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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한국 사회 부적응자가 남긴 이야기

행복한 0 3 05.02 21:19
2011년 여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에서 홍세화를 봤다. 고공농성을 하던 김진숙을 응원하는 희망버스가 갔을 때다. 홍세화는 무대 먼발치 담벼락 쪽에서 홀로 행사를 지켜봤다. ‘진보 셀럽’들이 맨 앞자리 어디 앉을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던 걸 목격한 뒤라 그 모습이 오래 남았다.
2013년 홍세화가 제안해 만든 학습 협동조합 이름이 ‘가장자리’라는 걸 알았을 때 경계를 지키거나 버티려던 마음으로 담벼락 쪽에 선 건 아닐까 생각했다. ‘가장자리’ 창립과 ‘말과활’ 창간을 두고 인터뷰했을 때 홍세화는 이렇게 말했다. 삶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 벼랑 끝에 내몰리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죠. 중심을 지향하는 게 아닙니다. 중심이 점 하나라면, 가장자리는 평등한 점들이 모여 만드는 선입니다. 벼랑 끝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맞잡는 연대의 선인 거죠.
부고에 그 가장자리를 떠올렸다. 그 자리는 전장이었다. 모두가 점 하나, 장교가 되려는 세상에서 홍세화는 늘 끝까지 사병으로 남겠어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고 했다. 척박한 땅에서 사랑하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싸워 작은 열매라도 맺게 하는 거름 역할을 하려 했다.
끝까지 ‘한국 사회 부적응자’로 남았다. 프랑스에서 귀국한 해 어느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계신가요’라는 진행자 질문에 적응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했다. 홍세화는 불온성을 간직한 걸 또 다행으로 여기고 살며 악역을 자처했다. 불화, 비난을 감당하며 가장자리를 지켰다.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선’ 이 불온한 자는 거침없었다. 척탄병으로 폭탄을 던진 곳은 수구보수 자리만이 아니었다.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에도 투척했다. 홍세화는 세상을 바꾼다면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기 전에 스스로 바뀐다는 사실을 상기하려 했다. 조국의 사모펀드 문제와 우리는 조국이다 집회의 실상을 비판한 것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노동문제에 분노하던 이들이 문재인 정권의 노동문제에 침묵할 때 나는 김용균이라고 외친 것도 늘 가장자리를 지키며 싸운, 늙었으나 용맹했던 척탄병의 일이관지였다.
수구보수 쪽 사람들은 홍세화가 죽고 ‘진보좌파 비판’을 끄집어내지만, 그는 수구보수의 반동성을 줄곧 비판한 사람이다. 이 정권이 들어서자 윤석열의 ‘독불장군식 밀어붙이기’와 ‘김건희에는 눈감는 불공정’ 등을 비판했다. 홍세화는 ‘진보좌파’의 우경화와 이중성, 부의 축적을 비판했지 수구보수를 옹호하지 않았다. 2022년 11월 쓴 한겨레 칼럼에는 <조선일보> 따위가 문재인 정권을 ‘좌파정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가 왜 진보냐? 좌파냐?’라고 응수하지 않는다고 썼다.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수구 언론이 우경화된 ‘진보좌파’ 세력을 ‘좌파’로 부르는 것을 좌파에 대한 모독으로 여겼다.
자기 좌표도, 공격 대상 좌표도 한결같았다. 소수자, 난민,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빈자 즉 육체적 품이든, 정신적 품이든 품을 팔아야 먹고살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약자들 편에서 싸웠다. 벌금 수십만원, 100만~200만원이 없어 교도소로 가 노역해야 하는 이들을 위해 맡은, 스톡옵션도 수당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은행장(장발장은행)’도 그에겐 마땅한 자리였다.
‘저널리스트 홍세화’도 20 대 80 사회에서 80의 생존과 투쟁 이야기를 거듭 끄집어내며 대물림되는 가난을 직시했다. 마지막 단독 저서 <결 : 거칢에 대하여>(2020,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한겨레출판)에서 언론이 다루는 서사는 대부분연예인·부자·유명인·호감정치인 등 ‘20’과 관련된 것들이고, 노동자 등 ‘80’과 관련된 서사는 사회면에 양념처럼 곁들여지는 점도 지적했다.
‘공화주의자 홍세화’는 한겨레21과 진행한 마지막 병실 인터뷰에서 비판성·연대성을 공화국에서 품어야 하는 민주시민의 성격이라고 했다. 현실은 어떤가. 자기 진영·정파 사람들 잘못에는 눈감거나 옹호하고, 다른 진영·정파 잘못은 침소봉대한다. 없는 사실조차 만들어 공격한다. 진보와 개혁을 외치는 이들 중 난민, 소수자와 연대하는 이도 찾기 힘들다. 공공의 장은 비판적 이성과 토론 대신 광신과 맹신, 적의로 차버렸다. 홍세화는 ‘대한민국’이 국가 귀족, 사회 귀족 나라였지 공화국인 적이 없다고도 했다.
홍세화가 죽었다. 진보를 자처하거나, 진보 운동을 해온 이들이 진영·정파의 치어리더가 되고, 정론을 추구한다는 이들이 ‘20의 이야기꾼’ 노릇만 하는 세상에서 그의 부재를 오래 되새길 것 같다.
다음달 1일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출근 시간대와 7호선 퇴근 시간대에 다니는 열차 횟수가 각각 2회씩 늘어난다. 최대 혼잡도를 150%대에서 130%대로 줄이려는 조치다.
서울교통공사는 다음달 1일 첫차부터 출·퇴근시간대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 4·7호선 열차 운행을 늘린다고 29일 밝혔다.
공사는 지난달 혼잡도 조사 결과 혼잡도가 높은 구간에 열차를 추가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4호선의 최대 혼잡도는 150.1%로 오전 8시~8시30분에 성신여대입구→한성대입구역 구간에서 측정됐다. 7호선 최대 혼잡도는 157.0%로 오후 6시~6시30분 가산디지털단지→철산역 구간에서 나타났다.
공사는 이번 증차로 최대 혼잡도가 4호선은 135.1%, 7호선은 134.6%로 각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사 관계자는 4·7호선 열차 혼잡도를 150% 이하 수준으로 관리해 시민들의 증차 편의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와 서울시는 국비를 확보해 4호선 3편성, 7호선 1편성씩을 각각 증차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서울시에 지하철 증차에 필요한 국비 64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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