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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땐 27~28일 ‘재표결’ 예상…여권 이탈표에 통과 달려

행복한 0 3 05.08 05:42
김진표 의장 특수한 상황…21대 국회 임기 내 상정 결단국민의힘 거부권 요구 윤 대통령 ‘수용’ 모양새 취할 듯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여당이 반대하는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하도록 한 것은 21대 국회 임기 말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한 결과다. 김 의장은 여야 합의 처리를 중시해왔으나, 채 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될 위기에 처하자 안건 상정을 결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해 결국 재의결을 위한 여야 표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채 상병 특검법을 재석 168명, 찬성 168표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법안이 상정되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며 표결에 불참했다. 이태원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더불어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 추가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시도했다.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김 의장이 이를 받아들여 특검법을 상정하면서 야당 단독으로 법안이 통과됐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달 3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를 거쳐 본회의에 자동부의됐다. 자동 상정되려면 60일의 추가 숙려기간을 거쳐야 하나 김 의장은 국회 임기가 5월29일까지이므로 60일 이후를 기다릴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일방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가 크다며 ‘엄중한 대응’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여당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법안의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가능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채 상병 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온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내 특검법 재표결을 시도할 방침을 세웠다. 오는 27일이나 28일쯤 본회의 개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구속수감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재적 의원 295명 전원이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197명이 찬성해야 한다. 범여권 115석(국민의힘 113석, 자유통일당 1석, 무소속 1석)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중 17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현재 이탈 가능 의원은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진 김웅 의원이 유력하다. 출석 의원이 줄면 재의결에 필요한 의석수도 줄어드는 만큼 총선 불출마 및 낙선 의원들의 본회의 참석 여부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되면 야당은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기로 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범야권이 192석, 범여권은 108석이다. 여권에서 8석만 이탈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통과될 수 있다.
2011년 여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에서 홍세화를 봤다. 고공농성을 하던 김진숙을 응원하는 희망버스가 갔을 때다. 홍세화는 무대 먼발치 담벼락 쪽에서 홀로 행사를 지켜봤다. ‘진보 셀럽’들이 맨 앞자리 어디 앉을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던 걸 목격한 뒤라 그 모습이 오래 남았다.
2013년 홍세화가 제안해 만든 학습 협동조합 이름이 ‘가장자리’라는 걸 알았을 때 경계를 지키거나 버티려던 마음으로 담벼락 쪽에 선 건 아닐까 생각했다. ‘가장자리’ 창립과 ‘말과활’ 창간을 두고 인터뷰했을 때 홍세화는 이렇게 말했다. 삶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 벼랑 끝에 내몰리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죠. 중심을 지향하는 게 아닙니다. 중심이 점 하나라면, 가장자리는 평등한 점들이 모여 만드는 선입니다. 벼랑 끝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맞잡는 연대의 선인 거죠.
부고에 그 가장자리를 떠올렸다. 그 자리는 전장이었다. 모두가 점 하나, 장교가 되려는 세상에서 홍세화는 늘 끝까지 사병으로 남겠어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고 했다. 척박한 땅에서 사랑하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싸워 작은 열매라도 맺게 하는 거름 역할을 하려 했다.
끝까지 ‘한국 사회 부적응자’로 남았다. 프랑스에서 귀국한 해 어느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계신가요’라는 진행자 질문에 적응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했다. 홍세화는 불온성을 간직한 걸 또 다행으로 여기고 살며 악역을 자처했다. 불화, 비난을 감당하며 가장자리를 지켰다.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선’ 이 불온한 자는 거침없었다. 척탄병으로 폭탄을 던진 곳은 수구보수 자리만이 아니었다. 이른바 ‘진보좌파’ 진영에도 투척했다. 홍세화는 세상을 바꾼다면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기 전에 스스로 바뀐다는 사실을 상기하려 했다. 조국의 사모펀드 문제와 우리는 조국이다 집회의 실상을 비판한 것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노동문제에 분노하던 이들이 문재인 정권의 노동문제에 침묵할 때 나는 김용균이라고 외친 것도 늘 가장자리를 지키며 싸운, 늙었으나 용맹했던 척탄병의 일이관지였다.
수구보수 쪽 사람들은 홍세화가 죽고 ‘진보좌파 비판’을 끄집어내지만, 그는 수구보수의 반동성을 줄곧 비판한 사람이다. 이 정권이 들어서자 윤석열의 ‘독불장군식 밀어붙이기’와 ‘김건희에는 눈감는 불공정’ 등을 비판했다. 홍세화는 ‘진보좌파’의 우경화와 이중성, 부의 축적을 비판했지 수구보수를 옹호하지 않았다. 2022년 11월 쓴 한겨레 칼럼에는 <조선일보> 따위가 문재인 정권을 ‘좌파정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가 왜 진보냐? 좌파냐?’라고 응수하지 않는다고 썼다.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수구 언론이 우경화된 ‘진보좌파’ 세력을 ‘좌파’로 부르는 것을 좌파에 대한 모독으로 여겼다.
자기 좌표도, 공격 대상 좌표도 한결같았다. 소수자, 난민,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빈자 즉 육체적 품이든, 정신적 품이든 품을 팔아야 먹고살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약자들 편에서 싸웠다. 벌금 수십만원, 100만~200만원이 없어 교도소로 가 노역해야 하는 이들을 위해 맡은, 스톡옵션도 수당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은행장(장발장은행)’도 그에겐 마땅한 자리였다.
‘저널리스트 홍세화’도 20 대 80 사회에서 80의 생존과 투쟁 이야기를 거듭 끄집어내며 대물림되는 가난을 직시했다. 마지막 단독 저서 <결 : 거칢에 대하여>(2020, 한겨레출판)에서 언론이 다루는 서사는 대부분연예인·부자·유명인·호감정치인 등 ‘20’과 관련된 것들이고, 노동자 등 ‘80’과 관련된 서사는 사회면에 양념처럼 곁들여지는 점도 지적했다.
‘공화주의자 홍세화’는 한겨레21과 진행한 마지막 병실 인터뷰에서 비판성·연대성을 공화국에서 품어야 하는 민주시민의 성격이라고 했다. 현실은 어떤가. 자기 진영·정파 사람들 잘못에는 눈감거나 옹호하고, 다른 진영·정파 잘못은 침소봉대한다. 없는 사실조차 만들어 공격한다. 진보와 개혁을 외치는 이들 중 난민, 소수자와 연대하는 이도 찾기 힘들다. 공공의 장은 비판적 이성과 토론 대신 광신과 맹신, 적의로 차버렸다. 홍세화는 ‘대한민국’이 국가 귀족, 사회 귀족 나라였지 공화국인 적이 없다고도 했다.
홍세화가 죽었다. 진보를 자처하거나, 진보 운동을 해온 이들이 진영·정파의 치어리더·저격수가 되고, 정론을 추구한다는 이들이 ‘20의 이야기꾼’ 노릇만 하는 세상에서 그의 부재를 오래 되새길 것 같다.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의 본래 명칭은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지난해 9월7일 이재명 대표와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24명이 공동 발의했다.
특검 수사 대상으로는 ‘채 상병 순직 사건’과 ‘대통령실·국방부(군 검찰단·군법무관리관실·조사본부 등)·해병대 사령부·경북경찰청의 은폐·무마·회유 등 직권남용 및 이와 관련된 불법 행위’가 명시됐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이 적시된 만큼 윤석열 대통령 역시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특검 추천 과정을 보면 대통령이 국회 교섭단체 중 대통령이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에 서면으로 의뢰하고, 의뢰서를 받은 교섭단체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으로부터 변호사 4명을 추천받아 이 중 2명의 특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했다.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최종 임명한다.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는 민주당이다. 국민의힘은 이 조항을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인정하고 추천하는 사람을 특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다.
채 상병 특검 수사팀은 ‘매머드급’ 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은 파견 검사 20명, 파견 검사를 제외한 파견 공무원 40명 이내로 파견 근무를 요청할 수 있다. 대통령은 특검이 추천한 3명의 특별검사보를 임명하고, 특검이 40명 이내의 특별수사관을 임명할 수 있는 조항도 담겼다. 최대 104명 규모로, 105명이었던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특검’과 비슷하다.
특검은 임명된 날부터 20일간 직무수행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으며, 준비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70일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고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 승인을 받아 한 차례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도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특검의 언론 브리핑에 대해서도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법안은 지난해 10월6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후 심사 기간을 거쳐 지난 4월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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