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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 음식은 K푸드 미래옛 조리서 보존 전승해야

라이더 0 46 07.06 01:42
기록으로 본 남도 종가 음식문화 요즘처럼 글로벌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한식의 뿌리를 찾아 더 깊고 섬세하게 가지를 펼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전통한식을 크게 범주를 나누면 궁중양반가평민가사찰음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우리에게 친숙하고 가까운 것이 양반가 음식이고 이 오래된 조리 비법들은 종가 음식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백두현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는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는 요소는 음식 문화이고 어릴 때 부모로부터 얻은 입맛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며 영어에서 말하는 소울 푸드 란 이러한 음식을 가리키는데 종가 음식 조리서에 담긴 여러 가지 음식들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를 간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마침 지난 6월 24일 세종문화회관 스퀘어홀에서 기록과 실체로 본 남도 종가 음식문화를 주제로 한 전남 종가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이날의 이슈는 조선시대 호남지역에서 집필된 조리서 중 유일하게 현전하는 종가 음식 조리서인 『음식보』의 가치와 활용방안 그리고 종가 음식의 보존계승 방법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숭어새끼 명칭인 모쟝 등 방언도 풍부 『음식보』는 전남 나주시 도래마을 풍산홍씨 창애공파 석애 문중이 소장하고 있다가 한국학호남진흥원에 기탁하는 과정에서 발굴됐습니다. 1756년에 시어머니 진원 오씨가 주저자로 집필했고 02년에 며느리 진주 정씨가 6개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오복제 손녀에게 당부하는 글 시댁 식구 기일 및 거주지 등 총 10편을 묶은 합본으로 그 중 음식 조리법을 적은 『음식보』는 3분의1 정도 분량입니다. 이날 박채린 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음식보』만의 독특한 가치를 중심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는 풍산 홍씨 가문의 음식 조리법으로 총 37종 음식 종류가 기재돼 있는데 그 중에는 『음식보』에서만 볼 수 있는 음식 이름재료조리법이 등장한다며 이는 이 조리서의 배경인 호남이라는 지역성에서 비롯된 식재료 언어 및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고 따라서 호남지역 전통음식 연구는 물론 다른 고조리서와 타 지역 음식문화 연구에도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식사적으로 큰 가치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보』에는 자렴이라는 명칭이 있습니다. 포다이버스 숭어새끼를 구워서 식초에 담갔다가 말려두고 쓰는 것으로 자렴이라는 음식 명칭은 물론 숭어새끼를 지역방언인 모쟝이라고 표기한 것 초벌구이 후 식초에 담갔다가 저장하는 점 등이 모두 『음식보』에서만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밀가루 없이 메밀가루로만 피를 만들어 소를 넣고 기름에 지진 모밀편 밀가루 피에 견과류 소를 넣어 철판 모래 위에 구운 소병 쑥을 잿물로 파랗게 색을 댄 뒤 쌀가루와 섞어 안반에 밀어 만든 뉴화전 쌀가루를 쪄서 만든 설기떡인 모희편 4가지는 다른 조리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떡류다.
이밖에도 박 연구원은 이날 『음식보』에 대한 선행연구에서 나타난 오류를 밝히는 등 여러 가지 진전된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국 음식사와 한식 전통 조리법을 연구하는 데 고조리서는 중요한 사료 역할을 하므로 옛 음식법의 원문을 정확히 판독하고 분석해 내는 작업은 꾸준히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는 게 박 연구원의 말입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다룬 두 번째 주제는 종가 음식 조리서에 대한 가치와 그 보존계승 방법입니다. 종가 음식 조리서란 조선시대 사대부 양반가 혹은 종가에서 음식 조리법을 기록해 대대로 전승해 온 것을 말하는데 백 교수는 이날 종가 음식 조리서는 한국 음식문화의 원형이라며 종가에 국한된 음식 조리법 뿐만 아니라 당대 사회에서 가장 일반적인 음식 조리법의 정수가 흡수돼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종가 음식 조리서의 가치로 한국 전통 음식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핵심 자원이자 현대인의 식생활을 위한 새로운 음식 개발의 원천 등을 짚었습니다. 종합하면 단단한 뿌리를 가진 종가 음식 조리서는 무한한 스토리텔링 창조가 가능한 K푸드의 씨앗입니다.
하지만 정작 K푸드의 미래인 종가 음식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이날 마지막 시간에는 이번 심포지엄을 기획한 김홍렬 청주대 교수의 기록과 실체를 통해 본 전남 종가 음식문화 계승 현황 및 과제 발표가 있었습니다. 주 내용은 종가반가음식의 위기. 종부와 종손 등 전통 시대를 직접 체험한 세대들이 초고령화하고 사망률이 높아져 가고 있는데 전승 체계는 붕괴돼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남 21개 가문 중 전승 가능성 1곳 뿐 2023년 8월과 2024년 4월 두 차례에 걸친 전남 종가 음식문화 현장 조사 결과 21개 가문 중 향후 전승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은 밀양 박씨 남파고택 한 곳뿐이었습니다. 이 가문은 차종부의 관심과 참여로 일찍부터 전승 작업이 진행됐고 2020년부터는 롯데백화점과 함께 강남점과 본점에 한식당 남파고택을 열고 200년 간 집안에서 내려온 장조림반동치미육전어전 등 내림음식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 종가들은 종손종부 차종손차종부의 종가 음식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전승 가능성이 매우 어둡다. 이는 타 지역도 비슷한 상황. 2017년 한국학진흥원에서 펴낸 종가문화의 전승기반과 변화양상 경북지역 사례를 중심으로를 보면 경북지역 2종가 중 종손종부가 종택에 거주하는 경우는 84곳 뿐. 차종손까지 함께 거주하는 경우는 7종가 로 같은 지역 내서 따로 살고 있는 3종가 비교적 근거리에 거주하는 3종가를 합해도 13종가 수준입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종가문화의 안정적인 계승을 기대하기 힘들고 미래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종가 음식문화 보존과 전승 또한 위기라며 최우선 과제로 종가 음식문화 조사 및 아카이빙을 꼽았습니다. 그는 구술 채록사진영상 등을 이용해 음식 재료와 조리법뿐 아니라 식기구 식문화 스토리 등 음식문화 전체를 아울러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기록해 두면 향후 관심 있는 후손이나 젊은이들에 의해 재현 또는 복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비혈연 관계인 외부 인력에 의한 전승 체계 구축도 생각해 볼 대안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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