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home    〉   Q&A

[특파원 칼럼]방위비 분담금, 그 너머의 문제

행복한 0 6 05.02 19:52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첫 회의가 지난달 23~25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렸다. 현재 적용되는 11차 SMA 협정 만료까지 20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차기 협상을 개시한 것은 ‘트럼프 리스크’ 대비 차원이 크다. 재임 시절 분담금 5배 증액을 압박하며 주한미군 철수까지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 바이든 정부와의 협상이 호락호락 넘어갈 것으로 기대하는 건 오산이다. 첫 회의를 앞두고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는 공정하고 공평한 결과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분담금 인상 요구를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2021년 11차 SMA에서 한국의 2021년 분담금은 역대 두번째로 높은 13.9% 올랐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4년간 매해 국방비 증가율을 연동해 분담금을 인상하기로 하는 악수를 뒀다. 이는 이번 협상에서 한국에 족쇄가 될 수 있다. 11월 미 대선 전에 협상을 매듭짓고 싶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급할 게 없다.
미국이 분담금 증액을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합리적 수준의 분담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건 까다로운 과제가 됐다. 결국 한국의 ‘동맹 기여’를 얼마나 인스타 팔로우 구매 잘 강조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상당 비중을 부담하는 것을 입증하는 데서 나아가, 미국산 무기 구매나 대중국 정책 공조, 기업의 대미 투자 등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유·무형 기여를 어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분담금 액수가 많고 적고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 큰 우려는 주한미군의 지위·성격·역할이 격변에 휩싸일 가능성이다.
바이든 정부는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에 따라 전 세계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극대화해 중국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전임 트럼프 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흐름이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자원을 합쳐서 운용하는 ‘통합억제’ 구축에 주력해왔다(박원곤 2022).
미국, 다양성 포기하진 않았다
북·일, 북·미 그리고 한국
짐 싸는 교민이 늘어가는 이유
최근 미·일 정상회담에서 나온 주일미군과 자위대 간 상호운용성 강화도 이런 구상의 일환이다. 미 당국자들은 기존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양자동맹 체제(hub and spoke)가 격자형 구조(lattice-like)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트럼프의 핵심 참모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 방어에서 대중 억제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의회나 싱크탱크 등 워싱턴 조야에서는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권에 속하게 되리라는 전망이 상식처럼 통용된다.
한·미관계가 점차 대등해지면서 동맹국으로부터 약속한 방어를 제공받지 못하거나(방기),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연루) ‘공포’는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미·중 긴장이 고조되고 한·미·일 결속이 강화하는 가운데 연루의 딜레마는 커지고 있다. 북핵 위협 고도화, 북·러 군사협력 등 한반도 안보 환경은 더욱 불안정해졌고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최소한의 장치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는 트럼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숫자 싸움’을 넘어서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