는 도서관, 변화의 중심 도서관,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기후도서관 등 3가지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끌림이 있는 도서관’ 분야에서 어린이와 정보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는 도서관’ 프로그램과 문화적 다양성을 배울 수 있는 ‘헬로 월드’ 프로그램, 사회적경제 제품 판매 등을 추진한다. ‘책 만드는 도서관(1인 집필·웹툰창작 등)’, ‘K-문화 공유스튜디오(방송·영상 등 제작 공간 제공)’, ‘돌봄&차일드케어(영유아 돌봄)’, ‘책숲놀이터(독서와 놀이가 함께하는 공간)’, ‘도서관숲 캠핑장’ 등도 준비 중이다.
‘변화의 중심 도서관’ 분야로는 도서관 정책개발, 신기술 도입, 관리자·활동가 교육 및 서비스 품질개선 등 정책 도서관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개관에 맞춰 제62회 전국도서관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개관과 함께 광역 최대 규모의 전자도서관 서비스도 확대한다. 올해 6월 실제 도서관 모습을 아바타 기반 가상공간으로 구성한 메타버스 도서관 서비스를 개설할 예정이다.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기후도서관’과 관련해선 도서관 건축에 탄소 저감 기술을 접목하고, 도서관 내부에 생태공간을 조성하는 등 도서관을 친환경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건축물은 녹색건축 최우수(그린 1등급),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등급 등을 인증받았다.
지하주차장 하부에는 지열을 활용해 739.28㎾의 전력을 만들어 냉난방에 활용한다. 옥탑층에 221.94㎾ 용량의 태양광 설비를 갖춘다.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BIPV)과 양방향 스마트전기차 충전 등 신기술도 선제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김동주 경기도 도서관정책과장은 이곳을 찾는 도민들에게 독서뿐 아니라 다양한 창작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실천과 변화의 중심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당에서 글공부하던 어린 학동이 심고,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지켜온 큰 나무가 있다. ‘서산 송곡서원 향나무’라는 이름의 한 쌍의 향나무다. 미끈한 나무줄기의 생김새에서부터 구불구불한 가지펼침까지 향나무 특유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근사한 나무다.
‘서원목’이라는 이름으로 우뚝 서 있는 나무 안쪽에는 ‘송곡서원’이라는 소박한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지만, 나무가 처음 뿌리내리던 시절에는 서원 대신 작은 서당이 있었고, 그 서당에 다니던 학동이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600년쯤 전에 있었던 이야기다.
나무를 심은 것으로 알려진 학동은 조선 단종 때의 선비 류윤(柳潤·?~1476)이다. 관련 기록이 안 남아 어린 시절의 류윤과 이 지역의 연관성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부모의 벼슬살이가 이 지역에서 이어졌거나 일가친척이 서산에 살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서원 건립은 류윤이 죽고 200년쯤 흐른 1694년(숙종 20년)이다. 서원 뒤편으로 소나무가 울창한 계곡이 이어져 ‘송곡’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류윤을 비롯해 이 지역의 위세를 높인 공을 세운 선비 9명을 배향했다.
한 쌍의 향나무는 긴 세월을 살아왔지만 건강한 수세를 유지하며 장엄한 생김새를 갖췄다. 두 나무 모두 나무높이 15m, 줄기둘레 3m의 큰 나무로 자랐다. 향나무로서는 나라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나무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평범한 농촌 마을 ‘자존감 상징’
더럽혀진 귀 씻어낸 최치원의 지팡이
경쟁 상대 품는 나무의 협동 전략
충청남도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던 2010년 태풍 곤파스의 습격으로 큰 가지가 부러지는 피해를 받았음에도 아름다운 생김새와 건강한 생육 상태를 잃지 않아 2018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위를 격상해 보호하게 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때에는 단종 폐위 뒤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 류윤이 심은 나무라고 했지만, 류윤은 청주 지역으로 낙향해 은거했다는 게 더 널리 알려진 이야기여서 애매하다. 정확한 내력은 알 수 없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어린 류윤이 심은 나무라고 믿고 정성껏 지켜가는 크고 아름다운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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