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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운명적 사랑의 상대부터 정치적 성향까지 유전자가 결정한다

행복한 0 3 05.05 14:46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1976년)가 출간된 후로 약 50년이 흘렀다.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찰스 다윈은 앞서 <종의 기원>을 통해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위에서 끌어내렸고,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이 다른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유전자의 번식을 위해 진화를 거듭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렸다. 타인을 위해 발휘하는 숭고한 이타심은 파고들어보면 유전자가 대를 이어 번식하기 위한 ‘이기적 본능’에서 발현된 것이다.
인간유전체학을 연구하는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의 최정균 교수는 이러한 혁신적인 관점이 등장하고 지금까지 5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그것이 인간 사회에 미친 영향과 파급력은 그 사상적인 심오함에 크게 못 미치는 것 같다며 아쉬워한다. ‘보이지 않는 지휘자’와 같이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의 여러 활동이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영역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가에 대한 탐구가 별로 없었다는 아쉬움에서 <유전자 지배사회> 집필이 시작됐다.
최 교수는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적 학술지에 실린 최신 연구들을 바탕으로 유전자로부터 파생된 인간의 행동과 사회문화에 인스타 팔로워 구매 대해 살폈다. 사랑, 혐오 등 인간의 본능적 감정으로 여겨지는 것들부터 과시적 소비와 착취 등의 경제 현상, 진보와 보수 등 정치성향까지 유전자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그는 유전자의 조종이 너무나 교묘해 인간의 인지능력에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많은 행동이 유전자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고 살지만, 감지되지 않는다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책은 순수하고 고결해보이는 인간 본성의 영역, ‘사랑’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번식이라는 목적으로 진화가 고안해낸 사랑은 사실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작동하는 신경 기관의 메커니즘이라고 정의한다.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상대방을 만나서 후손의 유전적 다양성을 늘리는 것은 외부의 병원균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유전학적인 전략이다.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라는 면역 단백질이 있는데,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MHC 변이구조를 가지고 있다. MHC 변이가 다양할수록 대응할 수 있는 병원균의 종류가 다양해진다. 예를 들어 한 인스타 팔로워 구매 명의 자식이 특정 병원균에 취약한 MHC를 가지고 있더라도 다른 인스타 팔로워 구매 자식이 MHC에 대응할 수 있다면 유전자는 대를 이어서 번식에 성공하게 된다. 그래서 유전자는 자신의 개체와 다른 MHC 변이를 가진 개체를 만나서 번식하는 것을 선호한다.
스위스의 동물학자 클라우스 베데킨트는 재밌는 실험을 했다. 남성 참가자들이 이틀 동안 입고 있던 티셔츠의 냄새를 여성 참가자들에게 맡게 하고 선호도를 측정한 결과, 여성 참가자들은 자신과 다른 MHC 변이를 가진 참가자의 냄새를 더 선호했다.
번식을 하고 나면, 자신과 유전학적으로 더 유사한 자식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친조부모에 비해 외조부모가 손주들에게 더 많은 돈을 쓰며, 특히 외할머니가 가장 많은 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전적 근친성을 확신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임신이라는 과정을 통해 외할머니는 자신의 유전자가 손주에게 내려갔다고 확신할 수 있으나, 친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뿐 아니라 그 아들이 데리고 있는 손주가 친자식이라는 것을 확신하기 어렵다.
사랑의 정반대편에 있는 혐오와 폭력도 유전자 진화로부터 비롯된 감정이다. 문명의 보호를 받지 못한 인간 조상들에게는 위험한 대상을 재빠르게 알아채고 그에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했다. 안전한 것일지라도 순간의 이미지를 통해 위험한 것으로 판단하고 과잉 대응하는 것이 혐오라는 정서적 기제다.
저자는 사랑과 혐오와 관련된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며 우리가 ‘동물’로서 하는 번식을 위한 사랑은 유전자가 이끄는 자연스러운 감정에 본능적으로 따르는 것에 불과하나, 우리가 ‘인간’으로서 유전자에 맞서 추구할 수 있는 사랑은 진화적 본능에 새겨진 두려움과 혐오를 이겨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혐오, 고정관념과 편견 등이 비록 유전적 본능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라도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사랑이 인간 고유의 숭고한 행위라고 말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의 경제 활동도 유전자의 번식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 신고전학파 학자들이 제시한 ‘한계효용’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처음에는 효용감이 크지만, 그 행동을 반복할수록 효용감이 점점 감소한다. 이를 ‘한계효용 체감(감소)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한계효용 이론에서는 소비자가 자신의 한계효용이 0에 이르면 소비를 멈추는 합리적이고도 독립적인 개인이라고 가정하지만, 생물학적 소비자(유전자)는 결코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유전자는 무한한 번식 욕구와 경쟁 심리를 지닌 비합리적인 사회적 개체들이다. 유전자는 자원이 허락한다면 짝짓기 횟수와 자식의 수를 더 늘리고자 하고, 자신이 가진 풍부한 자원을 상대방에게 과시하는 형태로 ‘번식 경쟁’이 일어난다.
원시 사회에서는 수컷들이 자신과 부양가족이 필요한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사냥을 해서 주변에 나누는 식으로 번식 능력을 과시했다. 농경 사회로 접어든 이후로는 잉여가치의 획득을 통해 본격적인 과시적 소비와 신분 향상의 추구가 시작됐다. 현대 사회에 와서는 잘 노는 것이 부와 능력을 드러내는 상징이 됐다. 저자는 과시적 여가와 소비 행위는 실은 번식을 위한 유전자들의 욕구의 발현인데, 실제로 번식은 하지 않으면서 번식을 목표로 발동되는 가열한 경쟁 심리에 쫓겨 발버둥치는 괴상한 삶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입장 역시 생물학적 속성에 따라 설명한다. 학계에서는 교감신경의 중추가 되는 편도체라는 뇌 기관에 주목한다. 편도체와 교감신경은 생존을 위해 발달한 공포와 혐오라는 정서를 발동시키는 부위다. 2013년 한 연구에서 대상자 82명의 뇌를 기능성 MRI로 검사한 결과, 보수 성향의 참가자들이 편도체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수적 성향은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진화적 본능에 충실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학자들은 편도체의 활성을 결정하는 유전인자를 발견했다.
구소련 스탈린이 그립다 붉은색만 봐도 욕 나온다
1936년 팔레스타인의 ‘아랍 대봉기’…죽고 죽이는 ‘중동분쟁’의 시작
작업복이 말해주는 노동의 현실
저자는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자연의 원리와 법칙 혹은 섭리야말로 보수가 중시하며 지키고 따르고자 하는 내재적 가치이며, 이러한 신념 체계는 진화의 성공적인 산물로서 유전자 변이에 새겨져 있다고 설명한다. 과학기술은 기본적으로 자연을 인위적으로 가공하고 변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과학기술에 반감을 가진 경우가 많다. 미국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백신, 원자력, 유전자변형작물 등에 대한 보수 진영의 확연한 비우호적인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이론적이고 복잡한 것보다 직관적이고 분명한 것을 더 선호했다.
책은 노화, 죽음, 종교까지도 진화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저자가 그리는 유전자의 세계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사회현상을 유전자와 진화의 관점에서 설명한다는 점이 참신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주체성이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인간이 눈부신 이성에 기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발전시켜온 문화가 모두 유전자의 생존 본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설명하니, 허탈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처럼 내적 갈등을 겪을 독자들에게 어쩌면 과학의 힘으로 외부의 자연과 싸우는 것보다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자기 자신과 벌이는 내적 갈등과 도덕적 투쟁이 훨씬 힘든 작업일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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