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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0 5 08.30 23:37
안응칠 역사에 나오는 얘기다.
94년 한국 각 지방에서는 소위 동학당이 곳곳마다 돌아다니며 관리를 죽이고 민중의 재산을 약탈했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동학당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의병을 일으켰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자서전에 그해 12월 황해도 청계산에서 동학당 괴수 원용일 무리와 전투를 벌여 대승한 일을 적었습니다. 백범일지에 나오는 얘기다. 나의 본진이 있는 회학동과 안 진사의 청계동이 불과 20리 거리라 내가 무모하게 청계동을 치려다 패하면 목숨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니 안 진사가 나를 위하는 호의로 이 밀사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안 진사는 안 의사의 아버지 안태훈입니다. 동학군과 전투를 벌이며 적개심을 드러낸 안 의사와 동학군이었던 김구 선생이 한때 서로 적으로 대치한 셈입니다. 역사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역사 진영 싸움에 갇힌 응급환자 같은 한국 최근 가족이 아파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 새삼 1945년 귀국한 김구 선생의 거처이자 임시정부 국무회의가 열렸던 경교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경교장 내부의 전시는 대한민국 정부가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했다고 강조했습니다. 1919년을 대한민국 원년이라고 했습니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 건국 시점이라는 진보 진영 일각의 시각을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보수 진영 일각은 1919년 건국설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임시정부는 국민 영토 정부 주권 요소를 갖추지 못했고 건국은 1948년 정부 수립 때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이 논란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둘러싸고 다시 벌어졌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김 관장이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한다며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광복절은 둘로 쪼개졌습니다. 김 관장은 최근 국회 상임위에서 1945년 광복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가 쓴 끝나야 할 역사전쟁을 들춰 봤다. 그는 1945년 8월 15일은 복국 의 임무를 끝내지 못한 해방기념일이고 당시 지도자들은 1948년을 독립 광복 건국기념일로 인식했다는 취지로 썼다.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하지 않았지만 1919년 건국설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광복 80주년 윤 대통령이 국론 분열 끝내라 건국절 논란의 기원은 임시정부 운영과 단독정부 수립을 둘러싼 이승만과 김구의 대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수 진영은 이승만이 국부라 하고 진보 진영은 김구가 국부라 합니다.
해방 정국 이승만과 김구의 갈등에서 시작된 질기고 질긴 국론 분열의 역사가 지금 우리 사회를 우파면 친일 좌파는 반일이라는 프레임으로 갈라 놓고 있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소모적 국론 분열이 이번 광복절로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년이 광복 80주년입니다. 극단화된 역사의 진영 논리는 더욱 극렬해질 것입니다. 김형석 관장 논란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친일 행위를 미화하는 사람을 장차관이나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하지 못하게 하는 특별법을 당론 발의했습니다. 반일을 내세우며 상대 진영을 무작정 친일로 몰아붙이는 단순 논리는 곤란합니다. 안중근 의사와 김구 선생 사례처럼 역사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건국절 논란은 그런 역사를 포용하는 우리의 역사가 아니라 너의 역사로 적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기자회견에서 1948년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선언해 소모적 분열을 끝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다행히 가족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병원을 떠나며 광복 80주년을 앞두고도 이 역사의 진영 싸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응급 환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인시청 어반시티 전남의 한 양돈농장에선 직원 7명이 돼지 7500마리를 거뜬히 키운다.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인공지능 카메라 덕분입니다.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돼지 숫자와 무게를 알아서 측정하고 활동량을 따져 아픈 돼지를 찾아준다. 일꾼들이 겁에 질린 돼지를 한 마리씩 옮겨 무게를 잰 뒤 출하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입니다. 제주도에서는 감귤 수확기에 지능형 운반 로봇을 빌려 쓰는 농장이 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과 궤도형 바퀴가 장착돼 노지를 자유롭게 오가는 로봇이 몸값이 뛴 외국인 일꾼을 대신합니다. ▷AI 자율주행 로봇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애그테크 가 노동 집약적인 농업에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부르고 있습니다. 0여 년 전 쟁기로 출발한 세계 1위 농기계 기업 존디어는 요즘 국내 투자자들에게 농슬라 로 통하는데 최신 제품들이 파종부터 제초 수확까지 모든 걸 알아서 할 정도다. 수천 년의 농업 역사가 AI로 혁명기를 맞은 셈입니다. ▷고령화도 영세화도 심각한 한국 농업은 이런 변화가 더 반갑다. 올 6월에는 국내에 첨단 기술을 망라한 디지털 농업 시범단지가 축구장 76배 크기로 문을 열었습니다. 논에서는 디지털 허수아비가 음파를 쏴 새들을 쫓고 밭에서는 운전자 없는 트랙터가 혼자 일을 합니다. 논밭 배수로는 관제센터 AI의 통제를 받아 자유자재로 물 공급을 조절합니다.
그동안 실내 재배시설에서 주로 이뤄졌던 스마트 농업이 이젠 지붕 없는 노지로 확장된 것입니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K푸드는 물론이고 푸드테크 에서는 벤처 정신으로 무장한 청년 창업가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경영학도 출신 임재원 대표 가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피자 브랜드는 8년 새 7개국에 1000호점을 냈습니다. 20대 때 황학동 주방거리를 발로 뛰며 3분 안에 피자 6개를 구워 낼 수 있는 화덕을 만든 덕분입니다. 포스텍 에서 인공장기를 연구하던 한원일 대표 는 배양육으로 눈을 돌려 마블링이 선명한 덩어리 형태의 배양육을 개발해 냈습니다. 실험실에서 키운 배양육이 다짐육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계를 뛰어넘은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빅테크 공룡들까지 농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클라우드 기반의 농업 플랫폼을 선보였고 구글은 농업 스타트업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거대 테크기업들이 농업의 미래 성장 가치를 높게 본 것입니다. 2030년까지 기술 인프라 혁신을 통해 농업 분야에서 5000억 달러 의 부가가치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습니다. K농업이 AI발 농업 혁명에서 앞서갈 수 있도록 애그테크에 승부를 거는 기업과 청년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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